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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성, 어떻게 숙식을 해결하셨습니까?

ㅇㅇ(182.230) 2024.05.15 19:36:34
조회 465 추천 12 댓글 4


나는 뇌신검무를 배우던 중 독고성에게 질문했다. 그러고 보니 이 용왕곡은 척박하고 짐승도 잘 살지 않는다. 그렇다고 독고성이 모아놓은 노후자금이 많아서 음식을 사 먹는 것도 아니었다. 딱히 돈을 버는 것 같지도 않았고, 사냥을 하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독고성은 숙식에 문제가 없어보였다.


'내가 모르는 곳에 밭이라도 있나?'

주변을 둘러봤어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수련을 받으며 주변을 가끔 둘러다녀봤지만 밭 같은 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내 질문에 독고성은 피식 웃으며 답해주었다.

"나는 의념으로 심기혈정을 안정시키는 경지에 올랐다. 보름 정도는 안 먹어도 문제가 없지."

"그렇군요... 그럼 식사를 할 때는 생식(生食)을 하는 겁니까?"


그러나 독고성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다. 이미 탁기나 화기 정도는 천뢰지기로 태워버릴 수 있으니 그럴 필요가 없지. 보름에 한 번씩이지만, 밥을 지어먹거나 사 먹는다. 그렇게 하면 속이 든든해지고 기분도 좋아져 수련에 도움이 되니 참고하거라."

"그렇군요..."

"흠, 그러고 보니 슬슬 보름이 되어가는군. 마침 말이 나온 김에 끼니나 해결하러 가자꾸나."

"오, 용왕곡을 내려가서 사 먹는 겁니까?"

독고성 같은 은거기인도 마을로 내려가서 뭔가를 먹는다니, 


나는 신기해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독고성은 무슨 말을 하냐는 듯, 핀잔을 주었다.

"무슨 말을 하는거냐. 난 돈을 그리 많이 가지고 있지 않다. 그나마도 생필품을 사는데에 써야 해서, 내 돈으로는 먹는 것은 살 수 없다."

"그럼... 아, 그렇군요. 용왕곡 바깥에 밭을 만들어 두신 겁니까?"

나도 1회차 때 초가집을 지어놓고 육합검을 수련하며, 초가집 옆에 밭을 만들어 놨었다.


은거를 해도 결국은 사람이니 먹고는 살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내 말을 들은 독고성의 표정이 의미심장하게 변했다.

"뭐, 어찌보면 '밭'이라는 표현도 맞군."

독고성은 씨익 웃으며 평소 지내던 정자로 내려가더니, 얼마 후 두 개의 육모 방망이와 복면을 들고 왔다.


그는 내게 복면과 육모 방망이를 들려준 후 먼저 복면을 썼다.

"뇌신류 무기술 중에는 분명 곤법이나 둔법도 있지. 적당히 육모 방망이에 응용해서 쓰고, 그도 아니라면 막 휘둘러라. 절대로 우리가 뇌신류라는 걸 들켜서는 안 된다."

"예, 예? 그게 무슨 말씀..."

"닥치고, 밥을 먹고 싶다면 따라와라!"

독고성은 그 말을 한 후 빠르게 용왕곡을 뛰쳐나갔다.

나는 얼떨결에 복면을 쓰고 육모 방망이를 쥔 후 독고성를 따라갔다.

얼마나 신법을 펼쳐서 갔을까, 독고성은 익숙한 야산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야산 정상에 있는 한 무문(武門)을 본 나는 화들짝 놀랐다.

그곳은 백리세가(百里世家)였다.

이윽고 백리세가의 문 앞에 걸어간 독고성이 백리세가의 정문을 쾅쾅 두들겼다.

"나와라! 애송이!"

그러나 백리세가 안에서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그러자 독고성은 크게 노한듯 더욱 문을 쾅쾅 두들기며 크게 소리쳤다.

"애송아! 내가 열을 셀 때까지 나오지 않으면 이 세가를 반쪽 내버리겠다! 하나!"

그리고, 세가 안쪽에서 뭔가를 급히 정리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어, 어르신. 왜 또 오셨습니까. 아직 보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익숙한 얼굴이었다. 바로 백리세가의 현 가주인 백리정운이었다.

백리정운의 말에 독고성은 크게 노한듯 육모 방망이를 쳐들며 소리쳤다.

"배가 고파서 왔다! 내가 꼭 보름이라는 시간을 지켜야 하느냐? 오늘은 사람도 하나 더 늘었으니 두 배로 내놓거라."

나는 독고성이 하는 짓을 보고, 기가 막혀 말을 내뱉지 못했다.


지금 독고성은 백리정운을 상대로 강도질을 하는 것이었다. 


투로 보아 한두번 이 짓을 한 것이 아닌 듯 했다.


"어르신! 가세가 기울고 집에 돈도 없고 쌀도 없습니다! 지난 번에 드린 쌀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이젠 정말 드릴게 없단 말입니다!"

백리정운은 거의 애걸하는 표정으로 독고성에게 빌었다. 

그러나 독고성은 관심없다는 뜻으로 육모방망이를 휘둘렀다.


콰아앙!

육모방망이에 실린 독고성의 의념에, 백리세가의 한쪽 담장이 반으로 쪼개졌다. 뭉툭한 방망이에 예기를 싣다니, 놀라운 광경이었다.


"지난 번에도 같은 말을 했지. 어디 이번에도 계속 그 말을 지껄일 수 있나 보자!"

다시 한 번 독고성이 방망이를 치켜들자, 


백리정운은 거의 울 듯한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정말 이제 쌀이 없단 말입니다! 세가를 때려부숴도 못 드립니다! 없는데 어찌하란 겁니까? 정 의심가신다면 부엌으로 들어와 보십시오! 창고를 살펴보란 말입니다!"

백리정운의 말에 멈칫한 독고성은 이 광경을 지켜보던 나에게 손짓했다.


"뭘 멍하니 보고만 있느냐! 주인이 허락했으니 들어가 집을 뒤져라!"

"예, 예? 하지만 이건..."

비적들이나 하는 짓이 아닙니까? 라는 말이 목끝까지 치솟아 올랐지만 


독고성의 흉험한 기세를 읽은 나는 입을 다물고 얌전히 백리세가로 들어갔다.

'미안하오, 백리정운. 다음 전생에서 보답하리다.'

예전 없는 쌀로 나를 대접해 주었던 백리정운에게 이러는 것이 미안했지만, 나는 현재 독고성의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처지였기에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었다.


나는 부엌으로 갔고, 독고성은 창고로 향했다. 

이 부엌은 예전 왔을 때와 똑같이 아무것도 없었다. 


기껏해야 백리정운이 캔 듯한 민들레 뿌리 몇 근이 다였다.

그 민들레뿌리마저 빼앗긴 미안해서 독고성이 못 찾을만한 항아리 속에 집어넣어주었다.

"흠흠, 여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길, 창고에도 쌀이 없군. 정말 다 떨어졌나..."

짜증이 난 투로 중얼거리던 독고성이었다.


백리정운은 얼굴이 시뻘개진 채 손가락으로 문을 가리켰다.

"집을 다 뒤졌으면 썩 나가시오! 난 정말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단 말이오! 당신이 보름마다 나타나 쌀과 고기, 돈을 내놓으라고 패악질을 부린 탓에 백리세가는 빈털털이가 되었는데 무슨 염치로 아직까지 이러시오!"

"흠..."

입맛을 다신 독고성은 무안한듯 바깥으로 나가려다가 걸음을 멈췄다.

독고성이 고개를 휙 돌렸다.

"잠깐, 뭔가 있군. 기감에 잡힌다..."

독고성의 말에 백리정운이 더욱 빨개진 얼굴로 외쳤다.

"뭐가 있단 말이오! 진짜 더 없소! 제발 가시오, 제발!"

그러나 독고성은 아랑곳 않고 다시 백리세가로 다가갔다. 

집의 마루에 다가간 독고성은 망설임 없이 마룻바닥을 잡고 뜯어냈다.


우지직!

가공할 공력을 사용하니 마룻바닥은 그대로 뜯겨나갔다.

그리고 마룻바닥 밑에서 작은 금고가 나타났다. 

독고성이 금고를 열자, 안에는 은자 세 냥이 들어있었다.


"하하하! 돈이 있구나! 좋아, 이걸로 뭐라도 사먹으면 되겠지."

독고성은 껄껄거리며 금고를 들고 나가려 할때


백리정운은 안채로 들어가 칼을 들고 나왔다.

"이 비적 새끼들! 네놈 때문에 아버님이 홧병으로 돌아가시고, 가산도 텅텅 비었다! 네놈 정도의 고수가 뭐가 아쉬워서 백리세가를 도적질한단 말이냐!"

백리정운은 일전에 보여줬던 천강검을 펼치며 독고성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걸 그대로 맞아줄 독고성이 아니었다.

뇌영보의 응용각법인 뇌영각이 독고성의 발에서 터져나왔다.


번갯불같은 발길질에, 백리정운의 천강검은 그대로 파해가 되었고, 

백리정운은 뜯겨나간 마루 안으로 쳐박혔다.


독고성은 돈을 뺏은 게 기분이 좋은지, 껄껄 웃으며 외쳤다.

"정 억울하면 용왕곡으로 찾아와서 날 꺾어보려무나! 허나 그 전에 실력부터 좀 키워야 할 것 같구나!"

독고성은 내게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내고는 뇌영보를 펼쳐 장내에서 사라져 버렸다.


백리정운은 억울했는지 입에서 피를 토하며 기절해버렸다. 내상이라기보다는 홧병이 도진 것 같았다.


나는 그제서야 백리세가에서 나온 적 없다는 백리정운이 


왜 용왕곡에 고수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인지

그리고 왜 그가 아버지의 유지라지만 


아직까지 검법을 완성시키려 이곳에 틀어박혀 있고자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전부 독고성 때문이군.'


나는 기절한 백리정운에게 다가가 화씨침술로 부상을 치료해준 후, 독고성을 쫓아갔다.

오늘 일로 인해서,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뇌신류는 너무 가까이하면 안 되는 유파다!'



전생검신 팬픽 고전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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