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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문대회 우승작] 얼어붙은 이방인 - 24

엘사v안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9.10 01: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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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아렌델 성, 안나의 방 - 18701223/ 현재 1973


나는 안나와 함께 있었다. 엘사는 그대로 돌아갔지만 나는 안나 곁에 있을 수 있었으니까. 안나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이건 그저 기억일 뿐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 환상들과 의사소통은 불가능했다.

새벽에 안나가 일어났다. 하늘도 잠든 시각, 동이 트려면 아직 한참 남아있었다. 그동안 한 번도 안나가 이 시간에 일어난 적은 없었다. , 내가 정령들을 깨웠을 때 빼고. 그때는 특별한 상황이었으니까.

안나는 잠든 자세 그대로 눈만 뜬 채로 천정에 고정했다. 나는 안나의 머리맡,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안나가 엘사에게 했던 것처럼 안나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당연히 아무런 느낌도 없었지만, 그냥 이럴 수 있다는 게 좋았다.

하여튼.”

갑자기 안나가 입을 오물거렸다.

멋대로야. 언니는.”

나는 안나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안나의 시선은 침대 천정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결국엔 이렇게 와 버렸잖아.”

안나가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려 내 눈을 바라보았다. 나는 깜짝 놀라서 침대에서 떨어졌다.

놀랐어?”

안나는 한 번 히힛하고 웃었다.

걱정하지 마. 언니가 보이는 건 아냐. 언니는 항상 그렇게 침대에 앉아 있었잖아. 언니가 어디 있는지 아는 건 정말 쉽지.”

그러면서 안나는 내게로 손짓했다.

이리와. 더 가까이.”

나는 안나에게로 다가가서 다시 한번 침대에 걸터앉았다.

결국엔 이렇게 될 줄 알았지. 내가 모를 줄 알아?”

안나가 손을 뻗어 정확히 내 얼굴의 가장자리를 쓰다듬었다. 어떤 느낌도 받지 못했지만,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 내 뺨을 쓸었다. 안나는 내 얼굴의 형태를 기억했고 내가 어디 있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내가 생각해도 나 지금 미친 거 같아. 밤에 일어나서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어. 그렇지만 언니가 여길 온다.’에 내 여왕직을 걸 수도 있어. 그래서 오늘 크리스토프도 없이 혼자 있는 거니까.”

안나는 계속해서 내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엘사가 파 놓았던 함정을 생각했다. 엘사만큼 안나도 똑똑했다. 그럼. 안나는 아렌델의 여왕인걸. 나는 울고 싶었지만 더 울 수가 없었다. 안나의 확신만큼 나도 이 환상에게라도 확신을 주고 싶었다.

언니가 왔다면 내가 언제 죽는지 알고 있겠지? 그리고 여길 왔다는 건 내가 말한 괴로움을 모두 받아들일 각오를 하고 온 거 맞지?”

그래.”

내가 대답했다.

내 동생 안나. 너를 기억하기 위해 다시 왔어. 네 전부를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와 줘서 고마워.”

그리고 안나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안나는 즐거워 보였다. 안나는 주로 옛이야기들을 했다. 아토할란을 통해 여행할 필요는 없었다. 안나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주었으니까. 그건 진실하고 솔직했다. 안나는 그때의 감정을 모두 얘기해주었다. 싫었던 일들도, 기뻤던 일들도. 프랑켄슈타인을 나에게 대입해서 읽었던 기억도. 프랑켄슈타인이 그랬다시피 그 얼음 마녀에게 결코 반려자가 생기지 않을 거라는 저주도 서슴없이 내뱉었다. 철없던 어린 시절의 재미난 추억이었다.

그러고 보니 네가 정확히 맞췄네.”

난 한 번 웃었다. 그나마 비욘이 가장 가까웠지만, 비욘이 날 보는 입장은 그것과 한참 떨어져 있었다. 우습지만 나는 그의 종교였고 일종의 신이었다. 비욘에게 그런 건 신성모독에 가까웠을 거다. 이런 게 내 특권인 걸까. 나를 스쳐 지나간 사람들은 보통 사람이 경험할 수 없는 추억을 가지고 떠나갔다. 그리고 하나같이 즐거워했다. 비욘은 날 위해서 위험한 런던으로 갔다. 폭탄이 떨어졌을 때 비욘은 후회했을까? 안나는 날 위해서 자신을 버렸다. 그래도 행복했을까? 난 이들을 위해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이들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일이 바로 내 할 일이었다. 아렌델의 여왕이 그렇게 명령하고 있었다. 여왕의 명령은 지켜야 했다.

나는 안나를 한 번 쓰다듬었다. 어떤 감각도 없었지만, 그냥 그걸로 좋았다.

이제 더 할 말은 없어. 언니.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건 언니가 찾아야 할 거야. 내 인생 대부분에 언니만을 위한 선물을 놔두고 왔거든. 그건 언니만이 열어볼 수 있을 거야. 이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눈의 여왕만이 풀어볼 수 있게 해 놨으니까

선물?”

“18621222일 얼음성으로 가볼래? 전에 못 했던 생일 축하 파티가 있을 거야. 누가 알아보면 안 되니까 조용히 가야 해?”

안나가 말했다. 그리고 안나는 피곤하다고 하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어떤 말도 없었다. 잠이 든 것 같았다.

나는 이제 함정이라는 포장을 뜯고 안나의 선물을 열어보아야 했다. 다시 한번 아토할란으로 가야 할 일이 생겼다. 아무래도 안나가 날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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