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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장편문학]소년은 자란다_01_ebook 버전

안나병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21 00: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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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1 이전 18살 크리스토프 서사를 다룬 소설입니다.



소년은 자란다 프롤로그


이북으로 읽으시려면 여기를 클릭





시텐데 마이(Syttende Mai)라고 불리는 1814년 5월 17일, 아렌델의 아그나르 왕이 최초로 법의 날을 제정했다. 아렌델 최대의 국경일로서, 이 날이 되면 나라 전체가 축제 분위기로 들썩인다. 산 속 깊은 곳에 위치한 채빙 길드와 사미족, 기타 소수 민족 마을도 예외는 아니다. 모두 아렌델 근처로 모여들어 신나는 분위기에 동참한다. 거리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찼다. 크리스토프와 스벤은 대회 발표시간이 남아 하릴없이 마켓 스퀘어 쪽을 향했다. 긴장이 풀리고 나니 배가 고팠다. 스벤과 당근을 나눠 씹으며 건물 한 구석에 기대 서서 행렬을 구경했다. 저 멀리서 악대의 연주소리가 들려온다. 왕국이 온통 짙은 오후의 노란빛으로 물든다.

오전부터 아이들은 자기가 다니는 학교 표식을 그린 깃발을 들고 악대를 쫒아 행진했다. 오늘을 위해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해 만들었을 전통의상 부나(Bunad)는 아렌델 전통을 그대로 보여줌과 동시에 화려했다. 각자 자신이 사는 지역과 가문을 자신 있게 드러내며 환한 얼굴로 당당하게 길을 걷는다. 5~6살의 행렬 뒤에는 10대 아이들이, 그 다음에는 크리스토프와 비슷한 연령의 10대 후반 학생들이 한데 섞여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저 속에 섞여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잠깐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크리스토프는 씁쓸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다른 말을 내뱉었다.


“와...다들 비싸 보이는 옷을 입었네.”


스벤은 그런 크리스토프의 마음을 알아채고 뿔로 그를 이마로 밀었다. 씩 웃으며 스벤의 목에 팔을 두른 그는 민망한 표정이다.


“와아아!”


행렬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함성을 지른다.


“공주님이셔!”


궁에서 나온 주인공을 확인하려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든다. 안 그래도 잘 보이지 않는 크리스토프 앞 쪽 시야가 사람들 뒤통수로 꽉 찬다. 크리스토프는 한쪽 발을 꼬고 벽에 기댄 채, 입 안에 당근을 우물거리며 눈동자만 굴려 앞 쪽을 바라봤다. 말을 탄 소녀 두 명이 아렌델 군인의 호위를 받으며 행렬의 가장 마지막을 따른다. 행인의 벽은 상당히 두터웠지만, 사람들은 궁에서 나온 무리 앞쪽을 보고 싶어 그들의 진행 방향으로 계속 이동했다. 가만히 서 있던 크리스토프 앞으로 궁중의 말 행렬이 지나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걷히면서 궁에서 나온 소녀 두 명이 보인다. 백금발과 적갈색 머리를 한 소녀는 많은 군중과 함께 멀어져 간다.


해가 떨어지고 어스름이 짙게 깔린 마켓 스퀘어와 힐 스트릿에는 노란 조명이 하나둘 켜졌다. 사람들은 저마다 축제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로 들떠 있다. 음식점마다 즐겁게 만찬을 즐기는 손님들이 가득하다. 얼음 창고 근처 헛간에 스벤을 쉬도록 두고 혼자 술집을 찾은 크리스토프는 그저 어색하다. 올 해 막 성년을 맞아 술집 출입이 가능하지만, 그는 사람들 틈에 섞이는 상황이 불편하기만 하다. 가게 문 앞에서 우물쭈물 거리던 크리스토프를 알아본 것은 같은 팀 요한 반장이었다. 그가 크리스토프가 소속된 중부 지역 채빙 4팀에 부임한 것은 2년 전이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묵묵히 일만 하는 크리스토프에게 가벼운 인사를 건네는 것으로 시작한 둘 사이는 꽤 친밀해졌다.


“크리스토프, 안 들어가고 뭐하냐.”


“드..들어가려던 중이에요.”


어색한 표정으로 웃는 크리스토프의 등을 손바닥으로 밀며, 요한 반장은 가게 문을 열어젖혔다. 이미 대회에 참여한 많은 얼음 장수들이 질펀하게 술자리를 즐기고 있었다. 반장은 다른 팀 반장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자기 의자 바로 옆에 크리스토프를 앉혔다. 크리스토프는 얼굴만 알고 있고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본 적 없는 사람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지만, 시끄러운 장내에서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다들 자기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얘기를 듣다가 눈이 마주치면 슬쩍 웃으면 그만이었다. 그의 앞으로 노란 색 액체가 가득 찰랑이는 잔이 서빙된다.


“술 좀 마실 줄 아냐?”


“어..아뇨.”


크리스토프는 자기 몫으로 놓인 술잔을 내려다보았다. 하얗게 올라오는 거품.. 어렸을 때 롯지에서 자신을 때리던 사람들에게 나던, 진한 알콜 냄새. 그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처음 마시는 거냐? 사람들하고 어울리려면 마실 줄은 알아야지.”


요한 반장은 크리스토프의 잔에 자기 잔을 살짝 부딪치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었던 크리스토프는 마지못해 웃으며 잔을 들고 입가에 가져가 한 모금을 마시긴 했다. 입 안 가득 맥주의 알싸한 맛이 퍼진다. 쓰다. 언젠가 트롤 계곡에서 식물을 연구하던 리틀 락이 맛보라고 줬던 이상한 풀이 생각나 크리스토프는 바로 잔을 내려놓았다.


“올해 아렌델 채빙 길드 배 얼음 운반 대회 승자를 발표하겠습니다.”


귀가 웅웅거리도록 시끄러웠던 실내가 놀랍도록 조용해졌다.


“승자는.. 채빙 4팀의... 크리스토프.. 비요르그먼!”

“우와아아!! 채빙 4팀! 채빙 4팀!!”

“크리스토프! 크리스토프!!”


크게 소리를 지르고 기뻐하는 소리가 술집 가득 울려 퍼졌다. 술잔을 머리 위에 들고 흔드는 사람들이 모두 채빙 4팀은 아니었다. 모두 올해의 큰 대회가 무사히 끝났다는 사실을 기뻐했다. 내심 기대하고 있었지만 정말 올해의 승자가 됐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크리스토프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평생 바라왔던 ‘최고의 얼음장수’라는 목표가 이루어 진 것 같았다. 마음이 설레 뭐라도 해야 했던 그는 잡고 있던 술잔에 술을 입에다 모두 털어 넣었다. 머리가 핑 돈다.


“요한, 축하해, 올해는 4팀에서 우승자가 나왔네.”


“그런데 크리스토프가 누구야?”


요한은 다른 팀 반장들의 축하를 받으며 크리스토프를 슬쩍 쳐다 봤다. 그는 술잔을 비운 채 두 주먹을 꽉 그러쥐고 함박웃음을 웃고 있다. 요한은 크리스토프의 팔을 들어 올리며 일어나라는 신호를 보냈다. 영문을 모른 채, 그가 이끄는 대로 엉거주춤 일어선 크리스토프는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환호성을 지르는 장면을 마주했다. 고조된 분위기에 얼굴이 상기된 크리스토프는 스벤 등 위에 타고 있지 않은데도 이렇게나 심장이 빨리 뛸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채빙길드, 얼음 판매 10년차인 크리스토프가 타인에게, 그것도 존경해 마지않던 얼음장수들에게 인정받은 최초의 공식적인 성취나 다름없다. 그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민망해하다가 뒷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오늘은 제가 이 가게에 있는 모든 술을 사겠습니다. 맘껏 마셔요!”


“와아아아!!”


통 큰 요한의 외침에 또다시 가게 안은 사람들의 함성소리로 가득 울려 퍼졌다.


“잘했어, 크리스토프.”


“이제 시작이네요. 최고의 얼음장수 되기.”


술기운인지, 흥분해서인지 이미 얼굴이 붉어진 크리스토프가 눈을 빛내며 답했다. 요한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크리스토프의 몫으로 맥주 다섯 잔을 더 주문했다.


“한잔 마셔도 되죠?”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 있는 갈색머리 청년이 불쑥 끼어든다. 갈색 머리에 하얀 피부, 호리호리한 체구와 얇은 뼈대. 딱 봐도 막일을 할 스타일은 아니다.


“이쪽은 이번에 들어온 아드리안 이라는 친구야. 서로 인사해.”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갈색 머리 청년을 소개하는 요한 반장은 크리스토프와 아드리안을 번갈아 쳐다봤다.


“아드리안.”


호쾌하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아드리안의 밝은 표정에 비해 갑작스러운 사람의 난입으로 크리스토프의 행동이 눈에 띄게 부자연스러워졌다. 아드리안의 시선이 크리스토프를 훑는다.


“어어, 난, 흠흠. 크리스토프.”


갈라지는 목소리를 바로 잡으며 이름을 말한 크리스토프는 금세 눈을 피했다. 태도가 부쩍 어색해진 그를 보고 요한 반장과 아드리안이 씩 웃는다.


“전 이만 먼저 일어날게요. 나중에 봬요.”


나갈 채비를 하며 크리스토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술은 어쩌고?”

“전 벌써 속이 안 좋아요.”


크리스토프는 겸연쩍게 배를 두드리며 의자를 밀어 넣었다. 그의 모습은 인파 속에 섞여 곧 사라졌다. 얼쯤해진 아드리안은 맥주를 들어 시원하게 들이켰다.


“저 친구, 되게 사람 가리네요.”

“사회성은 좀 떨어지는데..그래도 꽤 쓸만해. 일 하나는 잘 하거든.”


아드리안은 능글맞은 표정으로 맥주잔을 들어 요한의 잔에 부딪혔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요한 반장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남은 술을 목구멍 안에 가득 들이부었다.




늦은 밤, 트롤 계곡은 여전히 시끄럽고 부산스러웠다. 그들을 만나러 한달음에 달려온 크리스토프의 스벤은 언제나처럼 그들의 환영인사를 받느라 정신이 없다.


“불다, 클리프! 저 오늘 대회에서 1등 했어요!”


크리스토프는 얼굴에 홍조가 가득한 채로 주먹을 쥐고 희열에 차 말했다. 가슴께에 핑크레드 크리스탈을 빛내며, 불다는 따뜻하게 그를 안아주었다.


“역시, 크리스토프, 너라면 언젠가 모두에게 인정받을 줄 알았단다!”

“하하, 그렇죠? 사실, 믿어지지가 않아요.”


새실거리며 웃는 그의 뒤로 클리프가 몸을 드러낸다.


“그러고 보니 너, 키도 체격도 많이 컸구나. 어디까지 클 생각이야?”

“두 분께 항상 감사해요. 저와 스벤을 받아주셨잖아요.”


크리스토프는 민망함에 뒷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또 그 소리. 넌 우리 아이가 될 운명이었어. 이렇게 잘 자라주어 우리 모두 기쁘단다.”


불다는 크리스토프와 스벤을 번갈아 바라봤다. 클리프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을 보탠다.


“어렸을 때 발가벗고 뛰어다니던 아이가 이렇게나 클 줄이야!”

“으아, 제발 그 말은 그만해요!”


부끄러움에 팔을 휘젓는 크리스토프 곁에 다른 트롤들이 몰려들었다.


“언제나처럼 냄새도 나고!”


로코가 말했다.


“이거 순록 가죽 냄새거든!”

“여전히 걷는 것도 이상하고!”


크리스토프의 신발을 잡아당기며 클레이도 덧붙인다.


“오래 순록을 타서 그래!”


크리스토프가 자꾸 자기 탓을 하자 기분이 상한 스벤은 뿔로 그를 쿡쿡 찔러댔다.


“아, 아, 아퍼, 스벤.”

“그래도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야, 크리스토프.”


불다와 클리프는 인자한 표정으로 또다시 그와 포옹한다.


“크리스토프! 크리스토프!”


그를 주위로 트롤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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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1 이전 18살 크리스토프 서사를 다룬 소설입니다.

-(닉언죄)문학 표지 그려주신 후로즌성애자님 감사합니다.

-고퀄 문학을 연재하시는 분 덕분에 e-book 으로 올리는 사이트를 알게 돼 시도해 봤습니다.

보시기 괜찮으면 다음 부터 지금 방법으로 업로드 해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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