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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장편/일상]1.5: 아렌델 생활기(12). 한마음

프소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06 23:52:53
조회 192 추천 18 댓글 13

주의: 본 화는 본편의 스포일러를 진하게 담고 있으니 주의바랍니다! 


통합링크: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942362


이 방에서 글을 쓰고 있다보면 여기서 처음 글을 쓰던 날이 떠오른다. 당시 나는 여기에 대한 낯설음과 미래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었는데, 어찌어찌해서 결국은 눌러살게 되었고, 조선과 아렌델의 간극에 대한 대한 낯설음이 있을지언정 후회는 없다. 아니, 후회가 할 수가 없다. 애초에 이렇게 인생이 정해져 버렸는데 내가 부정해봤자 시간만 축내는 것이니 말이다. 


정령들로부터 그 말을 듣고 한참 있다 막사로 돌아와 손가락 마디를 내 손으로 잘라봤었다. 비록 새끼 손가락이고 그 통증도 말로 이룰 수 없어 곧바로 후회했지만 나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 한 번 더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나 수정에서 내 손가락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며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아..내가 정말 사람이 아닌 사람 같은 무언가가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그 이후로 줄곧 내 머릿속에 남게 되었다. 지금도 가끔 거리를 걷다 보면 이질감을 느끼고 괜히 혼자 움츠리게 된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과연 내가 이 사람들과 어울릴 자격이 있는 걸까? 이 사람들은 정말로 나를 이해해주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계속 내 머릿속에서 맴돌다 내가 지레 겁을 먹고 거리를 두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나는 부닥칠 수 밖에 없었다. 비록 내 이름은 채진우라지만 조선인으로서의 채진우는 사실상 기억에 없다시피 하니까. 그래서 마을사람들을 만나면 최대한 나를 기억해주기를 바란다는 듯 온갖 애를 쓰지만 헤어지고 난 뒤의 공허함은 더 크게 올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더 애착이 갔다. 이유는 달라도 엘사 역시 큰 변화를 겪었고, 안나와 크리스토프는 그녀를 진정으로 받아준 사람들이니까. 그래서 그 이후에 더 도와주고 신경을 더 써서 그들이 웃으며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하지만 오늘은 그게 힘들 것 같다. 아마 이런 날이 오겠지 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    *    *

 

아렌델 성에 오면 항상 하듯 내 방에서 책을 보거나 글을 썼고, 잠은 이미 예전부터 2-3시간 정도 자면 멀쩡한 수준이 되버리는 바람에 그냥 깨어있을 때마다 그 두 개를 반복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그래서 안나가 상당히 늦은 밤에 내 방문을 노크 했을 때는 나나 그녀나 상당히 놀랐다. 


“아직 안자고 있었네?”    “이제는 잠이 안오는 몸이 되어서. 그러는 안나 너는 왜 안자고?”  


그녀는 내가 마련해준 의자에 앉아 한동안 어색한 미소를 유지한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분명히 그녀는 내 질문을 들었을 법도 한데 시선을 내가 아닌 다른 쪽을 보며 대답을 피하고 있었다. 

여기서 흠이라면 내 방에는 조선에서 가져온 묵란도(墨蘭圖) 몇 장 말고는 없기에 어디를 볼지 몰라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나는 이런 분위기를 못 버텨하는 성격이기에 조금은 시시한 질문들이라도 던져보기로 했다. 


“혹시 외교 문제?”    “아니. 그 시즌은 다 지났잖아.” 

“그러면 다른 문서 번역 문제?”     “어휴, 그건 매일 보는 거라서 꺼내기도 싫어. 그리고 사람들이 누가 번역해주냐고 칭찬이 자자한걸?”

“다행이네. 그럼 연애 문제?”     “어…”

“맞네! 혹시 크리스토프가 요즘 속 썩여?”     “아니, 그건 아닌데…”

“아! 그럼 혹시 크리스토프의 순록사랑이 심해져서 외로ㅇ…”     “아, 좀!”

 

전에 올라프가 말해줬다. 안나는 한스를 주먹 한 방으로 배에서 떨어트렸다는데, 거기서 나온 자세의 완벽함은 근처에서 본 군인들의 혀도 내두를 정도라고. 

그런데 그 말을 내가 이런 방식으로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다. 분명히 안나는 앉아있다가 일어나면서 정권(正拳)을 내질렀는데, 그게 정확히 명치에 오게 될 줄이야… 

맞고나서도 한 동안 말이 나오지 못했다. 내가 얼굴을 숙인 채로 아무것도 못하고 있을 때, 안나는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왔는지 연신 옆에서 사과를 하는 통에 나는 진심으로 크리스토프가 그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안나만을 사랑하기를 바랬다. 


*    *    *


아주 달게 탄 커피를 마시며 겨우 진정된 나는 그제서야 다시 질문할 수 있었다. 안나는 미안함이 가시지 않았는지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채 앉아 있었다. 


“그래서 묻고 싶은 게 뭐길래 지금 온 거야?”


그녀의 얼굴에는 아까의 미안함을 넘어선 난감함이 눈에 띄게 보였다. 그 때부터 나도 생각을 해보았다. 위의 문제들이 아니라면 혹시 나와 엘사에 관해 묻고 싶은 건가? 

그런데 그거는 아무 시간대에 와서 물어봐도 될 일이지, 이렇게 야밤에 몰래 오다시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요르뭉간드랑 싸웠던 일? 그건 이미 엘사가 말해줘서 알 테니 그것도 아닐 것이다. 나 혼자서 머리를 굴리던 와중에 안나가 깊게 한숨을 쉬었다. 


“아니, 사실 내가 온 게 물으려고 온 게 아니라 부탁을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이게 좀 진우 네가 난감할 수가 있어서…” 

“지금은 궁금한 마음이 더 크니까 그냥 말해줘. 게다가 이 정도로 고민해서 온거면 어쨌든 얘기하고 싶은 거 아냐?” 


내 말에 좀 설득이 됐는지, 그녀는 결심한 듯 나를 바라보며 심호흡을 했다. 


“우선 내 말을 너무 상처받지 말고 들어줘. 그게… 진우 네가 말 그대로 죽다 살아났잖아.”


갑자기?


“어.. 본의는 아니지만 그렇지?”     “그리고 너를 살릴 때 정령들이 뭐 이상한 걸 해서 살렸다고 했지?” 

“어. 엘사의 얼음 조각을 넣어서 어떻게 했다 하는데 나도 정확히는 몰라.”     “그런데 그렇다면 엘사 언니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아. 


"이론상으로는 그렇지?”


안나는 역시나 그렇다는 듯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 즈음 되니 대략적인 주제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거기에서도 몇가지 가설로 나뉘었기에 아직 확신은 못했다.


“혹시 부모님을..? 그런데 나도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닌데 멀쩡한 시신이 없이는 힘들어 보이더라고.” 


그녀는 엄청 놀래며 손을 내저었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지만 거기서 보였던 것은 부정뿐이었다. 


“아..아냐!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신 부모님을 어떻게 살려? 말도 안되지. 단지 내가 걱정하는 건 그게 아니라 미래야. 그것도 먼 미래.”     “미래?”

“응. 내가 인간과 자연을 잇는 다리의 다른 끝이라지만 어찌됐든 인간인데 언니는 정령이잖아.”    “그렇지.”

 

그 때부터 말하고 있는 그녀의 표정이 점점 더 굳어졌다. 자신도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아 보였지만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 나는 죽을 순간이 오는데, 언니는 오지 않을 테니까...그리고 그 때가 오면 언니는 정말로 슬퍼하다가 다른 생각을 품게 되지 않을까?”


그녀의 눈이 내 당황하는 눈과 마주쳤는데, 그녀는 그걸 내가 그 말에 긍정을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인 듯 했다. 그리고 안나가 그렇게 받아들여도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엘사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안나 뿐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 말이다. 아마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녀와 친해지고 싶어도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무슨 얘기만 했다하면 안나로 도달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그걸 수긍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긍하는 사람들도 엘사 보고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려달라고 아무리 빌고 소리질러도 그 떨어졌던 세월과 그에 대한 보상심리는 말릴 수 가 없었다. 하지만 그 당사자가 이렇게 말을 해버리니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언니는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만약에, 마아아안약에 언니가 그럴려고 하면 진우 네가 언니를 말려줬으면 해.” 


순간 내가 잘 못 들었나 싶었다. 도와달라는 것이 아니라 말려달라고? 


“응.” 


아, 방금 내가 생각을 그냥 말해버렸구나. 하지만 대답을 다시 들어도 믿기가 힘들었다. 나야 반강제적으로 당한거고 애초에 행복한 인생은 아니었기에 다시 살아나봤자 자갈길이었기에 그렇다지만 안나가? 설마 그런 결정을 쉽게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 한 건가? 하지만 그녀도 언니의 죽음을 사실상 한 번 겪어봤고,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몇 번이나 있는데…혹시 먼 미래여서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는걸까?  


“한가지만 물을게. 만약에 크리스토프가 죽어간다면 안나 네가 엘사한테 부탁을 하지 않을 자신이 있겠어? 눈 앞에서 연인이 일반적인 이유가 아닌 원인으로 죽어가는데도 이런 부탁을 하지 않을 자신이 있겠냐는 거지.” 


정적이 아닌 적막이 흘렀다. 안나도 엘사만 생각하다 그거는 생각을 못했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눈길을 내렸다. 사실 아직 그녀의 의지가 의심스러워 조금은 가시가 박힌 말을 던져봤다. 아무래도 죽는 당사자가 되는 것 보다는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 죽는걸 보는 입장은 다르니까. 안나는 결정한 듯 허리와 목을 꼿꼿이 세워 심호흡을 했다. 


“힘들겠지. 정말로 힘들겠지만,  그게 크리스토프의 운명이라면 나는 그걸 인위적으로 꺾고 싶지 않아. 또 그렇게 살려내도 크리스토프가 좋아해줄까? 다시 나를 보며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 있을까?" 


안나는 말을 잠시 멈춘 뒤 입을 열었다. 


“사실 나도 생각을 안 해보지는 않았어.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날이 오게 되면 어쩌면 내 자식도 죽고 없어졌을 수도 있고 크리스토프도 없는 상태에서 언니만 바라보게 될텐데, 그게 나나 언니한테 건강할지 모르겠네. 무엇보다 언니가 내가 죽고 나서도 나만을 생각하며 매달려 있으면 슬플 것 같아. 계속 그렇게 머물면 언니가 너무 외로울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그녀는 예전의 그 난감하다는 미소를 지었다. 

도대체 안나는 어디까지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도대체 이 아이는 얼마만큼 자신의 언니를 사랑하고 있는 걸까? 방금 그 말은 지금 자신의 목숨을 언니를 위해 바치는 격인데 그걸 너무나도 당연하게 말하고 있었다. 나도 가슴이 이 정도로 미어지게 아플 수 있다는 것을 오랜만에 느꼈다.

 

왜 이들은 헤어질 수 밖에 없는 걸까

왜 안나는 이런 부탁을 나에게 할 수 밖에 없는걸까


정말로 알면 알수록 신기한 아이였다. 그저 활발하고 조금 더 진중한 언니한테 애교 부리는 신참 여왕 정도의 이미지였는데, 그녀는 그걸 넘어서 자신의 책무를 다하면서 가족도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내 표정이 굳은 채로 조금 오래 그녀를 바라봐서 그런지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며 바라보는 그녀의 눈은 너무나도 맑았다.


“왜 그래?” 


이 자매는 확실히 사람한테 부탁할 때 나오는 진심을 전달 할 줄 알았다. 그렇기에 그녀들이 부탁하면 거절하기 힘들기도 했고. 


“아냐, 그냥 이 말을 꺼내기 전에 얼마나 생각했을지 가늠이 안돼서.” 


머쓱해진 그녀는 뒷머리를 긁으며 웃었는데, 그것 역시 뭔가 다르게 다가왔다. 


“네가 말해준 이후로 계속 생각이 나기도 했고, 왠지 언니라면 그럴 것 같아서. 그래서 미리 얘기하는 거야.” 

“...알겠어. 대신 너도 크리스토프한테 그런 상황이 오면 부탁하지 않는다고 약속해줘.” “그래.” 


그렇게 나는 그녀와 약속을 했고, 그녀는 잘 자라는 인사와 함께 방을 나갔다. 


*    *    *


다시 말하지만 나는 오늘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고, 또 이런 식으로 한 번에 겪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 

안나가 나가고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죽음이 말을 해주기는 했어도 이 정도로 빨리 오는 건 내 예상에 없기도 했거니와 그 이유도 내 이 철없는 예상에 비하면 너무나도 성숙했기에 거기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첩첩산중(疊疊山中)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겨우 노크소리를 들은 나는 들어오라고 했는데 거기에는 엘사가 있었다. 전과 다른 진청색 잠옷은 지금 그녀가 짓고 있는 표정과 너무나도 일치했다. 


"다 들었소?"    "응." 

"물론 마음이 뒤숭숭한건 이해하오. 하지만..." 


나는 마음 속에서 죽음과 얘기 했던 것을 먼저 얘기할지 내가 겪었던 일을 해야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다음에 한 말에 나는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다. 


"안나 생각이 그렇다면 그렇게 해야지."    "뭐?"

"안나의 생각을 존중해주려고."     "..."


오늘밤만 해도 내가 몇번을 놀라는지 모르겠다. 사실 엘사라면 얘기가 다를 줄 알았다. 그녀라면 아니라고, 안나만큼은 보내지 못하는데 왜 그런 약속을 했냐며 울고불고 나한테 성질을 낼 줄 알았다. 하지만 엘사는 차분히 나를 보고 있었다. 물론 이를 앙다물고 있는 것을 보면 겨우 그 결정을 한 듯 보였지만, 그래도 이렇게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의외로 다가왔다. 


"정말로 그럴 수 있겠소? 안나가 죽어가는 앞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냐는 말이오." 


내 말에 역시나 엘사는 흔들리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서 나는 죽음과 한 이야기를 꺼낼까도 생각했지만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내 서랍에서 노트 한 권을 꺼낸 뒤 그녀에게 보여줬다. 노트를 넘기면 넘길수록 보이는 당혹스러운 표정에 내가 원했던 반응이 나온 것 같았다. 


"이게 다 뭐야?"    "내 조선에서의 기록이요."    

"그렇기야 한데 이 정도로 자세할 필요는 없지 않아?"    "저 기억들이 지금 내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겠소?" 


나는 다시 그걸 받은 뒤 서랍에 넣었다. 금시초문이라는 그녀의 눈을 보며 나는 천천히, 하지만 또박 또박 말을 해줬다. 

이렇게 해야 그녀도 생각을 완전히 접을테니. 


"정령들한테 내가 무엇인지를 듣고 나서 내 조선의 기억은 점점 사라져 갔소. 처음에는 내 어렸을적 기억부터 해서 조선에서 겪었던 전투들까지 전부말이오. 

그나마 거기서 배웠던 무술들은 몸이,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아토할란에서 본 것 덕분에 아직 남아있지만 나머지는 기억을 하고 싶어도 기억이 나지를 않소." 

"단 하나도?"    "마치 누가 일부러 없앤 것마냥 그 아렌델 이전 기억은 하루종일 머리를 쥐어짜도 소용이 없었소."


저 절망하는 표정이 나에 대한 동정인지 아니면 자신이 혹시 모를 방비책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알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엘사는 한동안 그렇게 굳어있었다. 


"소인이야 그래도 이제 조선에 갈일이 없다지만, 안나를 먼 뒷날 살려내면 그 이전 기억은 전부 사라질거요. 낭자와 올라프, 크리스토프, 부모님, 전부 다." 


마지막 쐐기를 박을 차례다. 하지만 이런 입장은 처음이다 보니 나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렇게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채 육신만 덩그러니 있는 빈 껍데기 안나를 매일매일 보고 싶소? 그리고 그에 대한 안나의 원망도 감당할 수 있겠소?" 


상상이 가는지 엘사는 눈을 질끈 감은 채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가정이라지만 역시나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상상하지 못했다가 아렌델 오기 전 제일 최근에 겪었던 전투에서 동고동락하던 전우들이 기억에서 사라졌을 때의 절망감은 너무나도 컸으니까. 


엘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그녀를 배웅해주려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그녀는 나를 안아줬다. 

너무 뜬금없어 양손을 들었다가 한손 손가락 끝으로 그녀의 등만 한 두번 두드려줬지만, 그녀는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있었다.     


"알려줘서 고마워. 그리고 미안. 내가 얘기를 꺼내지 않았으면 너도 꺼낼 필요가 없었을텐데." 


역시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이런 말을 하는 나 자신도 불편했던거겠지. 


"아니오. 언젠가는 말할려고 했소. 다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을 뿐."     "..그래." 


그녀는 나를 놔줬다. 생각이 많은 듯 머리를 넘긴 뒤 나를 바라봤다. 안쓰러운 눈을 하고 있었다.  


"어쨋든 안나 말대로 할게. 그리고 그 이전에 잘해줘야지." 


엘사는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해줬고, 나는 문을 닫고 다시 의자에 앉았다. 

펜을 들고 내용을 이어가려 했지만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지 글자를 더 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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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3개 남았네요! 그 때까지 달려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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