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와 함께 딸려 있던 생일 초들은 작전이 성공했음을 알고 숨어 있던 종이곽에서 빠져나왔다.

“흐흐흐…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자는구먼. 케이크아가씨.”

케이크는 자고 있었다.

8개의 초들은 무방비한 케이크를 둘러싸듯 서서 그 자태를 감상했다. 티끌 없는 순백의 자태. 원형의 귀퉁이에는 생크림으로 모양을 내었고 중앙엔 메리크리스마스라고 써져 있는 초콜릿과 딸기로 장식을 해두었다.

케이크는 그냥 있는 것 자체로도 달달한 향이 풍겨냈다. 그것만으로도 생일 초들은 잔뜩 흥분하여 군침을 다시기 시작했다.

“아직 누구도 손대지 않은 케이크의 냄새다. 참을 수 없어!!”

초 하나가 케이크위에 올라가 크림의 냄새를 한껏 음미하기 시작했다. 탄탄하고 부드러운 크림은 아직 초도 켜지 않았는데도 따스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하아… 냄새만으로도 초가 녹아버릴 것 같아!”

이렇게 말한 초가 케이크에게 자신의 밑바닥을 꽂아 넣은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흐음”

불편한 듯 케이크가 신음했지만 깨어나진 않았다.

“저 녀석, 먼저 넣어버리다니!”

“대장이 먼저다! 차례를 지켜!”

초의 개수는 총 8개. 그 중 대장이라고 불린 초가 가장 길었다. 지금 케이크에 박아버린 녀석은 남은 6개의 초들과 같은 크기의 짧은 것이었다.

“괜찮다. 아직 초도 켜지 않았으니.”

대장이라 불린 초는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말하며 짧은 초가 케이크 속에 자신의 밑동을 박아버린 것을 흡족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대단해! 이 감촉… 너무 기분이 좋아서 넣기만 했는데도 촛불이 켜져 버릴 것 같아요!”

짧은 초의 탄성이 들려오자 남은 초들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케이크를 바라보았다.

“자, 너희들도 박아버려라. 저 케이크아가씨의 마음에 드는 곳에 너희 것을 심어버려.”

대장초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초들은 일제히 자신의 밑동을 케이크에 밀어 넣기 시작했다.

“읔… 어찌 이런 감촉이! 대장! 엄청 부드럽습니다! 생크림이에요!”

“이것이 프랑스 파리의 질감이라니… 역시 도시의 케이크는 다르네요!”

“빵 속에 생크림… 거기에 박혀 있는 딸기가 밑동을 꽉 잡아주고 있어요!”

작은 초들이 저마다 탄성을 내지르는 동안 케이크는 눈을 부스스하게 뜨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마주친 것은 자신의 몸에 일어나고 있는 끔찍한 유린의 현장이었다.

“뭐… 뭐하는 거야?”

충격에 일그러진 목소리로 케이크가 말했다. 자신의 생크림을 뚫고 저마다 케이크 빵의 단층을 뚫으며 자신의 생일초임을 과시하고 있는 그것들에게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고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상황이었기에 잠시나마 이 상황이 꿈이라고 믿어보려 했다.

“드디어 깨어나셨나. 크리스마스 케이크양.”

하지만 꿈이라고 믿었던 환상은 대장초의 한 마디로 단숨에 부셔졌다.

녀석은 케이크의 중앙에 서서 자신의 빳빳한 밑동을 ‘메리크리스마스’ 라고 적힌 초콜릿 장식에 겨누고 있었다.

“너희들은 생일 초잖아? 어째서 크리스마스 케이크인 나한테 있는 거지?”

정신을 차린 케이크가 당돌하게 말했다.

“우리들이 바꿨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어떤 맛일까 궁금해서 말이야. 이 초콜릿 장식도 꽤나 마음에 들었거든. 흐흐흐.”

대장초가 밑동으로 초콜릿 장식을 꾹 누르며 말하자 케이크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만 둬! 이건 너희 같은 놈들에게 주려고 지켜온 게 아니란 말이야!”

눈물을 글썽이며 내뱉는 케이크의 앙칼진 목소리. 초들은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으며 케이크의 불쾌와 증오가 가득 섞인 얼굴을 감상했다.

“오호~ 그래?”

대장 초는 말하자마자 자신의 밑동으로 초콜릿 장식을 단숨에 뚫어버렸다.

“끄악!!!”

충격과 고통으로 일그러진 소리. 케이크는 자신이 그 동안 지켜왔던 것을 한 번에 잃어버린 상실감과 그런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러버린 초에게 공포심을 느끼며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역시. 장식용 초콜릿은 그 맛이 다르구먼. 초콜릿이 단단해서 꽉 조여 오는데.”

“하지 마… 하지 말라고….”

눈물을 글썽이며 케이크가 말했지만 돌아온 것은 초들의 하이에나 같은 웃음뿐이었다.

“대장! 저 이제 불이 켜질 것 같습니다!”

“저도요!”

“저도!”

초들이 저마다 소리치자, 대장초가 외쳤다.

“자, 모두 불을 켜라! 케이크 소녀에게 우리들의 뜨거운 것을 느끼게 해주자고!”

“안 돼!!!”

케이크의 절규와 동시에 촛불들의 초가 일제히 켜졌다. 그건 대장초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녀석들에게…”

케이크가 눈물을 흘렸지만 초들은 빠지지 않았다. 대장 초는 여전히 케이크에 자신의 것을 박아 넣은 채로 빨갛고 먹음직스러운 딸기를 야한 눈으로 관찰했다.

“너 말은 그렇게 해도 사실은 느끼고 있는 것 아니냐?”

“뭐라고?”

케이크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반문했다.

“이 딸기를 봐라. 겨우 촛불만 켰을 뿐인데도 이렇게나 끈적끈적한 액체를 내뿜고 있잖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케이크는 자신의 딸기에게 시선을 옮겼다.

“거짓말….”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을 광경. 딸기는 과즙을 내뿜고 있었다. 그것이 촛불의 빛에 반사되어 영롱한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너도 사실 바랐던 거 아니야? 사실은 초가 꽂혀지기를….”

“아니야! 그런 적 없어!”

“오호… 그래? 하지만 촛농이 들어가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장난기어린 웃음을 지으며 대장초가 말했다. 

“초…촛농이라니, 이게 무슨….”

“당연한 거 아니냐! 초에 불이 켜졌으면 당연히 촛농이 나오는 법이다. 우리들의 촛농을 네 안쪽의 딸기가 맛볼 수 있을 정도로 가득 흘려줄 테니까!!”

“안 돼… 안 돼!!”

케이크가 고개를 흔들고 울며 외쳤다.

“대장! 촛농이 나올 것 같습니다!”

“저도요!”

“저도!”

짧은 초들이 합창하며 외친다. 케이크는 영혼을 잃은 목소리로 ‘안 돼…’만 수도 없이 반복할 뿐이었다.

“자! 모두들 이 녀석 안쪽 깊숙이 촛농을 흘려버리자!”

“예!!”

기세 좋게 흘러들어가는 촛농. 일부는 케이크의 표면에 떨어져 순백의 크림을 알록달록한 색으로 더럽혔다.

“안 돼!! 밀랍이 생겨버려!!!”

이것은 크리스마스의 악몽.

누군가는 좋은 추억이 되었던 

한 순간의 운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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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팬픽에 들어가는 내용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