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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글 핫산] 돌아와, 마주하다 -1-

페코쨔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10.10 20:33:30
조회 733 추천 13 댓글 4
														

이거에 혼자 영감얻어서 써봄

야설아님





그녀, 엔도 치사토에게 있어 그날은 여느 날과 마찬가지의 일상이었다.

 

떨어진 생필품들을 사기 위해 인근 마트에 들렀을 때

특별 세일을 하고 있는 물건들과 맞닥뜨려 예상외의 지출을 한 것 빼고는 특별한 것 없는 날.

별 것 아닌 일이지만 굳이 언급하자면 핸드폰을 집에 두고 나왔다는 것이다.

 

……나나미?”


그리고 양손 가득, 봉투를 담아들고 집에 도착했을 때.

두고 온 핸드폰에 착신되어온 여러 통의 전화는 동일인물에게서 온 전화.

착신된 번호는 자주 연락하는 친구의 것이었기에 이상하게 여기진 않았다.

 

나나미는 옛날부터 호들갑을 잘 떨었다.

애가 둘인 나이임에도 옛날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채다.

하지만 이렇게 전화를 걸어왔다니, 무슨 일인가 싶어 치사토는 착신된 번호로 전화를 건다.

 

치쨩!

 

미안, 집에 전화를 두고 나왔어.”

 

수신음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이름을 불러오는 것은 귀에 익은 친구의 호들갑스러운 목소리.

 

무슨 일이야?”


치쨩, 빨리 TV! TV 틀어봐!

 

?”

 

다급한 목소리가 TV를 틀어보라 다그쳐온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스캔들이라도 터진 것일까?

나나미라면 충분히 흥분할만한 화제겠지만 굳이 자신에게까지 전화를 걸 필요가 있었을까?

 

전차도 결승! 빨리

 

쓰라림이 가슴 한복판을 뚫고 지나가는 건 아주 잠깐이었다.

 

나나미, 나 전차도 그만둔 지 오래됐어. 알잖아.”

 

빨리! 지금 나오고 있으니까!

 

말 그대로 그런 것과 인연을 끊은 지 오래다.

그걸 잘 알고 있을 텐데 채널을 돌려보라 재촉하는 것일까?

빨리, 빨리를 외쳐대는 통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그리고 채널을 돌리자마자 스크린에 떠오르는 것은 포화를 내뿜고 있는 전차 한 대.

3호 돌격포, 통칭 삼돌이.

굳이 자세히 살피지 않아도 그 이름을 떠올릴 수 있다.

 

지금 보고 있는 거지?


삼돌이가 나오는데.”

 

치쨩, 리액션이 약해! 잘 좀 보라구!


 아우성에 등 떠밀린 시선이 TV 화면을 훑는다.

 

…….”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엉덩이를 내밀고 있는 하마, 묘한 센스의 마크가 새겨져있는 삼돌이.

그것에 찍혀있는 학교의 마크는 그녀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이었다.

치사토는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며 TV 스크린 귀퉁이에 적혀있는 자막을 쫓았다.

 

오아라이 전차도부 부! 활! 그야말로 결승까지 파죽지세야! 놀랬다구! 나도 지금 인터넷 실황으로 보고 있어!

 

그럼 저 삼돌이는?

 

당연히! 우리가 탔었던 삼돌이지!

 

말문이 막혔다.


세월에 묻혀 사라져버린 자신의 기억.

자신의 손으로 그 관을 닫고, 위에 흙을 덮었다.

그렇게 20년의 시간을 살아왔다.

자연스럽게 잊어버려서 떠올려내는 일 따윈 없었다.

 

삼돌이, 4호 구축 격파!

 

그런데 지금

 

다른 애들, 미랑 윳코는 지금 거기로 가고 있대!

 

자신의 손으로 묻어버렸던 옛 기억이 자신의 눈앞에 나타나 생생히 움직이고 있는 지금


나도 사는 데만 가까웠어도 직접 보러 갈 텐데! 부러워! 샘나 죽겠어!

 

눈 앞에 나타난 그것에게, 자신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하는 걸까?

 

, 버퍼링!? 하필 이런 때에! 여기 인터넷 완전 구려!

 

어떤 말을 내뱉어야 할까?


저기 치쨩. 녹화 좀 해줄 수 있을까? 치쨩? 듣고 있어?

 

20년 전, 모교의 사라졌던 전차도부가 부활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탔던 전차가 움직이는 것에 감격하여 평소보다 호들갑을 떠는 친구.


반면 치사토는 들뜬 기색 없이 움직이는 전차에 시선을 두고 있을 뿐이었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똑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더라도 반응은 다르기 마련이다.

누군가에게는 그립고 아련한 추억일 것이, 누군가에게는 가슴 아픈 기억일 수 있다.

 

 


엔도 치사토에게 20년 전의 기억은 그런 것이기도 했다.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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