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여러모로 아쉽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야구팬이 뿜어내는 열기는 최고다. 하지만 시설이 프로야구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라커룸 샤워시설에 온수가 나오지 않고 인조잔디 상태도 적합판정을 내리기엔 부족하다. 수차례 보수를 했지만 LED 조명탑 외에는 특별함이 없다. 한화의 두 번째 홈구장 청주구장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취지는 좋다. 충청지역을 연고지로 삼은 한화 구단이 최대한 많은 팬에게 야구관람의 기회를 주는 것은 프로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미비한 시설에서 반드시 프로야구 경기를 치를 필요는 없다. 경제적 관점으로 봐도 한화가 1만3000석 규모의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대신 1만석 청주구장을 사용하는 것은 손해다. 선수들이 부족한 시설로 인해 컨디션 관리에 애를 먹는다면 그냥 대전에서 한화 홈경기를 진행하는 게 낫다. 

청주구장에선 선수단 기본루틴부터 깨진다. 온수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선수들은 훈련을 마친 후 씻지 못하고 경기에 나선다. 경기에 앞서 이너웨어와 유니폼을 갈아입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경기가 끝나면 신속하게 버스에 올라 씻기위해 숙소로 향해야 한다. 보통은 경기 후 라커룸에서 샤워를 마치고 식사를 한 후 숙소에서 하루일정을 마무리하지만 청주에선 일정이 복잡하게 돌아간다. 선수단을 수용할 수 있는 호텔도 부족하다. 현재 청주에서 주중 3연전을 치르고 있는 한화와 LG 모두 청주구장에서 30~40분 떨어진 호텔을 사용한다. 땀이 흥건한 상태로 30분 이상 버스를 타야 숙소에 들어가 겨우 씻을 수 있다. 경기 내내 공을 받고 던지는 포수에게는 그야말로 고역이다.

롯데와 삼성도 한화처럼 이따금씩 두 번째 홈구장에서 경기를 치른다. 각각 울산 문수구장과 포항구장에서 일 년에 7경기 내외를 소화한다. 문수구장과 포항구장은 건립된지 5년 정도 지난 신식구장이다. 규모는 작지만 샤워시설을 비롯한 기본적인 선수단 시설이 잘 갖춰졌고 관람석 시야도 확 트여있다. 잔디 상태도 청주구장보다 괜찮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3년에는 포항구장에서, 올해에는 문수구장에서 올스타전을 기획했다. 규모는 작아도 기본 시설이 받쳐주기 때문에 정규시즌 최대규모 축제를 해도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청주구장이 한화 두 번째 홈구장으로 남기 위해선 문수구장이나 포항구장 수준으로 시설을 향상시켜야 한다. 기본적으로 온수는 선수단에 제공해야 한다. 

지난 19일 청주구장에선 눈살을 찌푸리게하는 몇몇 관중의 기행이 벌어졌다. 경기 중 외야석에 있는 관중이 LG 외야수에게 음식물을 집어 던졌고 9회말 2사 후에는 관중 두 명이 그라운드로 난입했다. 19세 남자 청소년 두 명이 “홈팀인 한화가 경기에 져서 화가 났다”는 이유로 경기 진행을 방해해 경찰에 연행됐다. 미비한 시설에 관중 사고까지 발생한 올시즌 첫 번째 청주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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