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과 LG는 홈구장을 공유하는 ‘잠실 라이벌’이다. SSG는 지난해 창단 이후 롯데와 ‘유통 라이벌’로 통하고 있다. LG와 삼성은 한때 ‘전자 라이벌’로 불리기도 했다.

한화와 롯데는 ‘라이벌’로 엮일 만한 특별한 고리가 없다. 그런데 두 팀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자주 묶이곤 했다.

롯데는 1982년 프로 원년 이후 최하위를 가장 많이 한 팀이었다. 2019시즌을 마칠 때까지 9차례나 팀 순위표에서 바닥으로 처졌다. 한화는 1986년 빙그레 이글스라는 이름으로 뒤늦게 리그에 합류하고도 올해로 팀 통산 9번째 최하위 시즌을 남기며 불명예 기록 타이를 이뤘다.

두 팀은 최근에도 팀 순위 바닥권에서 위·아래로 붙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3년 성적도 한화가 승률 0.340(141승 17무 274패)으로 최하위 지표를 보인 가운데 롯데는 승률 0.477(200승13무219패)로 분전했지만 9위에 머물렀다.

롯데와 한화는 이번 겨울 같은 곳을 보고 달려가고 있다. 투 팀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레이스를 해왔다. 롯데는 이를 ‘프로세스’라고 불렀고, 한화는 통상의 ‘리빌딩’ 구호 속에 흐름을 이어갔다.

두 팀은 이번 스토브리그는 결과를 내기 위한 선명한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팀들로 분류되고 있다. 이미 두 팀은 물밑 시장에서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화는 포지션 구분 없이 전체 시장에서 전력에 플러스가 되는 앞순위 선수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롯데는 주전이 불투명했던 포수 자리를 확실한 보강하기 위해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팀은 올해 FA 시장에서 몸놀림을 가벼운 편이기도 하다. 내년 시즌 적용되는 샐러리캡 규정에 따라 그간 FA 시장에서 ‘큰 손님’으로 통했던 몇몇 구단들은 움직임이 둔화됐다. 이 중 한 구단 관계자는 “구단별로 선수별 옵션 적용까지 다 마무리해야 샐러리캡 규모가 정확히 나올텐데 지금 봐서는 110억~115억원선이 될 것 같다. 다른 해보다 (FA 영입) 결정 단계까지 계산이 복잡한 상태”라고 말했다. 샐러리캡이란 돌발 변수가 올겨울 두 팀에게는 거의 영향이 없는 상태다.

두 팀은 FA 시장 접근법 외에도 코칭스태프 구성과 트레이드 등을 통해서도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 롯데는 전보다 훈련에 더욱 중점을 둔 배영수 투수코치를 영입해 실전용 투수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한화도 이대진 수석코치와 김정민 배터리코치 영입 등 명망 있는 타구단 출신 지도자를 가세 시켜 코칭스태프 구성에서부터 유연함을 보이고 있다. 모두 팀 성적을 내기 선택이었다.

한화와 롯데가 FA 시장에서 동시에 도드라진 적이 없지는 않다. 2016시즌을 앞두고 한화가 외부 FA 정우람과 심수창을 외부 영입하고, 롯데는 손승락과 윤길현을 새 식구를 맞기도 했다. 그해 한화는 7위, 롯데는 8위에 그쳤지만, 올해 두 팀은 그때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두 팀이 실제로 반등한다면 프로야구 전체 구도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는 것과 다름 없다. 스토브리그부터 지금의 기조가 성공으로 이어진다면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