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에서 성적 안 나오는 신입들 계속 박고 기용해주는 것도, 누굴 편애해서가 아니라.

어차피 2군에 마땅찮은 대체 선수도 없는 상황에서 차라리 신입이라도 박고 키워보자는 생각이었을 거 같고.

대타 잘 안 쓰거나 투수 운용이 좀 비효율적이었던 것도

본인 임기 중에 어떻게든 1승 챙기기보다는 타자에게 한 번이라도 더 기회를 주고

무리한 연투를 막아서 투수 부상을 방지하는 차원이었다고 생각함.

건강 야구란 게 감성적인 차원에서 한 게 아니라, 최대한 전력을 육성하고 보존해서

나중에 윈나우 시기가 왔을 때 뎁스를 두껍게 해두기 위한 비축야구였다고.

 실망스러운 순간도 더러 있었지만 나쁜 성적에도 수베로의 운영을 인내할 수 있었던 건.

적어도 본인의 이런 육성이라는 기조 하나만큼은 일괄되게, 나름의 성과와 함께 보여줬기 때문이었음.

모기업에서 돈을 안 써서 선수단 연봉이 거의 최하위 수준이었던 것도 있고.

손혁 단장은 지금 육성과 비축을 끝내고 '이기는 야구'를 하겠다고 공언하며 수베로와 주변 코치진을 경질시켰는데.

나는 지금이 과연 적절한 시기인지 의문이 든다. 부화 준비가 덜 된 알을 깨트리려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고.

더군다나 본인이 고집스럽게 기용하는 오그레디의 성적을 보면 손혁의 모든 행동에는 그냥 믿음이 잘 가지 않는다.

승률이라는 성과에 조급해져서,

투수를 혹사시키거나 미래 전력자원을 타팀의 즉전감과 바꾸는 무리한 행동만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지난 2년간 인내하며 쌓아온 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았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