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 오스트 영원한 기억이 흘러나오는 그 순간
딱 한소절만에 하던 것을 멈추게 되더라고.
다시금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걸렸다.

잠시 잊고 살았었어. 살아가는게 바빴거든.
하지만 항상 내 안에 영원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드라마였지.
아니다. 드라마라는 단어로는 조금 부족한 것 같아.

나한테는 아직 정후가 영신이가 민자씨가 문호가 사부가 내가 사는 세상 어딘가에 다 살아있는 것만 같거든.
컴컴하고 길고 긴 좌절을 맛보던 시기에 만난
어쩌면 나에게는 유일한 안식이었던 드라마.
잡생각에서 잠시 벗어나려고 틀었던 드라마였는데
내 가족 내 친구 학교 선생님 선배들 누구도 해주지 못한 따뜻한 조언과 격려였다.
살아나갈 힘이었고,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포옹.

세상과 모든것을 끊어내고
벙커에 숨어들어 잠만 자는 정후에게
영신이가 찾아와
곧 의식이 꺼질것만 같던 정후를 안아줬을 때.

나는 처음으로
실수만 하고 겁쟁이인 나를
용서할 수 있었어.

그 장면의 모든 것이
나를 살라고 하는 것 같았다.
괜찮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 경험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밤도 낮도 아닌 시각.
감성과잉으로 적어내려가는 글이지만
소중한 기억을, 영원한 기억을
힐러를 좋아했던 너희와 나누고 싶었어.

혹시라도 지금 이 순간 어떤 일로 힘들고 아픈 누군가가 이 글을 본다면
이렇게 말해줄게.

나 믿어봐요. 다 지나가요. 내가 해봤어요.

알약이들 모두모두 좋은꿈만 꾸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