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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장편] Let It Come - 2

ㅇㅇ(219.249) 2020.07.12 22:48:09
조회 591 추천 32 댓글 18
														



1화 링크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4877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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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탄광과 기둥, 그리고 그 주변을 포위하듯 둘러싼 마을을 뒤로 한 채 탐사대 무리가 눈길을 파헤치고 있었다. 끝에 총검을 단 소총을 든 이들은 모두 주변의 눈색과 구별이 어려운 하얀 털가죽을 뒤집어 썼고, 이번 주 내내 폭설이 없어 짐승 발자국 또한 찾을 수 있는 운 좋은 하루에게 감사했다. 물론 얼마가지 않아 찾아올, 예정된 눈보라에 대한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예정대로라면 불과 3시간 뒤면 하얀 얼굴에 한밤중 같은 폭풍이 세상을 잠식하고, 그 아래의 모든 생명은 생생한 얼음 조각이 되버릴 것이다.



이 성당에서 파견된 무리는 마을 밖에서 생명으로 추측되는 움직임이 신고 되어서 보내졌다. S자, C자 그리고 P자가 새겨진 신분증 하나를 오른쪽 가슴에 단 여섯 명은 각자 제압을 위한 횃불과 망치 하나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들이 주로 상대하던 눈과 얼음으로 된 괴물들을 상대하는 용도로 적합한 도구들이었다.



"이 언덕에서 얼음으로 된 짐승이 나타났다는 신고가 들어왔소. 찾아내는데로 생포하고, 성공했으면 이틀 뒤 아침 6시까지 교회 앞으로 압송하시오."



순백색의 외투에 금빛 십자가가 수놓인 예복을 입은 성직자가 사냥꾼들에게 명령을 내리니, 뿔뿔히 흩어져서 살아있었던 것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켰다. 대부분 바람에 휘말려 굴러 떨어졌음을 감안하여 언덕 아래로 향했지만, 불꽃처럼 솟은 검은 머리를 한 그녀는 홀로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랐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눈무더기에 들어간 발을 조금이라도 딱딱한 지면에 대려는 시도가 뒤를 이었다. 신발 두께는 외투와 같았음에도 추위는 그 속을 파고 들었다. 참으로 참혹하고 비참한 날씨로다. 올라갈수록 바람은 거세지고 바닥은 땅 대신 굳은 얼음으로 가득 찼다.



과연 이런 상황에 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언덕을 방문한 이는 누구인가? 그녀는 시신을 찾으려는 데에 집중하는 동시에 그의 신분이 어떠한지에 대해 나름의 추측을 내놓았다. 가장 가능성 높은 이는 아렌델 아니면 동양인 집단에서 파견된, 각자 남쪽과 북쪽으로 향하던 탐사대가 되시겠다. 특히 그 청나라 사람들은 북아프리카 같은 남쪽은 이 서유럽보다 더 따뜻하고, 식물이 실외에서 자랄 수 있는 환경이 형성 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남쪽은 무슨 수로 내려가겠다는 건가? 남서쪽은 한랭지옥이 없더라도 쉽게 지나갈 수 없는 천혜의 방벽이 있다. 몽블랑(프랑스에 소속한 서유럽 최고봉) 같이 험악할 정도로 높은 산으로 가로막힌 남동쪽 역시 맨 몸으로는 가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은 가상하구나. 하지만 우리 구역에서 얼씬대지는 않았으면 하는데!'



그러나 그녀가 생각한 대로 동양인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언덕 너머에는 구름을 땅에 내려놓은 듯이 평평한 땅과 드문드문 있는 마을 폐허, 도시의 경계를 나타내는 언덕의 끝자락, 그리고 지평선 끝에서 서서히 꿈틀거리는 새하얀 블리자드만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몸서리쳤다. 저 블리자드 아래에서 단 1초만 있어도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 지 10년의 세월간 생생하게 목격했기 때문이다. 벌써 얼음이 따뜻한 피를 굳혀버리면서 생기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듯 했다.



하얀 장벽이 다가오는 속도를 보니 어림잡아 오후 8시까지는 언덕을 덮치지 않을 것 같았다. 눈과 얼음이 아닌 것이 있는지 눈에 불을 켜고 둘러보았으나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혹시 눈 깊은 곳에 매장당한 것은 아닐지? 이번에 그녀는 깃발이 달린 지팡이 하나를 꺼내들어 땅에 쑤셔넣으며 촉감이 다른 물건을 찾았다. 깊이 들어갈수록 뻑뻑해서 더 넣기도 빼기도 어려운 게 돌을 뚫는 기분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눈과 얼음이 아닌 것을 찾은 기억도 나지 않을 무렵이었다. 이젠 자신이 왜 눈구멍을 찍어내는 일을 시작했는지 무엇을 원해서 정찰대에 지원한 건 지조차 머릿속에서 흐려졌다. 그러나 무뎌져가는 머릿속에 스파크가 튀는 듯한 충격을 준 촉감이 갑작스레 지팡이를 타고 전해졌다. 물컹한 이 느낌은 사람 피부가 분명했다. 그렇다. 이 추위에. 블리자드 없이도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서 느껴진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무언가에 홀린 듯 주변을 장갑 낀 손으로 파헤쳤다. 사람 둘은 묻을 수 있을 깊이로 구덩이가 만들어질 때, 머리카락 한 묶음이 나무 뿌리처럼 튀어나왔다. 누군가의 머리카락임이 틀림없었으며, 그것은 거의 잊혀져가는 태양빛의 조각을 떼어놓은 것 같은 백금색으로 반짝였다. 정성스레 하나로 엮은 모양이 파리의 부잣집 자녀 같이 단정했다. 드디어 발견한 사람에 모든 눈을 뒤집어 엎을 기세로 남은 부위를 찾아나섰고, 곧 곤히 잠들어있는 어느 여인을 찾아내었다.



성모 마리아가 북유럽 사람이셨으면, 아마 이와 같은 용모였을 것이다. 가냘픈 턱선과 동양화의 산줄기처럼 진한 눈썹에다가 너무 진하지도 옅지도 않은 보라색 화장. 입술은 어떠한가? 새하얀 피부 한 가운데에 드러난 붉은 색이 마치 산딸기 같구나. 그리고 살같은 어찌나 하얀지! 만약 머리카락이 아닌 다른 피부가 먼저 드러났으면 눈과 구분이 어려웠을테다. 칙칙한 날씨에서도 내뿜는 은은한 빛은 일식이 있는 날 태양 주변을 감싸는 아우라와 같았다.



턱선은 또 왜이리 고운지? 거칠게 굳은 눈 속에 있었음에도 부드러움을 간직한 이 얼굴을 다비드 상을 조각하던 미켈란젤로가 보게 된다면 '난 아직 부족하구나!'하며 그 조각상을 머리부터 수정했겠지. 그녀가 두 눈을 꼭 감은 채 보라색 화장만 드러내고 있어 완전한 아름다움을 관전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나름이었다.



'사람이 이리도 아름다울수가! 세상이 만들어질 때 하루는 이 여인을 만드는데 쓰였을 것이야.'



그러나 곧이어 쇄골 아래 전신이 드러날 무렵에, 그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딜 보아도 생존을 위한 방한복은 보이지 않고, 한때 여왕의 드레스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얼음 조각들이 발목까지 감싸고 있던 것이다. 그 꼴은 마치 비늘에 감싸진 것 같았다. 특히 가슴과 복부 부위가 그러했다. 예전부터 동사한 사람들을 보면, 살 뿐만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외투까지 신체 일부처럼 얼어붙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 아름다운 여인이 종잇장 같이 얇은 드레스 차림으로 용감하게 밖으로 나섰던 것일까? 그리고 왜 옷만 얼음이 되고, 피부는 멀쩡한 걸까? 아, 다시보니 죽기 직전 모습처럼 창백하긴 하구나.



그녀는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이 여성은 누군가의 협박으로, 아니면 블리자드의 추위가 머리를 스치는 바람에 정신적으로 약간의 문제가 생겨 드레스를 입고 쫒겨났고, 눈 속에 깊이 파묻힌 덕에 아직 얼음 덩이가 되지는 않았다는 것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 가설이 맞다면 지금 이 여성의 몸은 동상으로 성치 못할 것이다. 얼음 같은 날씨에서도 정신이 외줄타기 하듯이 위태로운데, 이런 얼음 옷을 입은 꼴에 놓인 그녀는 얼마나 괴로울지! 차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이제 도시로 대피할 시간인 것 같다. 어느새 블리자드의 그림자는 마을 폐허에 드리웠다. 벌써부터 한기가 느껴지는 듯 했다. 이 여자를 발견할 때부터 주변 온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 차려야 했는데! 바람은 강해지고 눈발이 휘날렸다. 언덕 아래를 수사하던 이들은 벌써 도시로 대피한 게 분명했다. 눈이 아직은 쏟아지지 않은 덕에 다섯 명의 발자국이 점처럼 작게 찍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옷처럼 뒤덮인 얼음 조각으로 느껴지는 냉기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듯 했다. 그 어떤 장정과 비교해도 꿇리지 않던 넓이와 근력을 자랑하는 어깨는 마법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는 추위 앞에서 무력했다. 등에서부터 시작하여 온몸으로 퍼지는 느낌을 참는 것은 거의 고문과 같았다. 도시로 다가갈수록 발에 거슬리던 눈이 점점 낮아진 덕에 너무 늦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어깨에 그녀를 지고 있는 자세를 조금 비틀면서 뒤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하얀 악마는 천군만마 같은 기세로 언덕을 넘으려는 참이었다. 오금이 저릴 듯했다. 천만다행으로 문은 눈 앞에 있었다.



"거기 검은 머리. 어디 소속이오?"



성벽 안을 잠시 바라보던 두 경비원은 끝이 반짝이는 총구를 바깥으로 향했다. 그녀는 가슴에 달린 신분증을 과시하는 것처럼 내밀었다. 높은 망루에 있던 그들에게 보일 리는 만무했으나 자신이 안에 들어갈 자격이 있음은 보여줄 수 있었다.



"SCP 교단 소속 클로디아 아돌프 프롤로입니다. 건강이 악화된 사람을 구조해서 자택에서 치료하고자 합니다. 지금 폭풍이 1시간 남짓이면 도시를 덮칠 것으로 보이니, 문을 열어주시길 바랍니다."



"Secure, Contain, Protect 말하는거요?"



"Snow, Creatures, to be Punished. 그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괴물들을 연구하고, 가두고, 통제하는 집단이오. 아시지 않습니까?"



"그 눈 괴물 잡는 집단? 오늘은 왠 아가씨를 데려오셨네. 괴물 같지는 않은데."



"얼음이 어깨 아래에 덕지덕지 붙은 거 보소.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상상도 안 가는구만."



"네, 네. 빨리 난방이 잘 되는 자리에서 치료시키고, 저 끔찍한 조각들을 떼어내가지고 멀쩡한 옷을 입히겠습니다. 그 전에 이 성가신 문이나 여시구랴."



"거, 지금 열고 있소이다. 근데 이 문이란게 저주 받을 날씨 땜시 얼어붙기가 다반사요."



톱니바퀴 수십 개가 요란하게 돌아가는 소리가 2분 간 지속되고서야 문이 사람이 들어갈 정도로 벌어졌다. 3분도 되지 않던 시간이었지만 죽음이 코앞까지 찾아온 그녀에게는 평생 같이 길게 느껴졌다. 도시에 들어온 뒤부터는 옆을 볼 틈도 없이 자신의 집을 향한 질주가 이어졌다. 아직도 집에 들어가지 못한 버려진 아이들, 다리 없이 상반신만 수레에 실었으나 바퀴가 얼어 꼼짝 못하는 장애인 등을 바라보며 그들의 운명을 직감했다.



오, 자비를 베푸소서! 부디 집 없는 자들이 살이 얼음에 짓눌리고 피가 굳어가는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머리부터 얼리소서. 심장부터 얼리소서. 그리하여 고통 없이 그대의 품에 안아주기를.



천만다행으로 자물쇠는 얼어붙지 않았다. 열쇠를 넣고 돌리는 동시에 들려오는 경쾌한 철컥 소리는 육중한 나무가 눈 앞에 쓰러진 것처럼 심장을 들썩이면서 동시에 가라앉혔다. 거추장스러운 지팡이와 망치를 식탁에 내려놓고 모든 문과 창문, 환풍구까지 걸어잠갔다. 수건과 각종 천으로 그 틈까지 매우고 나서야 눈구덩이에서 온 여인을 돌볼 수 있었다.



'고통에 사무치며 파르르 떨고, 두려움에 떠는 이 사람이야말로 난방실에서 30도 이상의 열을 쬘 필요가 있겠다. 저놈의 얼음 조각은 끌로 긁어도 떨어지지 않는게 마치 피부나 문신, 신체 일부 같아.'



그녀는 여인의 망토와 드레스를 정리한 뒤 두꺼운 이불을 근처에 준비했다. 몸에 달라붙은 얼음을 떼어낼 수는 없으니, 녹은 물이 체온을 앗아갈 때 이불로 물을 닦으라는 뜻이었다. 옷 한 벌까지 두면 나중에 저체온증을 염려할 필요는 없겠다.



필요한 조치를 마친 뒤에는 난방 조절기에 손을 올렸다. 최대 숫자가 -33부터 23도까지 있는 단추였나 그 온도보다 높은 30도부터는 붉은 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20도까지는 가볍게 올리던 손가락은 그 숫자를 넘기는 순간 굳은 듯이 느릿느릿해졌다. 난방비를 생각하면 더 차갑게 하기는 곤란했다. 그녀의 고민을 알고 있는 듯, 30까지 올리는 순간 건물 밖 전못대에 매달린 먼지색 확성기에서 귀를 찢는 듯한 잡음이 들려왔다.



"경고. 96번길 13번지에 위치한 클로디아 아돌프 프롤로의 거처에서 기본 요금 이상의 난방이 시작되었다. 추가적인 난방비는 폭풍이 지나가고 기온이 회복된 날에 지역 총액제로 결제될 것이다. 가격은 평상시 대로 채집한 연료에 따라 계산된다. 이상."



"내 머리카락을 뿌리 째 팔아서 설치한 보일러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시오. 지금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온 몸에 얼음이 들러붙었어요!"



그녀는 착잡하고, 딜레마에 빠진 듯한 마음으로 폭풍의 그림자에 놓인 마을을 지켜보았다. 겨우 2층에서는 모든 풍경이 보이진 않았으나 이 바람이 얼마나 냉혹한지, 그리고 집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에게 어떤 결과가 들이닥치는지는 생생하게 자각할 수 있었다. 지붕이란 지붕의 각도는 알프스 산맥과 같았음에도 눈이 쌓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강해지는 바람은 수천 채의 집들을 할퀴었다. 나무와 벽돌로 지어진 집들 사이의 사람 하나에게만 허락된 틈에 거대한 돌풍이 파고드는 소리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로웠다. 그것은 지옥의 죄인들이 지르는 비명이었고, 신화 속 악마가 용사에게 퍼붇는 마지막 저주였다.



창문이 사시나무처럼 위태롭게 떨리는 진동은 방 가운데에 있는 자신에게도 느껴졌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의 눈으로 보고 싶지 않은 풍경은 그 아래에 있었다. 그것은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고 감출 수도 없었으며 모두가 알지 못하게 하는 건 더욱이 불가능했다. 죽어가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영하 80도에 육박하는 징벌 앞에서 폼페이 사람들처럼 발 하나 까딱하지 못한 채 얼음 조각이 되었다.



"가혹하고 잔인한 날씨 같으니! 저 사람들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차마 두 눈으로는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끝내 커튼을 쳐야 했다. 가로등으로 들어오는 불빛이 거의 차단되면서 방에는 어둠이 깔리게 되었다. 하지만 눈을 가려도 아래에서 들려오는 소음은 막을 방안이 마땅치 않았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Nien, nien! Er ist ein richtiger zigeuner!(안돼요, 안돼! 그는 못 말리는 집시로구만!)"



집이 없는 이들은 문 앞에서서, 온기가 희미하게 들어오는 난방기 옆에서 자비를 애타게 구했다.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노크소리는 절박하고 빨랐으나 가차없이 잦아들었다. 마지막으로 들려온 그들의 유언는 얼음덩이로 금속 문고리를 내려친 것 같이 차가운 금속음이었다. 클로디아는 이 재난 속에서 기도 밖에 바칠 게 없던 자신의 처지를 차갑게 원망했다. 그리고 마음 한 편에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느끼는 분노가 이글거렸다. 복수심이다.



"하느님, 저는 당신이 사악한 마녀와 그 추종자들을 불타는 장작에 떨어뜨릴 순간을 주시길 비나이다. 그리고 저 얼음에 뒤덮힌 옷으로부터 증오를 받으며 고통 받는 여인을 구하고..."



손발이 추위와 절박함 앞에서 벌벌 떨리는 순간, 그녀는 30도까지 온도가 올라간 방 너머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는 것을 들었다. 혹시 치료가 끝난 것인가? 아니다. 어차피 더 내야 할 요금이로다. 따뜻할수록 좋겠지, 하며 세 시간은 방에서 치료를 계속할 생각을 하는 그녀였다.



"아까 그 기도는 환자분과 아무 연관 없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러나 그의 말을 무시하면서 더 강하게 울리는 노크 소리는 훨씬 강하게, 절박하게 들렸다. 그녀의 외침 또한 새어나오는 듯 했다. 문과 벽의 방음 때문에 정확한 뜻을 알수는 없었다. 클로디아의 발걸음은 그 문 앞으로 향했다. 몸을 기대어, 그 너머로 속삭이듯이 말했다.



"거기, 들어보시오. 아까 드린 기도는 당신과 완전 무관한 마녀를 향한 것이었소. 몸이 따뜻해질 때까지 나가려들지 마시오. 그리고 걱정하지 마시오. 이 온 세상에 영원한 겨울을 불러온 괴물을 언젠가 우리가 온 프랑스, 라인강 너머 도시국가들, 그러니까 코로나 왕국 같은 곳을 샅샅이 뒤져서 심판 할 것이오."



문 너머에서의 외침은 잦아들었다. 거리의 가로등과 집의 전등은 눈을 감았다. 거리의 비명소리마저 멈추었다.





그리고 온 세상은 어둠과 혹한에 잠긴 채, 오로지 폭풍만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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