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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투수코치의 인터뷰

ㅇㅇ(175.118) 2023.04.23 12:30:20
조회 64 추천 0 댓글 0
														

Q. 코칭의 재미를 느꼈던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코치가 선수에게 갖는 의미가 생각 이상으로 크다는 걸 깨달았을 때입니다. 

코치가 하는 말이 선수에게 주는 영향은 상상 이상으로 큽니다.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가 선수의 가능성을 끌어올릴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생각없이 말하고 행동한 것이 선수를 망칠 때가 더 많습니다.

사람을 지도한다는 것은 대단히 심오하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만큼 재미도 있고, 성과를 냈을 때 성취감 또한 크지요.


Q. 대학원을 거친 전후로 코칭에서 가장 확실하게 바뀐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지금 제가 선수들을 지도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되돌아보기'입니다. 어려운 말로 하자면 '자기성찰'이지요.

대학원에서 스포츠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생각하게 된 것인데, 사실 현역 시절 습관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뛸 때 일기를 쓰는 습관을 들였는데, 대학원에서 그것을 두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훈련이 된다고 하더군요.

물론 그저 생각나는대로 쓰기만 하면 그럴 수 없고, 일종의 '자서전'을 쓰는 기분으로 자기 언행의 동기와 결과 사이의 관계, 

그에 대한 내 생각 등을 함께 정리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자기 안에 또다른 자신을 만들고, 그 자신이 나를, 그리고 내가 그 자신을 보면서 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 대상(이자 또다른 자신)이 저 같은 경우는 일기였던 것이지요.


Q. 이를테면 셀프 코칭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A. 그런 느낌으로 접근하면 될 것 같습니다. 

프로에서 실제로 선수를 지도할 때에도, 선수가 자기 생각을 스스로 표현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 많은 질문을 합니다.

예를 들어 선발 투수가 있다고 합시다. 승패 결과와 관계없이 등판 다음 날, 선수와 1대 1로 대화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우선은 전날 경기에 대해 선수 자신의 생각을 묻습니다. 


객관적으로 몇 점을 주고 싶은가?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 

어제 경기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뭘 해보고 싶은가?

 

이 세 가지를 묻습니다. 

선수가 그 세 가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다 보면 그 선수의 생각하는 힘, 자신에 대한 태도,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에 대해 알게 됩니다.


표현력이란 대단히 중요한 것입니다. 

그 방법이 언어가 되건, 몸의 움직임이 되건, 자기 생각을 남들이 분명히 의식할 수 있는 형태로 표현할 줄 안다는 것은 흔히 말하는 소통 능력으로도 연결되지만, 현장에서의 경기력과도 무관하지 않지요.


Q. 그런 토론 시간에 주로 어떤 태도를 취하시나요.

A. 가능한한 많이 들으려 합니다. 물론 선수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이 떠오르지요.

하지만 일단 중요한 건 선수의 자기 주장, 자기 표현입니다. 

아무리 부족하고 잘못된 부분이 많다 해도 일단은 '응, 그렇게 생각하는군' 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선수가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데 두려움을 갖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저 역시 아직 미숙하다는 걸 매번 체감합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어, 그건 아니지' 하는 식으로, 저도 모르게 선수에게 지적을 하거나 가르치려고 든단 말이지요.

반성과 배움은 선수만의 영역이 아닙니다. 코치 또한 선수와 대화하면서 자신을 끊임없이 고쳐가야 합니다.


Q. 일반적인 코치라기보다는 카운셀러에 더 가까운 방법론이네요.

A. 맞습니다. 사실 선수들만큼 선수 자신에 대해 진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선수가 스스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 동안, 자기 자신을 스스로 고치고 가르치게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풀카운트 상황에서 결정구로 던진 공이 낮게 들어가야 하는데 그만 높게 나가서 통타되었다고 합시다.

그때 '다음부터는 낮게 던지겠습니다' 이건 아무 소용없는 이야기입니다.

'왜 공이 그 상황에서 높게 들어갔지?'

'다음에 또 같은 상황에서 낮게 던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두 가지 정도는 선수가 자기 생각, 자기 표현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Q. 초등학생이나 중, 고교 학생들도 가능할까요?

A. 가능합니다. 전문 용어는 물론 기대하기 어렵지만, 자기 감정이나 느낌을 전달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요.

예를 들어 앞선 상황에서 '그때 어떤 느낌이었니?'라고 물어보면 자기 느낌 정도는 아이들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얻어맞았다는 결과만 가지고 '그럴 때는 낮게 던져야지, 바보 녀석!'이라고 호통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이들은 그저 '예! 예! 다음에는 낮게 던지겠습니다!'만 할 수밖에 없는 거지요. 

어떻게 낮게 던지게 할 겁니까? 그건 혼내는 쪽도 모를 겁니다. 자기도 모르는 걸 가지고 왜 남한테 성질을 부리나요.


Q. 유감스러운 이야기지만, 대부분의 아마추어 현장 지도자들이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A.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린 시절부터 선수가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자기 자신의 표현으로 밖에 내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 표현은 말, 행동, 표정, 등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합니다.

표현이 서투르다? 아이들은 자기 자신에게 가장 솔직한 존재들입니다. 

그런 아이들이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건, 누군가 다른 사람들이 그 표현을 가로막았다는 겁니다. 

그것도 대부분 아이들이 저항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겠지요.

부모나 지도자들에게 아이들이 자기 표현을 못한다고 탓하기 전에 거울부터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Q. 하지만 그런 식의 강압적인 지도 방식이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A. 스포츠 심리학의 세계에서는 이미 답이 나온 이야기입니다. 전혀 쓸모없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분명히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단기 효과에 불과합니다. 

다른 사람에 의해 유발된 동기나 각성은 결국 자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래가지 않아요.


Q. 프로의 세계에서도 똑같을까요.

A. 그렇습니다. 고교나 대학 때까지 자기 스스로 자신의 동기를 만들고 표현하지 못하는 선수는 프로에 오면 더 쉽게 무너집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 프로이기 때문이지요. 

프로에 올 때까지 생각은 감독, 코치가 하고 자기는 시키는대로 움직이기만 하던 선수가 그 상황에서 어떻게 바로 자기 생각이란 걸 하겠습니까.

결국 공황 상태에 빠져서 갈팡질팡하다가 무너집니다. 

이런 선수들은 대체로 아무리 강렬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해도, 프로에 오면 일정 기간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훈련부터 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 속 대부분의 프로 지도자들은 '폼이 어떻다, 몸이 어떻다' 같은 기술부터 박아넣으려고 듭니다. 당장 실적을 내야 하거든요.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상황에서 익숙하지 않은 기술까지 배우며 선수들이 무너지는 겁니다.


Q. 학생 시절 어떻게 배웠느냐가 평생을 가는 셈이군요.

A.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행동한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배워야 사회에서나 프로에서나 보다 수월하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코치 입장에서는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선수의 그런 능력을 자극하고 끌어올리고 싶습니다.


Q. 그래도 코치 입장에서는 마냥 이야기만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선수를 꾸짖어야 할 때도 있을 텐데요.

A. 글쎄요. 제가 화를 낼 때는 많지 않습니다만, 역시 마음이 떠난 게 보일 때에는 화를 내게 됩니다. 

이를테면, 태도를 보면 기량과는 별개로 진심을 다하지 않는 게 보일 때가 있어요.

하지만 그럴 때도 무턱대고 '정신을 어디에 빼놓은 거야, 바보 녀석!' 이러면 안됩니다.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그럴 수도 있죠. 

화를 내야 할 때는 가급적 해당 선수와 저, 단 둘만 있는 상황을 먼저 만들어서 선수가 '코치가 뿔이 났구나' 하고 미리 생각하고 대응할 시간을 갖게 하려고 합니다. 다른 선수들 앞에서 노골적으로 어떤 선수를 꾸짖으면 그 선수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가지, 가능하면 기술적인 문제로는 화를 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실패는 성장의 재료이기 때문에, 실패가 많다고 해도 그만큼 성장에 필요한 재료가 늘어났다고 생각하고 들어가야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되거든요.


- 본캐 감독 요시이 마사토의 작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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