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장문) 독린이의 독갤듀스 TOP10 후기.

Creep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6.19 09:39:33
조회 62628 추천 692 댓글 643


생각하고 느낀 바를 글이나 말로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렇게 실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글재주도 없고 넷상에 무언가를 쓴다는 행위를 거의 해본 적이 없는지라 이렇게 글을 쓰게 될 것이라 생각도 안하고 있었으나,

택배 파업으로 인해 책이 오지 않아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고자 그리고 독갤 여러분들 덕분에 훌륭한 작품들을 만나 읽게 되어 감사한 마음에 써봅니다.



일단 저는 책이라고는 학창시절 국어 수업의 연장선 상으로 읽은 국내 중편, 단편 몇 가지와

성인이 되어 읽게 된 하루키의 유명작 몇 권 그리고 각종 일본 추리, 호러 소설들이 제가 읽은 독서의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어느 순간 읽지 않게 됐고 그렇게 몇 년간 책을 멀리하다 올해 들어 갑자기 독서를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책 추천을 받고자 구글링을 하다가 이렇게 독갤에 온 것이지요.

그렇게 공지에 있는 독갤듀스 101을 보게 됐고, 이런 독서광분들이 뽑은 책들이라면 거를 타선이 없겠구나! 하고 바로 순위권 책들을 구매했습니다.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c8ffa11d02831046ced35d9c2bd23e7054f3c2d8567a9d57be3a3fd60f7cf79067ca2544e7a2eb6e8bd2bfd6f974fd71560dc94fcf5901cc6


책을 산다는 것의 기쁨, 포장을 뜯을 때의 설렘.

오랜만에 정말 기분이 좋더군요. 어느 작가가 그랬듯 책을 산다는 행위 자체로 독서의 출발선이 된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요.

다들 책 구매 인증을 어떤 기분으로 하시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서문이 길었습니다. 제가 쓰고도 저 자신이 이렇게나 수다쟁이였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아무래도 밑에 쓸 후기들은 서문보다는 짧을 것 같습니다.

2월 초부터 시작해 6월 초까지 10권,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나아갔습니다.

이런 속도면 1년에 30권도 못 읽겠군요. 다른 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아! 참고로 삼국지는 제외 했습니다.

모든 책들의 출판사와 번역을 독갤에서 참고하여 구매했지만 삼국지만은 쉽게 결정을 못 내렸습니다.

양도 방대하고, 그만큼 저는 읽는 속도가 느리니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럼 간단 후기 시작합니다.

기억력이 그리 좋지 않아 읽으며 느꼈던 것들을 간략하게 떠올려 써봤습니다.

순서는 독갤듀스101 TOP10 순위의 역순입니다.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 밀란 쿤데라 (민음사)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c8ffa11d02831046ced35d9c2bd23e7054f3c2d8567a9d57be3a3fd60f7cf790611cc5d4f722e1561137221553d09aea08fe6eb52d7ff85a373


책을 읽으며 배경지식의 중요함을 새삼 느꼈습니다. 당시 체코와 스위스 그 근방 국가들의 상황이나 연력을 잘 알지 못 하였기에 찾아보며 읽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처음에 이게 도대체 무슨 시점으로 쓰여진 글인지 깨닫지 못 한 상태로 4분의1 가량을 읽고 말았습니다.

한마디로 무아지경의 상태였죠. 이게 무슨 소리일까? 아니 도대체 화자는 누구지? 3인칭 시점인가?


하지만 어느 순간 하나 하나 조각이 맞춰졌고 소설 구성의 참신함을 알게 된 순간부터는 이야기의 섬세함, 문체의 아름다움이 보였습니다.

어렵지만 유하고, 복잡한 듯한 구성이지만 다 읽고 나니 오히려 그 구성 덕에 이야기가 더 애틋하게 느껴졌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이 조금 떠올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프란츠가 정이 갑니다.

아무래도 찌질해 보이기도 하고 불륜남에 뭐 여러모로 안좋게 보이긴 합니다만 그게 오히려 가장 인간 다워 보였습니다.


아마 참존가를 읽으며 느꼈던 따뜻함과 왠지 모를 복잡 미묘한 감정들 덕에 후에 쿤데라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볼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독갤보다가 처음에 진짜 작가가 고인인줄 알았습니다.)





< 이방인 > - 알베르 카뮈 (을유문화사)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c8ffa11d02831046ced35d9c2bd23e7054f3c2d8567a9d57be3a3fd60f7cf790611cc5d4f722e1561137221553d5df8a7dfb2b75880ff1185e8


어렵습니다. 딱딱하고, 차갑습니다. 그런데 정말 매력적인 소설이었습니다!

그 유명한 첫 문장을 시작으로 처음엔 뫼르소가 일종의 소시오패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 책에서 유일하게 뜨껍고 격렬하게 느껴졌던 결말부를 향해 달려가는 소설의 일관된 태도의 일부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모든게 잘 짜여져 있다. 소설 자체가 뫼르소다.


철학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나, 철학적이라는 느낌을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합니다.

끝나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나 소설들이 좋습니다. 기억에 오래 남고 여운이 길어 다시 찾아보게 되니까요.

이방인이 정말 그랬습니다. 마지막 몇 페이지에서 터져 나오는 그 느낌은 정말이지,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도대체 그가 어머니를 잃고 슬퍼하지 않은 것이,

살아 생전 어머니를 포기한 것이 그가 아랍인을 죽인 것에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요즘 국민 정서에 흔들리며 수를 밀어붙이는 몇몇 일들이 생각났습니다.

모두가 뫼르소일 필요는 없지만 뫼르소 같은 태도로 살아야 하는게 아닐까요.

감정보다 이성이 중요시 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돈키호테 > - 미겔 데 세르반테스 (시공사)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c8ffa11d02831046ced35d9c2bd23e7054f3c2d8567a9d57be3a3fd60f7cf790611cc5d4f722e1561137221553d0effa789b0b75382ff98f1c6


분량도 보지 않고 이 책은 왜 이렇게 비싸지? 하고 주문했을 때 깨달았어야 했습니다.

배송이 오고 벽돌이 온 줄 알았습니다. 독갤 프로듀스101 글을 보기 전, 공지에 있는 독린이를 영입하기 위해 작성한 글을 먼저 봤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길다니...! 하지만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정말 재밌습니다! 꼭 보세요!! 길어서 머뭇거린분들이 있다면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아니, 이렇게 오래된 소설이.. 이렇게 긴 글이... 어떻게 이렇게 잘 읽히고 재미있을까?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런게 세기를 뛰어넘는 걸작이구나.

단순 재미로만 봐도 순위권 책들 중 TOP이지만 그 깊이나 감동도 다른 작품들에 비하여 전혀 밀리지 않습니다.


1권이 돈키호테라는 광인의 광기와 불쌍한, 하지만 그 모습이 너무나 웃긴 산초와, 이야기 속 이야기들의 소소한 재미가 주였다면

2권부터는 어느 순간 그 광인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 나를 느끼고, 현명하고 재치있는 산초가 보이고, 오히려 돈키호테의 광기를 그리워하는 제가 있었습니다.

결말을 보고 마음이 아프면서도 따뜻했고 책을 덮고 저 용맹한 돈키호테의 표지 그림을 보는 순간 다시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1권과 2권 사이의 10년이라는 기간 덕에 속편의 완성도와 깊이가 더 완벽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 그리고 뮤지컬 문외한인 저로서는 맨 오브 라만차 라는 이름만 아는 저 뮤지컬이 돈키호테라는걸 책을 사고 알게 됐습니다.





< 인간 실격 > - 다자이 오사무 (민음사)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c8ffa11d02831046ced35d9c2bd23e7054f3c2d8567a9d57be3a3fd60f7cf790611cc5d4f722e1561137221553d0af9addbb2b959d0ff310577


솔직히 읽고 나서 굉장히 우울해졌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제목부터 그런 느낌을 물씬 풍기긴 하지만 그런걸 예상했더라도 예상보다 더 우울했습니다.


일단 읽으며 느낀건 이게 정말 그 시대에 쓰여진 소설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독성이 매우 뛰어납니다. 아무래도 가까운 나라이기도 하고 익숙한 문화권인 것도 한 몫하겠지만 그런걸 감안해도 정말 읽기 쉬운 소설이더군요.

그만큼 요조에게 감정 이입이 쉽게 됐고 그게 책의 여운을 더 길게 느껴지게 한 것 같습니다.

사실 본인이 평소 내성적인 성격이라면 한번쯤은 느껴본 적 있는 혹은 생각해 본 적 있는 그런 느낌들을 요조에게 받을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그랬으니까요.


읽고 나서 지독한 우울감 사이 사이 유려한 문체만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언젠가 다시 한번 읽으면 느낌이 다르려나요. 하지만 재독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한권에 너무나도 마음이 지쳐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한번쯤 읽어 볼만한 책이지 않나 싶습니다.





< 변신 > - 프란츠 카프카 (현대문학)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c8ffa11d02831046ced35d9c2bd23e7054f3c2d8567a9d57be3a3fd60f7cf790611cc5d4f722e1561137221553d59faf589b1be52d4ffc91b03


저는 이 책으로 카프카를 시작했습니다. 바로 변신을 찾아보지 않고 책에서 정리해준 대로 카프카의 연보를 따라 초기작부터 읽어갔습니다.

솔직히 카뮈나 쿤데라는 카프카에 비하면 세발의 피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정말 난해합니다.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아니 모든 단편이 다 이런 식인가? 처음으로 책 읽다가 졸았습니다.

너무나 짧은 단편들도 있었지만 하나 같이 노잼이었습니다.


하지만 참았습니다. 아직 초기작이다. 초기작이다. 점점 나아질거야 라던지, 내가 무지한 탓에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닐까 라던지요.

그리고 결국 인내 끝에 빛을 보았습니다. 제목이 기억이 가물 가물한데 아마 <화부>라는 단편 근처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점점 내용이 이해가 가고 어떤 방식으로, 어떤 느낌으로 글을 쓰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느껴지니 점점 단편들 몇개에서 재미가 느껴지더군요.

너무나 많은 메타포에 지치기도 했지만 그런 카프카의 매력을 계속 알아가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읽어가다 드디어 <변신>에 도달했습니다.

저는 영화를 봐도 감동이면 감동했지, 울컥한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변신>을 보고 너무나 울컥한 나머지 마음이 아프고 또 아파서 한동안 깊은 여운에 빠졌었습니다.

왜 벌레일까? 왜 벌레여야만 했을까? 그래서 그런걸까? 벌레일 수 밖에 없었구나.

하는 그런 일련의 과정이 제 뇌속을 거쳐 갔습니다.


비현실적인 현실 속 너무나 잔인한 이야기.

점점 인간의 모습을 잃어가는 무기력한 잠자를 보는게 괴로웠습니다.

계속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반전되는 결말의 느낌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읽고 나서 매우 슬펐습니다.


다른 단편에 비하면 스토리 라인이 확실히 보였던 것이 아마 <변신>에 그의 단편들 중 가장 깊게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이지 않나 싶습니다.

사실 연보를 따라가다 보니 카프카 자체가 점점 그런 느낌으로 글을 쓰는 것 같더군요.

감히 작가의 성장이라고 해야할지... 아무튼 연보를 따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변신> 보실 분들이라면 현대문학의 카프카 단편선 추천합니다.

변신 말고도 앞에서 언급했던 <화부>라던지 무슨 쥐 이야기랑 사형 뭐시기, 만리장성, 굴, 단식광대 등 재밌는 단편들이 많습니다.

입문만 조금 참고 견디면 카프카의 진가를 볼 수 있을거라 장담합니다.


<변신> 때문인지 카프카는 글이 길어질 수록 이해가 쉽고 깊이가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마 미완성이라는 장편들도 훗날 기회가 된다면 찾아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 롤리타 >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문학동네)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c8ffa11d02831046ced35d9c2bd23e7054f3c2d8567a9d57be3a3fd60f7cf790611cc5d4f722e1561137221553d5df8a388b4b85285ffb064d7


솔직히 직장에서 읽었는데 이미 대명사가 되어버린 그 단어가 연상되어 눈치 보여서 표지를 떼어내고 읽었습니다.

이해하기 힘든, 이해할 수 없는 범죄자의 이야기는 분명 매력적이죠.

문학동네판의 번역과 각주가 훌륭해서 어떤 문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드립이라던지 언어유희 같은 것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으나

아무래도 그 맛은 원어로 느끼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거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훗날 영어를 완벽히 하게 된다면 꼭 원어로 읽어보고 싶더군요.


다 보고 든 생각은 일단 번역자라는 직업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이걸 어떻게 번역했을까? 얼마나 고민했을까? 이렇게 하고 페이는 충분히 받으실까.

모든 번역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존경을 표합니다.


험버트라는 범죄자 내면의 심리가 정말 온갖 개드립과 언어유희가 곁들어져 묘사되는데 그게 그가 저지른 범죄의 심각성을 잠식 시켰다고 느꼈습니다.

어느 순간 보면 뭐야, 이게 강간 장면이었어? 같은 부분도 있고, 그가 너무나 지겹게 롤리타에게 매달리니 불쌍한 정신병자의 사랑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조차도 자신의 과거 있었던 연인의 상실감을 범죄의 이유로 이야기 하기도 하죠.


그의 뒤틀린 사랑에 가려진 범죄 뒤 롤리타는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언젠간 롤리타도 한 번쯤 터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예상대로 전개가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결국 험버트는 회개 아닌 회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분노와 사랑을 담아 실행하죠.

그게 아마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겠죠.


이런 소설을 어떻게 남의 눈치 하나 보지 않고 쓸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도 문득 들었습니다. 나보코프는 가장 소설가다운 소설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3류 공포영화의 점프 스케어 같은 싸구려 느낌 나는 묘사가 아닌 그만이 쓸 수 있는 범죄를 잠식 시키는 언어유희와 필력이 대단하고 느꼈습니다.

잔인하기만 한 호러영화와 놀라게 하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는 공포영화처럼 이 소설이 그저 역겹기만 했으면 전부 읽지 못했겠죠.

가장 소설다운 소설이었고 정말 재밌는 소설이었습니다.





< 동물농장 > - 조지 오웰 (문학동네)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c8ffa11d02831046ced35d9c2bd23e7054f3c2d8567a9d57be3a3fd60f7cf790611cc5d4f722e1561137221553d0eaff684b0ba5485ffe24f0a


체제의 변화, 정치, 탐욕 등 인간의 더러운 내면들을 당시 사회상을 반영해 동물에 빗대어 썼다는 게 참신했습니다.

누군가 고구마를 억지로 계속 먹이는데 중간 중간 사이다를 병뚜껑에 쥐똥만큼 따라서 은혜롭게 주는 느낌입니다.

너무나 가슴이 답답하고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무기력할 수 밖에 없는 그런 현실에 저도 같이 주저 앉아버렸습니다.

솔직히 정치에는 별 관심 없지만 사회의 모든 요소들에 있어서 정치라는건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니 정치의 우두머리 또는 상위에 속해 있는 소수의 돼지 같은 자들의 권력이 조금은 두려워졌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 1984를 먼저 읽어서 그런지 책 자체는 쉽게 읽힌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같이 수록 되어 있는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정말 재밌습니다.

책 읽다가 소리내어 웃어본 적 없는데 너무 욕설이 찰진 부분들이 있어서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인간의 가난이 정말 현실적으로 느껴졌고 작가의 경험이라 그런지 모든 부분들이 있을법한 이야기들이라 더 재밌었습니다.

동물 농장 읽으실 분들은 이 책으로 추천합니다.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 도스토예프스키 (문학동네)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c8ffa11d02831046ced35d9c2bd23e7054f3c2d8567a9d57be3a3fd60f7cf790611cc5d4f722e1561137221553d0ca9a385e1bc5584ffedd987


솔직히 돈키호테 같은 벽돌보다는 이렇게 분권으로 나뉘어진 책들이 좋습니다.

부담감이 덜 하다고 할까요? 아무래도 같은 페이지라도 분권이면 피로감이 덜 한 것 같습니다.

이미 죄와 벌을 읽은 상태였기에 도끼 특유의 인간 내면의 깊은 심리 묘사와 범죄 묘사에 관해서 많은 기대를 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제목 그대로 카라마조프가 안에서 일어난 범죄라는 틀을 갖고 가지만 확실히 죄와벌과는 다른 느낌의 소설이었습니다.

굉장히 종교적인 것 같기도 한데 오히려 그런 부분들 때문에 인간의 삶 자체에 대한 소설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도끼 특유의 심리 묘사 덕에 흥미진진함을 느끼면서도 인물 하나 하나가 가지는 삶과 신에 대한 제각기 다른 태도들이 흥미로웠습니다.

개인적으로 둘째인 이반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지더군요. 아마 제가 무교라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에 어디서 도끼의 단점으로 인물들이 너무 수동적이라 그랬나? 연극 같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죄와벌에서 크게 느끼진 못했던 그런 부분이 개인적으로 카라마조프에서는 많이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책 길이가 길이인지라 그랬던 것 같은데 그래도 결말까지 읽고 나니 그런 단점들이 다시 가려지더군요.


후속작을 내지 못하고 죽어서 이렇게 불후의 명작이 될 수 있었던건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너무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하루키가 소설가로서 내고 싶은 종합 소설이란 이런 책이라고 하던데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습니다.

장르가 참으로 복합적인 느낌입니다.





< 죄와 벌 > - 도스토예프스키 (문학동네)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c8ffa11d02831046ced35d9c2bd23e7054f3c2d8567a9d57be3a3fd60f7cf790611cc5d4f722e1561137221553d5efef1dcb2bc55d1ff2c80fc

책 읽으면서 사람의 심리 묘사, 특히 과거 읽었던 여러 추리 소설과 호러 소설들은 명함도 못 내밀 이런 세밀하고 핵심을 관통하는 묘사는 처음 봤습니다.

범죄 심리의 극에 달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 그리고 살인자의 심리.

이런것들이 어우러져 보는 사람도 페테르부르크의 한여름 속 땀을 뻘뻘 흘리며 로쟈의 작은 단칸방에 같이 헌 침대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주변 인물들 때문에 점점 조여오는 로쟈의 심리 상태가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져 좋았습니다.

그가 했던 모든 일들이 여러 인물에게 엮여 있는 부분들도 어찌나 대단하던지요.


이 책으로 처음 도끼를 접했는데 앞으로 이 사람 책은 일단 기대 잔뜩 갖고 읽지 않을까 싶습니다.

라주미힌 같은 친구, 소냐 같은 연인이 있다면 인생은 성공한게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1984 > - 조지 오웰 (문학동네)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c8ffa11d02831046ced35d9c2bd23e7054f3c2d8567a9d57be3a3fd60f7cf790611cc5d4f722e1561137221553d50faf7d9bdb905d4ff6a2b23


가장 기대한 책입니다. 아무래도 독갤 여러분들의 넘버 원 픽이니까요.

정치에 관해 완전 문외한이라 걱정했는데 그리 어려운 책은 아니더군요.

물론 많은 이가 고통을 호소했던 책 속의 책 부분은 저도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결국 읽고 나니 참 중요했던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추천하신 것처럼 저 같은 독린이가 입문하기에 충분히 좋은 책으로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당시 조지 오웰에게는 오지 않았던 미래의 가상 이야기이자, 지금 이미 독자에게는 지나가 버린 시대의 이야기라 그런지 흥미로웠습니다.

모든게 통제 되고, 어디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상한선인지 조차 애매해서 뭔가를 시도하기도, 열심히하기도 두려운 그런 시대.

윈스턴이 줄리아를 만났을 때 읽는 저조차도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서로에게 둘은 그런 시대의 유일한 빛이었겠죠.


그래서 결말을 향해 치닫을수록 제 가슴에 상처만이 남았던 것 같습니다.

윈스턴과 줄리아가 너무나 불쌍해서 그 체제에 화가 나며 그런 현실이 너무나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반전 있는 그 녀석의 그런 모습보다 그가 알려준 골드스타인의 실존 여부에 대한 사실이 더 밉게 느껴졌습니다.


빅브라더이든, 골든스타인이든 도대체 무엇을 믿어야 하는 걸까요.

그저 체제에 굴복하게 되는 그런 모습들이 너무나 여운이 남았습니다.







학교 다닐 때도 독후감이라는 것을 거의 써본 적이 없는지라 그냥 생각나는 대로 주저리 주저리 감상평을 남겨 봤습니다.

너무 장문이고 글이 난잡해서 다 읽을 분은 거의 없을거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읽어주셨다면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독갤 여러분들 덕분에 좋은 책들 많이 읽었습니다.


앞서 말한 택배 파업 때문에 아직 오지 않은 책들은 독갤듀스 TOP11~20의 수록된 책들입니다.

저로서는 <이기적 유전자>나 <코스모스> 같은 비문학 책을 입문하기에는 아직 집중력도 인내심도 부족한 듯 싶습니다.

조금 더 많은 문학을 즐기고 그때 가서 저 두 책도 읽어보려 합니다.


그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독서 갤러리 [원본 보기]

추천 비추천

692

고정닉 296

76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인과 헤어지고 뒤끝 작렬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2 - -
공지 HIT 갤러리 업데이트 중지 안내 [718] 운영자 23.09.18 25678 34
공지 힛갤 기념품 변경 안내 - 갤로그 배지, 갤러콘 [190] 운영자 21.06.14 113972 57
공지 힛갤에 등록된 게시물은 방송에 함께 노출될 수 있습니다. [629/1] 운영자 10.05.18 565325 251
17809 메피스토펠레스 완성 + 제작 과정 [540] 무지개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5 55882 335
17808 야쿠르트 아줌마의 비밀병기 [409] 6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5 62618 958
17807 첫 해외 여행, 일본 갔다온 망가 [186] 불효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4 42075 280
17806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디시인사이드...manhwa [860] 이재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4 74335 1514
17805 7년간 존버한 수제 커피만들기.coffee [223] 끾뀪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3 39007 588
17804 닌텐도 DS로 원시고대 Wii U 만들기 [223] 도박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2 58229 546
17803 계류맨의 수산코너 조행기(스압,움짤) [58] 고정닉이라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30 29457 46
17802 추석 .MANHWA [422] ..김지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9 115416 1980
17801 대충 히로시마 갔다온 사진 [28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8 59268 186
17800 쿨타임 찬거 같아서 오랜만에 달리는 sooc 모음집 [79] ㅃㄹ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7 28034 46
17799 메이플 콜라보 기념 디맥콘 DIY 제작기 [143] 빚값(211.220) 23.09.27 32308 180
17798 깜짝상자-上 [135] 고랭순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6 33406 231
17797 홈마카세) 올해 먹은 식사중에 최고였다 [239] 내가사보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6 53631 295
17796 니끼끼 북한산 백운대까지2 [72] 설치는설치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5 17090 62
17795 어휴 간만에 밤새 sff겜기 만들었네 ㅎㅎ [192] MENY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5 31351 176
17794 GBA SP 수리 및 개조일기 [168] 서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3 35348 194
17793 [스압] 첫글임. 여태 그린 낙서들 [295] Big_Broth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2 36098 304
17792 스압) 올해의 마지막 자전거여행 [74] 푸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2 19886 88
17791 유럽 한달여행 (50장 꽉) [106] 야루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1 26618 106
17790 대충 조혈모세포 기증하고 온거 썰 풀어준다는 글 [251] 사팍은2차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1 28065 487
17789 심심해서 올리는 니콘 9000ed 예토전생기 (스압) [87] 보초운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0 19645 90
17788 이번에 새로만든 고스트 제작기 [168] PixelCa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0 32044 266
17787 더 작고 섬세하게 만드는 종이 땅꾸들 [183] Dikas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9 28133 378
17786 고시엔 직관.hugi [222] MERID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9 33381 189
17785 미니 브리프케이스 완성 (제작기+완성샷) [73] 카나가와No.1호스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8 17210 105
17783 일본우동투어 7편 후쿠오카현 (완) [170/1] 모가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8 29327 165
17782 이광수 만난 manhwa [235] 그리마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6 74634 283
17781 지리산 노고단 당일치기 후기 [74] 디붕이(222.106) 23.09.15 23075 50
17779 대보협 Mr.YMCA 대회 참가 후기 [375] 포천시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4 42762 267
17778 (스압)장제사의 이틀 [192] ㅇㅇ(180.67) 23.09.14 33293 298
17777 일본일주 여행기 (完) [133] Oreo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3 32373 169
17776 하와이안 미트 피자 [423] 고기왕레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3 50892 467
17775 요도(妖刀)슬레이어 (1) [261] 호롱방뇽이(211.178) 23.09.12 44250 114
17774 [폰카] 카메라 없이 폰카만 있던 폰붕이 시절 [132] 여행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2 28868 74
17773 PBP 1200K 후기 - 完 누군가의 영웅 [79] 우치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1 15176 78
17771 단편만화 / 시속 1000km 익스트림 다운힐 [120] 이이공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1 20763 195
17769 KL - 델리 입국 후기 (으샤 인도 여행기) [79] 으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08 20602 65
17768 세트병) 프리큐어 20년 즈언통의 굿즈모음 [406] 신나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08 28066 497
17767 적외선 사진 쪄옴 [96] D75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07 46777 108
17766 싱글벙글 내 작은 정원 [358] 이끼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07 34825 419
17765 일붕이 여름 철덕질 하고온거 핑까좀 [197] ㅇㅌㅊ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06 27502 226
17764 전 특수부대 저격수 예비군 갔다 온 만화 [451] 호공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06 60470 590
17763 전에 주워서 키웠던 응애참새 [758/2] 산타싸이클로크로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05 74260 1727
17762 위증리) 혼자서 하는 스코틀랜드 증류소 여행 [73] 우왕(124.216) 23.09.05 22732 44
17761 세계 3대 게임 행사, 게임스컴을 가보다 (행사편 上) [142] Shikug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04 39165 225
17759 굣코 1/5 스케일 피규어 만들었음 [164] 응응5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04 26576 330
17758 용사냥꾼 온슈타인 피규어 만들어옴 [159] 도색하는망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02 33302 315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