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졌던 6월 17일 토요일

먼 친척이 결혼하여 아버지가 서울에 오셨고

우리 집에 모시고 얘기하며 놀다 " 야구보러 갈래요? " 라는 말에

아버지가 방긋 웃으시며 " 가 자 " 하셔서


Sk 랜더스 파크에 급히 가게 됐음.

(사실 내가 가자 해놓고 네이버 찾아보니 선발 김광현이길래, 아! 김광현이다. 가면 무조건 진다! 했지만 아빠가 내가 가면 이긴다. 박세웅 잘 한다고 가자 하셨음)



유강남이 홈런도 치고, 전준우 주루사 걸릴 때 김민석이 홈으로 들어오고 안타 하나에, 점수 한 점에 아빠가 해맑게 웃으셨고 응원지정석이라 계속 일어나 서서 율동하는 것도 곧잘 따라하며 힘들어하지 않는 모습에 가슴이 미어지더라.



첫 자리 시야가 너무 안 좋아 살짝 올라가 스카이 박스 옆 구석에서 서서 야구 봤는데, 2시간 30분을 서 있어도 즐겁다며 너무 재밌다고 다리도 안 아프다고 운동 된다며 좋아하시던 모습에 기분이 너무 좋았음.



또 엄마한테 계속 전화해서 내 애들이랑 야구장 왔다고 자랑자랑 하시는데 백발이 되어가며 60이 넘은 아빠가 얼라 같이 좋아하던 모습 보니 너무 좋더라.



내가 10살 때 까지만 해도 자주 야구장 가다가 근 25년만에 오게 됐으니, 아빠도 많이 신났던 것 같다.ㅎㅎ



5대1로 이기고도 있었고 아빠랑 함께할 시간은 짧기에 일찍 나가자 했음. 어릴 때부터 아빠가 8회만 되면 나갔기에 나도 8회 쯤 자주 나감. 차도 막히고 사람도 많고 복잡하니까 ㅎㅎ 나가는 길 1층에 인생네컷도 있길래 찍고 나옴.ㅎㅎ

그리고 연안부두어시장 갔음.
가는 길에 아빠가 "내가 이긴다 했다이가? 설마 저걸 지겠나 "했는데 졌음. 나중에 점수 보니 시발? 5대8??

" 아빠? 졌는데? "

" .... 뭐 맨날 꽁등했다이가 "

근데 "우리가 이길 때 나왔으니 이긴 거라 치자!" 며 정신승리함.


그러다 문득 생각나는 게, 아빠가 퇴근하며 집에 들어올 때 내한테 항상 물어보시던 말이 있었음.

" 오늘 롯데 짔나? "

" ... 그래도 이시온 안타 하나 쳤다 "

우린 암흑기가 존나게 길었으니 저 멘트가 생생함.

참고로 같이 사는 동거녀,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동거녀는 아직도 안타를 모르는 여자. 이번에 그렇게 며느리를 좋아하는 아빠도 열심히 설명 해 줬으나, ???하는 표정. 아빠는 " 몰라도 된다" 하며 끝내 이해하려함. 야구 규칙은 모르지만 응원가 다 외우고 율동 역시 외우는 중. 야구장을 안 가도 롯데 응원가 부르는 여자. 하지만 유강남이 2점홈런 치고, 홈런 기념 애프터 응원을 다 끝내고 롯데의 공격마저 끝나도 왜 우리가 2점이야?하는 여자임.

멍청해도 연봉 1억넘는 멋진 여자라 나는 다 이해함.
그깟 공놀이 모를 수도 있지.

ㅡ 박세웅 얘기.

아버지가 그래도 나름 부산 바닥에서는 알아주시는 분.
고위 공직자였기도 하고.


어느 날, 나름 한따까리 한다는 사람들끼리 연산동에서 식사하는데
박세웅이 그 식당을 옴.

아버지 지인이 반가워하며 맥주 한 잔 건냈으나

지인 이라는 넘은 지도 살면서 거절을 잘 안 당해봤는 지, 때구가 있었는 지 끝까지 권했지만

박세웅이 시즌 중에는 절~~~~~~~대 술 안 마신다함.

그 모습에 술 권한 지인이 박세웅 테이블 계산해 줬다 함.

무튼, 아빠가 인천에 롯데팬들이 뭐이래 많노? 하며 응원 광경을 신기해하고 안타 하나하나에 어퍼컷 날리며 우리랑 하이파이브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함ㅎㅎ 그 때 나는 " 고향이 그리운 팬들이 롯데 하나 응원하며 그 마음을 달래는 게 아니겠나? " 라고 말하기도 함.

또 한동희가 그렇게 말아 쳐먹어도 "이번엔 한동희가 하나 쳐주겠지!!"
" 이번엔 한동희가 하나 친다! "

2사 만루 때 후라이 치고 나서도 " 아, 아쉽다!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은갑다 " 하시던 모습에 살짝 반성하게 됐음.

나는 렉스가 볼넷 얻고 나갔을 때 " 아 씨발 한동흰데. "
" 아 씨발 한동희, 아 한동희 씨발년, 개씨발년" 하며 욕이나 짖어댔었거늘..

그래도 개씨발 꼴데 새끼들 덕분에
지든 말든 기분이 너무 좋았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