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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마지막....양산형 무협 달립시다.

다정독서가(211.216) 2007.08.21 03:01:09
조회 372 추천 0 댓글 5

5. 미인과 아이와 노인은 건드리지 말 것.

깨고보니 머리가 무진장 아팠다. 제기랄 소홍주는 엄청 좋은 술이라더니
숙취는 똑같았다. 시원한 물이라도 한 잔 마셨으면 좋겠는데,
싸구려 객잔의 수준이 다 그렇듯, 자리끼는 없었다.
비틀거리면서 일어나서 일층으로 내려가서 해장국을 주문했다.
대두황권탕이라고 떡하니 적혀있지만,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그냥
콩나물국이다. 콩나물국에 구리문 다섯돈이라니 역시 소림이라는
명사찰 근처의 목좋은 객잔이라 그런지 시설은 삼류인데 가격은
일류였다.


일류의 솜씨라곤 전혀 가미되지 않은 콩나물국을 퍼먹으면서
주위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도망자에게는 정보란 금과 옥같은
것이라서 난 어디서건, 내 자신의 모습을 숨기면서 주위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기술을 이미 몇 해전에 터득했던 것이다.
유흥가의 외곽지역에 있는 객잔이라 그런지 유흥업 종사자들이
많았다.

여러 사람들의 말들이 오갔지만, 관심을 끄는 내용은 단연
퇴기 한명과 그 아래 군번인 듯한 나이가 좀 든 기녀 두명의
대화였는데, 내가 그 대화에 관심을 가진 건 그들의 이야기
속에 내가 아는 이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글쎄, 언니, 청월루 자오련이가 빠꾸먹었다니까는.. 무슨 소리야"
"빠꾸 먹은 건 아니라던데...나중엔 자오련이 볼려고 막 난리쳤
다는데..."
"아니야, 언니, 내가 들었는데, 그 왜... 거기 주방삭순이 중에,
왜 있잖아..요요라고...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애 있잖아..."
"아..그...누군지는 알겠다...그런데 왜.."
"별채에 음식을 차리러 그 애가 들어갔다가 그 자오련이도 필요없다고
그 요요만 있으면 된다면서 금화 다섯냥을 썼다는거야..
이건 내가 청월루 침모에게 들은 이야기니까 틀림없다고.."

"그래, 그 미친 x은 어떻게 되었데..."
"어..그냥 그러고 있다가 자오련이 불러오라고 하다가. 그냥 갔다는데.."
"완전 봉이네..봉이야..."
"그런데...완전 웃긴 건 그렇게 되고 나서, 자오련이는 막 신경질내다가
오늘은 어느 방에도 들어가지 않겠다고 난리쳤고,
청월루에는 요요 보겠다고 현 지휘도부사 둘째 아들이 떡하고
자리잡았다고 하더라고..."
"아, 그 여자만 보면 못 넘겨서 난리친다는 그 망나니 새끼..."


역시 돈은 무서웠다.
술김에 금화 다섯개를 포기해버린 내 병x같은 행동은 오해를 불러일으켜
식순이에 불과했던 요요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었고, 얼굴도 못본 자오련
이란 기녀에겐 일급기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상황을 불러 일으켰다.
아무리 생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난 금화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남아있지 않은 건 아니지만, 금화 다섯개는 정말로 큰 돈이었던 것이다.

제대로 된 대접도 못받고 병x처럼 술에 취해서 날려버리기엔
너무나 아까운 돈이었다. 그 돈만 있으면 적어도 강호공적의 아버지와 어머니로
남은 생을 살아야 하는 부모님에게 고기근이라도 사드릴 수 있을 돈인데,
못난 아들 먼저 보내고 자셔야 할 술값이라도 드리고 가야 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내가 찾아간 곳은 청월루였다.
청월루로 가는 길을 걷다가 난 내게 수많은 시선이 꽂히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남의 시선에 민감한 탓이겠지만, 내가 왜 시선을
받아야 하는 지에 대해 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난 밤거리에서 왈짜패로 젊은 시절을 보낸 놈이다.

술집에서 제일 병x으로 취급받는 것이, 돈을 너무 쉽게 쓰면서
챙길 것은 잘 못 챙기는 봉인데, 내가 어제 한 꼴이 바로 봉중에서도
특급 봉이 한 짓이었기 때문이다.
역시, 독하지 않으면 사내가 될 수 없는 법이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나는 황금 30관짜리 현상금이 걸린
강호공적이 아니라, 그저 물정을 잘모르는 부잣집 내논 아들정도로
여겨지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원래 사람은 한가지 선입견을 받게 되면 다른 쪽으로는 생각되어지지
않는 법이다.
뭐 그 점은 다행이었다. 내일 모래면 다 끝장이 나버릴 인생이니까.
적당히 넘어갈 것은 넘어가지 뭐...
이제 와 따지고 싶은 생각도 없다.


청월루의 문을 다시 두두렸을 때 걸어나온 남자는 어제와 같은
문지기였지만, 문지기의 신호를 받고 내 앞에 선 남자는 공총관이
아니었다.
하긴 이런 곳에서 횡령은 중한 죄니까 쫓겨가거나 죽었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 쥐상의 남자는 빠짝 말라있는 내 모습과 비슷해서
웬지 거부감이 들었다.

원래부터 난 거구의 사내들을 좋아했었다. 내가 거구였을 때도 그랬고,
말라버린 지금도 마찬가지다.
사내든 술이든 좀 양이 있어보여야 듬직한 법이다.
"예이, 나리 오늘도 오셨군요. 오늘이야 말로 자오련이를 불러올릴깝쇼?"


"자넨 성이 뭔가..?"
"서가입니다요.."
"하긴, 쥐새끼처럼 생겼으니까 서가가 맞긴 맞겠군.
어이 쥐총관, 루주를 만나서 내가 할 말이 있는데 말이야. 루주를 불러줄수
있겠나"
"루주님을요..."
"아니면, 자네가 재정문제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위치에 있나? 그러면
자네랑 이야기를 해도 상관은 없네만..."
"그럼 안으로 드시지요. 일단 제가 들어보고 제가 감당할 수 없는 문제면
루주님을 부르도록 하지요..."
"그러지뭐....소홍주말고 숙취가 덜한 술은 없나. 머리 한쪽이 날아가 버리는
줄 알았거든..."
"백화주로 대령합지요..."


"그러니까. 나리께서 하고 싶은 말은, 어제, 루에서 쓰고 가신 다섯냥의
금화 중, 실제로 대접받은 부분이 술과 음식 뿐이었으니까 돌려주면 좋겠다는
말이시네요."
"그래, 아무리 도의가 땅에 떨어진 요즘 세상이지만, 그래도 그런 식으로
손님을 대한다면, 아무리 나같은 봉이라도 청월루라면 그쪽으로 오줌도
싸고 싶지 않아질 것이 아닌가... 내가 자고 나서 잠깐 여기오는 동안
소문을 들으니까, 나는 봉이 되어버렸고, 청월루는 악덕기루가 되어있었다네..
자네도 귀가 빠르게 생겼는데, 그 소문을 못 들은 건 아니겠지.."
"이런 일은 선례가 남으면, 영 좋지 못해서 말이지요...
어제 사건은 들어보니, 손님이 껄껄껄 웃으면서 호탕하게 나가셨다고 하던데..
깨고보니 아깝다는 것은 누가 생각해도 손님 잘못 아니겠습니까..
일구이언은 이부지자라던데....손님, 혹시 아비가 둘이십니까?"

"거참 매끄러운 입심일세 그려...쥐총관, 자네가 공총관보다는 낫군...
좋군, 그래...그러면 금화 한개라도 돌려주게, 자오련이가 들어오는
요금이 네냥이라면서, 공총관이 뜨내기 손님인 나를 상대로 사기친
그 한냥이라도 돌려주게, 그건 정당한 내 돈이 아닌가...
어제 일은 내 잊겠으니, 부당이득으로 취한 루의 소득은 원 주인인
내게 돌려주는게 정당한 일 아니겠는가..."

"손님, 너무나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어제부로 공총관은 우리 루의
사람도, 세상에 있는 사람도 아니라서 말입니다. 종업원의 부정한 일까지
루가 책임을 진다면 이또한 좋지못한 선례로 남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냥, 멀리 저 세상 간 사람, 위패에 놓을 지전이라고 생각하시고 잊으면
안되겠습니까. 손님..."
"허허, 이젠 위협인가... 좋네, 그까짓 돈 내겐 있으나 마나 한 돈이니까..
하지만, 쥐총관, 내가 하나 알려줌세.
자네가 생각하는 그 대단한 루의 규칙은 루를 운영하는 루주나, 루에 근무하는
기녀와 하인들이나 자네같은 총관에게 엄정하게 적용해야 하는 것일세,
하루밤의 근심을 털려고 위안을 받으려고 오는 손님에게 그 같은 규칙을
내세운다면 그것은 손님을 대하는 주인의 태도가 아닐세.
루가 성세를 잃고 나서야 알게 될텐데.....여기 루주도 안되었군....
그럼 난 일어서보겠네...."
"예이, 나리, 멀리 못나가겠습니다...."


좀 더 진상을 피웠어야 하는데, 진상을 피우면 피울수록 주목을 받을 것 같아
성질대로 못하고 청월루의 문을 나서면서, 난 정말로 기분이 상했다.
"씨x, 진짜 잘먹고 잘살아라.....뭐가 이딴 기루가 다 있어..."
속으로 해도 될 욕을 입에 담으면서 욕설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을 누리고 있는데,
뒤에서 한 여인이 와서 고개를 숙이고 내게 큰절을 하는 것이 아닌가...


"대인, 어제 대인 덕택에 기적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 요요가 아니라 이젠 진초롱입니다. 대인, 내일 저를 찾아주시지 않겠습니까.
내일 대인께서 제 머리를 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뭐, 그럴 꺼 까지야 있나....그저 열심히나 살게, 착하게 살진 말고..
재수없으면 사람을 구해주려다가도 원수로 몰리는 세상이니까 말이야."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이번엔 청월루의 문 앞을 가로막고
대형 4두 마차가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뭐여, 저건 또...."
신경질이 났다. 제기랄 있는 돈 쓰려고 나선 길이 왜 이렇게 꼬이는거야.
에이 퉤..침을 뱉고, 옆으로 피해가려는데 화려하게 장식된 마차의 문이 열렸다.
"저기, 당신이 어제 내가 필요없다고 한 그 무레한인가요..?"
아, 자오련이구나...뭐, 그다지 이쁘지도 않은데....
뭐가 뛰어나길래 하남최고라는 소리를 들을까...

"너, 밤에 잠자리 솜씨가 좋으냐?"
난 정말로, 궁금해서 물었다.
하지만, 나란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놈이 아닌가.


"뭐라고. 너따위가 누구를 모욕하느냐!!!"
하긴, 저렇게 큰 마차를 일개기녀가 타고 있을리가 없지...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내게 소리친 놈은 일급기녀 자오련이를 넘어뜨려
보려고 애가 잔뜩 타 보였다.
"당신은 누구요"


얼굴이 씨뻘개 지더니 그 대춧빛 얼굴의 사내는 내게 말했다.
"저런 씹어먹을 새끼가...내가 대중표국의 국주 마일충이다!!!"
이런 x같은 경우가 있나...
대중표국은 소림의 속가가 운영하는 곳이다.
소림 3대 속가제자중의 하나인 대력패권 마일충을 건드리다니...
미녀와 노인과 아이는 건드리지 말라는 뒷세계의 말을 잊은 것이 실수였다.
-물론, 제일 건드려서 안되는 건, 운기조식에 빠진 노승이다. 빌어먹을-
에이 씨x, 뭐 어떻게든 되겠지..
난 대력패권 마일충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6. 생긴대로 사는 것이 장땡

 

나는 노려봤다지만, 상대는 그렇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았다.
"네, 이놈, 니가 그렇게 불쌍한 눈길로 나를 바라본다고 해서
내가 용서할 줄 아느냐, 당장 무릎을 꿇고 자소저에게 용서를
빌어라. 이놈."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제일 재미있는게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는데, 이건 대력패권
마일충이라는 이 근처 최유력 인사 및 최고 고수와, 어제
갑자기 나타나 색주가 최고 기녀인 청월루 일급 자오련을
물먹인 사내의 대결이니 오죽 재미있을까.

사람이 많아지자, 난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나같은 도망자는 일단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하면 불안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난 망할놈의 소림성승을 도와주려했던
선행의 댓가로, 잘나가는 뒷골목 깡패에서 도망자라는 신분적
추락을 물론이고,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라는 정신병을 얻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생긴대로 살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한순간 살짝 돌아서
기분에 착한 일을 하려고 했던 결과가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이다.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 제일 좋은 방법은 내가 자오련이라는
기녀에게 일단 빌고, 자오련이 그걸 받아들이는 것이지만,
상황상 그것이 힘들어보였다.
여자앞의 남자는 자기의 힘을 과시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대력패권이라는 남자의 강함은 과시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저렇게 분위기를 잡고 앉아있는 것은
너같은 건 일장에 쳐 죽일 수가 있다. 그러니까. 재빨리 눈치채고
내게 무릎을 꿇고 빌어라. 자소저 앞에서 눈물콧물 짜면서 빌고
또 빌어라. 그렇다면 내가 아량을 보여주면서 사건을 마무리짓겠다
는 묵시적 의사표시인 것이다.

더러운 것은, 그러한 상황을 자오련이라는 저 계집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남자를 다룰 줄 아는 년인데다, 남자를 이용할 줄도
아는 년인 것이다.
빌어먹을, 어느 면을 봐도 내가 불리한 일 뿐이었다.
나란 놈은 왜 이다지도 재수가 없는지,
하늘은 사람을 내릴 때, 그 가진 복을 누구나 비슷하게 준다는데,
난 누가 내 복을 홀딱 다 써버렸는지,  일생이 찌질이 궁상인 것이다.

그냥 눈딱감고 빌어줘?
마음속으로 타협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 마지막 외유인데, 소림사로 들어가기 전에 소림의
주요 인물과 척을 질 필요는 없지...빌어주자. 제길 빌어주는 거야.
난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한쪽 무릎을 꿇었을 때였다.

눈을 살짝 떠서 보고 있으려니까, 자오련 그년은 지가 그러면 그렇지
라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고, 어금니를 꽉 깨물고, 한쪽
무릎을 꿇는 나를 구경꾼 들 중 힘없는 남자들은 차마 못보겠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있었으며, 청월루의 수위무사는 대력패권을 향해
입모양으로만 욕을 하고 있었다.

"나으리, 대력패권 나으리.."
무릎을 거의 다 꿇었는데, 옆에서 큰 소리가 나서 보니까.
요요라는 어제 그 시비에서 이젠 기녀가 된 진초롱이 비단궁장에
흙을 온통 묻히고서 내 옆에 엎드려 있었다.
"대력패권 나으리, 이 분을 용서해 주소서, 이 분이 어제 자소저를
거절한 것은, 다름 아닌 못난 제가 이 분의 어머니를 닮아 그러셨다고
합니다. 제가 용모가 뛰어나서도 아니고, 자소저의 미모야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는 것입니다.

대력페권 나으리, 나으리는 하남 전역에 그 큰 덕과 높은 무공으로
이름이 나신 분입니다. 나으리께서 무공을 전혀 모르는 일반인에게
무공을 쓰시는 것은 나으리의 높고 높은 명예에도 불명예를
끼치는 일입니다. 제발 용서하여 주세요.."

눈물을 철철 흘리는 진초롱의 얼굴을 아름다웠다.
붉은 궁장에 깨끗한 흰얼굴이 청월루의 문 앞에 달린 홍등에
얼굴이 비쳐서 연분홍빛을 띄었는데, 흔들리는 홍등의 불빛에
눈물이 산란되서 반짝거렸다.

거대한 마차를 끄는 4두 마차의 마필들의 거친 숨소리만 들릴뿐,
그 시끄러운 색주가의 거리는 그녀의 울음소리만으로 가득했다.
옆에서 싸움을 구경하고 있던 한 왈짜패 녀석이 말했다.
"와....예쁘다...."

그 한사람의 말은 점점 더 퍼져서,
"와, 저 애가 저렇게 예뻤어..."
"저, 남자가 자오련을 거절한 이유가 있었네....저런 아이라면
나도 자오련을 거절하겠네...안그래...자네..침좀 닦게..그게
뭔가..."

대력패권도 그 말을 들었는지, 진초롱의 얼굴을 뜯어보기 시작했다.
군중심리와 밤거리의 향취, 흔들리는 조명신공으로 진초롱은
기녀로 입적한 첫날에 거물 손님 대력패권의 마음을 뺐는데
성공해 버렸다.

"그래, 너, 이름이 무엇이냐.."
"아, 나으리 전 요요.......아니, 진초롱입니다"
자오련이 투덜거렸다.
"아니, 마국주님, 저딴 시비 계집아이는 뭐에 쓸려고 이름을
묻고 그래욧!!"
"진초롱이라...너와 저자는 무슨 관계이더냐, 네 서방이라도
되느냐..."
"아닙니다. 나으리. 저분과 전 손도 안 잡은 사이입니다.
어제 저분이 절 택해주신 바, 오늘 시비였던 제가 기적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저 그만한 인연입니다만,
전 저분 덕분에 새로운 인생을 열었습니다."

"그래....그런 사이라......오늘 기적에 올랐다고....
너 그럼 오늘 내게 화초머리를 올려라...."
"예, 나으리 그리 하겠나이다."

쯧쯧,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로 꽃히는 게 느껴졌다.
그럴테지...자기 여자를 자기 때문에 순결도 희생하겠다는 여자를
지키지도 못하는 병x자식이라는 비난을 대력패권 앞에서 말로는
하지 못하고 내게 쏟아내는 것이겠지...

하지만, 난 둘의 대거리를 보면서도 내가 살았다는 것 이외에는
다른 별다른 감정이 들지 않았다. 어쩌면 잘 된 일인지도 몰랐다.
저걸로 저 진초롱이라는 아이의 인생도 몇 배는 뛰어올랐을테니까..
그리고 그 진초롱이라는 여자가 나서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난
무릎을 꿇고 그 자오련이라는 기녀의 발바닥을 핥아서라도
자존심과 목숨을 바꿨을 테니까....


오히려, 나와 비슷한 꼴이 된 건 자오련이라는 그 기녀였다.
대력패권은 엎드려 울고 있는 진초롱을 그 거대한 4두마차에
태우면서 자오련을 청월루에다 내려놓고 그냥 가버렸던 것이다.
마차가 떠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이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 장년인이 내게 말했다.

"형씨, 내가 술 한잔 살테니까 나를 따라오시오, 뭐, 세상이란
다 그런 법이 아니겠소, 힘 있는 놈 앞에서... 법이 무슨 필요가
있겠소...."

"자네가 술을 사면 내가 안주를 사겠네. 그래, 취해보자고...
돈없고, 줄없는 놈들끼리 말이야...."
"나도 가겠네....씨x, 속이 쓰리네....첫사랑 연두 생각도 나고
말이야..."

무릎에 묻은 흙을 털고, 공짜술을 마시러 가려는데, 전담시비를
찾으러 보냈던 자오련이 우리 일행을 붙잡아 세웠다.
"다들 꺼져, 그리고 당신은 남아. 오늘은 나와 술을 한 잔 해야겠어
이틀 연속으로 이 청월루 일급기녀 자오련이 물 먹을 수는 없으니까."
나는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왜 자오련이 일급기녀인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어이, 자소저, 진짜 밤일 빼고 잘하는 게 많은가. 내 눈엔 그저
그런 용모인데 말이야. 일급기녀인데, 그래도 기술은 좋겠지?"


자오련의 이름이 왜 자오련인지 난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하더니 자색으로 피어났던 것이다.
"뭐라고 이새끼, 너, 내가 누군데....
너 꼼짝말고 거기있어....내가 연통만 하면 너 죽이러 올 사람이
백명은 넘으니까. 너 죽을 준비나 하라고..."

"아니, 나 진짜로 궁금해서 물어본거야..."
불운은 아직도 끝이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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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테크를 타려면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할 듯 합니다.
캬캬 안녕히들 주무시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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