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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제15회 새로운 경기게임오디션 참가 후기 [스압]

네루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7.06 16:53:41
조회 28348 추천 200 댓글 182

- 제15회 새로운경기게임오디션 참가 후기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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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게임오디션. 다 때려치고 총상금 1억 5천만 원의 개혜자 공모전. 5등만 해도 2천만 원이기 때문에 공모전 신청이 열리자마자 뼈를 깎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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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공모전 준비로 정말 바빴고, 그래서 정말 재밌게 보냈다. 사실 올해 상반기에 열린 이전 회차 오디션에서 이미 탈락한 적이 있다. 그때 직원에게 민폐 끼치면서 전화로 "왜 떨어뜨렸어요!"를 물었었는데 나중에 따로 전화까지 주셔서 기록된 피드백을 들었다. 1. 역전재판이 떠올라서 창의성 면에서 깎음. 2. 스토리가 차별적인 면이 안 보이고 미완성이다 보니 평가 기준이 모호함. 3. 그래픽은 호평이나 호불호가 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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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1번 피드백이 너무 아쉬웠다. 우리 게임, '텔테일 - 카지노 살인 사건' 게임의 초기 기획 자체가 '역전재판과의 확실한 차별점을 만들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패의 경험을 살려, 받은 피드백을 확실히 적용, 강조해 참가지원서를 작성했다. 이전에 준비했던 양식과 같았기 때문에 지원서 작성은 빠르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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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서류 합격!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합격 자체는 예상했지만, 그런데도 너무 기뻤다. 이전 공모전에서, 동아리 정모 날 도중 탈락 소식을 들었던 적이 있다. 그때 너무 기분이 좋지 않아져서, 놀던 도중에 빠져나와 쓸쓸히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 ㅠㅜ... 암튼 그랬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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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엄청 열심히 발표 자료를 만들었다. 이때 BIC 페스티벌 준비가 겹쳐서 꽤 바빴다. 설상가상으로 공모전을 도와주시던 아트 팀원이 시간이 없어서 결국 PPT 젬병인 내가 홀로 PPT를 제작해야 했다. 내게 PPT 제작은 그저 템플릿 찾기였기 때문에, 폰트와 같은 세밀한 부분은 지인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학교 동기인 두 명의 폰트 장인과 온라인 지인인 두 명의 영상 장인, 다수의 불특정 다수에게 피드백을 받아 꽤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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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발표 당일, 만반의 준비가 된 나는 발표회장으로 떠났다. 참고로 장롱 면허인데 한 시간 동안이나 운전해서 갔다. 한 세 번은 길을 잘못 들었지만, 일찍 출발했던 덕에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경기게임 오디션 1차 발표가 끝나면 바로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서 BIC로 출발해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 게다가 약간 예상치 못한 사건이 있어서 컨디션이 그렇게 좋진 않았는데, '내가 1차 발표에 떨어졌다면 올렸을 일기'를 참고해주길 바란다.







오늘은 경기게임오디션 면접 날이따.



면접장에 도착하자마자 영상이 없는 것 맞냐고 질문을 들었다.


분명히 영상 재생이 가능하냐는 내 메일은 읽씹당했을 텐데 매우 당황스러워따



발표 때 포인터를 사용한다고 들었고 현장 직원에게도 같은 답변을 들었다.


발표가 시작했는데 포인터를 주지 않아 무척 당황스러워따



엉엉 울면서 BIC 전시를 하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왔다.


아주 슬프고 힘든 날이었지만 공짜 호텔에서 샤워하니까 헤헤 기분 많이 나아져따









...그랬는데 다행히 BIC 전시 도중에 1차 합격 전화를 받았다. 너무 기뻤다. 어쨌든 나는 확실한 교훈을 얻었다. 확실하게 물어볼 것은 물어보고 알아볼 것은 알아보자고. 이번 공모전을 위해서라면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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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기대수익률 1360만 원. 최대 상금 5천만 원을 타내기 위한 텔테일 공모전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되었는데...




(하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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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분량 오버되서 中편에서 계속됨.


공모전 끝난 지는 하안참 지났지만... 밀린 학업과 중간고사 때문에 늦게 올림.


블로그에 상중하 다 쓰고 디씨에 천천히 올리려 했는데, 할 일이 많아서 손에 안 잡히더라... 스스로 재촉하는 의미에서 상편 던져보고 간다. 




- 제15회 새로운 경기게임오디션 참가 후기 中


특이하게도 경기게임오디션 1차 합격자들에게는 '피칭 멘토링' 기회가 주어졌다. 두 명의 멘토에게 각각 스토리와 발표 스피치 멘토링을 받았다. 오디션 측에서 오디션에 합격하기 위한 멘토링 기회를 준다는 것이 뭔가 신기했는데, 아마 촬영해서 중계하는 대규모 콘텐츠이기 때문에 통 크게 기회를 준 것 같았다. 어쨌든 이 전문가 멘토링은 정말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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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멘토링 필기 내용. 참고로 저는 악필입니다



첫 번째 멘토분은 스토리에 대해 조언해 주셨다. 텔테일이 '조사 파트와 재판 파트'로 구분되는 것에서 비슷한 구성을 지닌 'law and order'이라는 작품을 추천하셨다. 우리 게임이 재판 파트에 치중되어 있어 조사 파트를 강화해야 했기에 좋은 조언이었다. (근데 아직 못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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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멘토링 필기 내용. 알아서 읽어보세요



두 번째 멘토분의 피드백이 가장 인상 깊었다. 오디션 발표를 시연해보고 바로 피드백을 받았는데, 분량 조절 팁에서 시작해서 시선, 목소리 톤, 어필 방법 등에 대해 많은 조언을 받았다. 그리고 발표 내용의 개선 방향에 대해서도 여러 질 높은 피드백을 받았다.


무엇보다 두 번째 멘토분의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그것이었다. 앞서 다른 팀들의 발표를 들어봤는데, 그중에서 우리 게임이 가장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고. 그리고 이어서 말씀하셨다. "1등하고 싶어요? 그러면 여기에 올인하세요."



립 서비스였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 팀이 일단은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감을 심어주신 점, 그리고 확실한 목표를 제시해주셨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조언이었다. 그렇다 해도 절대 자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덕분에 있는 힘껏 노력할 수 있었다. 이는 내 인생에 몇 없을 확실한 기회니까, '자만해서 대충하다가 탈락' 같은 결말은 정말 피하고 싶었다. 오히려, '내가 이만큼이나 했으니까'라고 자신을 인정하며 결과를 내고 싶었다. 멘토의 말마따나, 1등하면 그 준비 기간은 일급 500만 원으로 칠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으니, 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텔테일 1부로 낼 수 있는 예상 수익은 정말 대박이 나지 않는 이상 2천만 원은 당연히 힘든 금액일 것이다. 앞으로 남은 10일간의 작업은 내가 텔테일 작업에 쏟아부은, 앞으로도 쏟아부을 3년 이상의 시간과 맞먹을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인생을 쏟지 않을 리가. 이 10일을 대충 넘기는 사람은, 선택과 집중을 못하는, 기회를 줘도 잡지 못 하는 멍청한 작자일 테지. 나는 멍청한 작자가 되기는 싫었고, 학업, 개인적인 약속 등을 전부 미루고 오로지 오디션 작업에 집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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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발표 대본



멘토링 후 발표 준비로 넘어와서, 나는 대본 숙지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나의 능력 중 가장 뒤떨어지는 것은 단연컨대 기억력이다. 정말 이것은 평균에서 아득히 먼 수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디션'이라는 큰 무대에서 처음으로 '대본을 보지 않고' 외워서 발표하는 것에 대해 많은 부담을 느꼈다. 그런데 다행히 몸이 기억한다고, 100번 넘게 발표 연습을 하니까 대본을 보지 않아도 술술 입에서 나왔다. 좋아,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그래도 '긴장'이라는 변수가 실제 행사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는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멘토분이 추천한 '그 방법'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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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그것은 큐 카드. 실제로 출력은 발표 전날 했는데, 꽤 멋스러웠고 좋은 아이디어였다. 실제로 부담감을 덜어주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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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D-6인 9/22, 나는 작년 경기게임오디션 수상 팀이자 우리 학교 동아리 선배인 형들에게 발표 피드백을 부탁드렸다. 사실 멘토뿐만 아니라 따로 듣는 기획 수업의 강사님 등 여러 곳에서 OK 사인을 받았기에 PPT와 발표 자체는 자신 있었다. 사실 이 형들에게 가장 늦게 피드백을 요청한 것은 사실 맛있는 것은 늦게 먹는 내 나쁜 버릇(?) 때문이었다. 가장 강력한 무기라 여기고 아끼고 아꼈다가 몰아서 쓴 것. 그러면 안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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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의 피드백은 크게 두 가지였다. 1.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게임 시스템을 이해시킬 수 없다. 2. 어필 포인트가 보이지 않는다.



큰일 났다. 6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렇게 걱정스러운 평가를 받을 줄이야. 전혀 틀리지 않은 피드백이었기에 나는 큰 고민에 빠졌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나는 PPT를 확실하게 개선할 자신도 능력도 없었다. 선택의 갈림길은 두 가지였다. 1. 이대로 집중하고 발표에 최선을 다한다. 2. 지금이라도 PPT를 엎는다.


두 번째 선택지는 6일도 남지 않은 기간에 도박이었을 것이다. 자칫하면 이도 저도 안 될 수 있는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굉장히 도박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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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가망 없는 도박을 하지는 않는다. 나는 피드백을 받은 즉시 PPT를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피드백을 적용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영상을 넣고 눈에 띄는 연출 효과를 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의 모자란 PPT 제작 능력으로는 쉽지 않았기에, 민폐를 무릅쓰고 큰 결단을 내렸다. 이번 공모전을 위해서라면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굳게 마음을 먹지 않았었나. 때는 새벽 3시. 영상 고수 세 명에게 연락해 줌에 초청해서, 두 시간 동안 PPT 강제 피드백을 시켰다. 그렇게 6시까지 밤샘하고 조금 자고, 오전에 다른 두 명을 불러 또 강제 피드백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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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밤을 새워 PPT를 만들었다. 미니 게임 소개 항목에 모두 영상을 첨부하였고, 형식적인 말을 최대한 빼고 게임을 이해시킬 수 있도록 집중화 전략을 썼다. 그리고 BM 파트를 줄이고 게임에 대한 소개를 더 넣었는데,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은 채로 심사하는 심사위원들이 많았기에 좋은 선택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PPT로 다시금 형들한테 피드백을 받으니 아주 다행이도 긍정적인 피드백이 들려왔다. "오 될 것 같은데? 아니 꼭 된다는 건 아니고...." 어쨌든 될 것 같다는 말.





그렇게 만반의 준비가 된 나는 최종 오디션 전날을 맞이하게 되고,



그렇게... 한 편으로 끝날 줄 알았던 오디션 후기가 분량 오버로 상중하로 나뉘게 된다.




(하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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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편 올리고 두 달만에 올림 ㅋㅋ ㅈㅅ


시간이 없었다는 건 변명이겠지만, 진짜 오디션 끝나니까 학업이 잔뜩 밀려 있어서 너무 늦었음... 장학금만 안 걸려 있었어도... 하편도 빨리 올려볼게


그런데 하편 네이버 블로그에 임시 저장 해뒀었는데 다 날아감 아 ㅋㅋ 젠장




- 2021년 제15회 새로운 경기게임오디션 참가 후기 下


# 이번에 끝난 16회가 아니라 작년 15회 공모전 후기글임.

# 참가후기 하편은 가장 보여주고 싶던 에피소드였기에 상편 중편을 쓰면서도 거의 완성이 되어 있었는데... 왜인지 어느 순간 갑자기 백업본이 날아가서 의욕을 너무 잃었었다 ㅠ 그래도 마침표는 찍고 싶어서 담백하게나마 끝내보려고 한다. 그런데 시험이 끝나고 후기를 마저 쓰려고 하니 올해 상반기 경기게임오디션까지 끝나 있었다 ㅋㅋ 뭔 후기가 다음 대회 끝날 때까지 안 끝나... 시기를 많이 놓쳤지만 그래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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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전날에는 게임을 시연했다. 오전에 큐카드를 프린트하고 도착해서 우리 게임의 시연 현장을 점검했다. 그런데 게임 플레이 안내문이 없었다. 게임 시연자들은 게임을 오래 하는 경우가 없다기에, 게임 플레이 안내문에 우리 게임의 핵심 시스템인 추리극장, 사지선다 등의 게임을 체험하는 것을 권장한다는 내용을 적었다. 우리 게임은 초반부가 지루한 면이 있어서 이 안내문은 꼭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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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담당자분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요청드리니 즉석에서 프린트해주셨다. 뿌듯. 게임 시연 시간에는 참가자가 들어올 수 없었기 때문에 세팅 환경을 점검한 후 예약했던 호텔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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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디션장 근처에 적당히 비싼 호텔을 예약했다. 발표 당일에 운전하면 너무 피곤할 것 같아서 잡았다. 판교라 그런지 숙박 가격이 너무 비쌌다. 가장 불만인 것은 욕조가 없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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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연습을 반복하다가, 시간이 되어서 시연 장비를 챙기러 다시 오디션장에 들렀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우리 게임의 초반부를 플레이하시는 시연단 분이 한 분 계셨다. 후반부의 미니 게임만 간단히 플레이해보라는 안내문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플레이해주시는 시연단 분이 정말 고마웠다.


라는 생각을 할 때쯤 시연단 분이 게임을 껐다. ...후반부 미니 게임을 권해드리고 싶었지만, 시연 시간이 종료되었기에 참았다. 안내문 가장 상단에 강조한 사항이라서, 이거면 됐겠지 라고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 큰 잘못이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도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연습밖에 없기에, 호텔에 돌아가 계속 연습하고 이르게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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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일찍 오디션장에 도착해서 주위를 둘러보고, 시간이 되어 리허설했다. 위 사진은 리허설 영상에서 캡처한 사진. 리허설할 때 사운드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서 음향 팀에게 전달해 드리고, 남는 시간 동안 연습하고. 5천만 원을 따겠다는 일념으로 복도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대본을 읽는 연습을 했다. 그러다가 사람이 오면 잠깐 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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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표 순서는 뒤쪽이었다. 내 순서가 오기까지 너무 길어서 체력이 떨어질 듯했다. 그래도 인생에서 가장 노력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서 눈치 보지 않고 열심히 연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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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시연 시간과 점심시간에는 각자 부스에서 게임을 시연했다. 오전 시연 때는 심사위원분들이 몇 분 와서 플레이하고 가셨는데, 점심시간에는 아무도 오지 않아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배급해준 점심을 가볍게 먹고 드디어 대기조에 앉았다. 곧 몇 달 간의 나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는구나.


점심시간이 끝나자 심사위원 분들이 조금 지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마 식곤증에 많이 피곤해하셨던 것 같고 눈에 띄게 질문도 줄어들었다. 심사위원이 다른 심사위원에게 질문 좀 해라라고 하는 상황까지 나왔다. 나는 내 게임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한편 나는 한 남자 심사위원분을 주의 깊게 봤는데, 심사단 중에서 가장 통찰력 있고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하는 분이었다. 나는 그 분의 주의를 끌 수 있다면 괜찮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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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우리 팀과 우리 게임이 호명되고 나는 단상에 올랐다. 수없이 연습했기에 익숙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모르는 마음에 대본을 눈에서 떼지 않고 발표했다. 다행히 내 기준에선 아주 만족스럽게 발표했고, 이대로만 가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표를 마치고, QnA를 할 때도 질문에 막힘없이 잘 대답했다. 다행이었다. 그런데 QnA 시간이 중반을 넘어가자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질문이 좀처럼 나오지 않아서 진행이 루즈해졌다. 모의 면접을 볼 때 가장 많이 질문이 나왔던 추리 시스템에 대한 질문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고, 게임의 곁다리 질문이 많이 나왔다. 왜 주인공을 변호사로 설정했나?라는 질문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내 게임은 추리 재판 게임이라서 꽤나 당혹스러웠다.



정말 위험하다고 느낀 점은, 내가 눈여겨봤던 남자 심사위원분이 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분은 모든 게임에 있어서 하나하나씩 질문하고 피드백을 주셔서 기대를 많이 했었다. 나는 그분을 계속 쳐다봤지만 결국 그분의 눈길을 받지 못했고, 정말로, 망했다.라고 느꼈다. QnA 시간이 끝나가면서 말도 좀 흐트러졌던 것 같다.




발표가 끝나고, 체력도 탈진됐고 절망감에 빠진 나는 허탈한 마음으로 남은 발표자들의 발표를 들었다. 그리고 고대하던 결과 발표가 시작되었는데, 기대를 안 했다면 거짓말이지만, 언제보다 확실한 직감이 들었다. 떨어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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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의 첫 오디션은 TOP 11로 마무리되었다. 행사가 끝나고 인터뷰가 있다며 TOP 1~5위를 따로 데려갈 때 정말 부러웠다. 오늘 꼭 저 자리에 있고 싶었는데. 그렇게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정말 힘든 상황에서 가장 절망적이었던 건 꽉 막힌 퇴근길에 운전해서 올라가야 했다는 점이다(...). 나는 공모전을 도와준 선배에게 카톡으로 찡찡대며 주차장에 도착했고, 기력이 없어서 운전석에 쓰러졌다.


바로 운전하면 사고가 날 것 같아서 의자를 눕혀 그 위에 누웠다. 천장을 보자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누가 시킨 것처럼, 계속 마음속에서 들려왔던 근원적인 질문을 카톡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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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열심히 했다. 하지만 항상 한계를 넘지는 않았다. 정말 열심히 하기는 했지만 죽을 만큼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 만약 죽을 만큼 열심히 했으면 합격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할 수 있었던 합격의 가능성을 저버린 내가 잘못한 것일까? 말로는 그렇게 했지만,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을까.

나의 가장 강렬했던 첫 도전은, 패배라는 기억으로 남았다. 가장 큰 기회가 가장 큰 실패로 전환된.






....



그 후로는,



한번 영혼을 갈아 넣은 PPT를 제작하고 나니까, 다른 데서 발표할 때 항상 같은 PPT를 조금만 수정해서 써도 되니까 엄청 편했다.


그렇게 작년에 떨어진 인디게임 기획개발 공모전에 입상했고, 작년에 떨어진 인디크래프트에도 붙었고, 작년에 떨어진 스마일게이트 공모전도 입상했다. 이제 작년에 떨어진 경기게임오디션만 붙으면 됐지만 안타깝게도 순위권자는 재신청이 안 돼서 그럴 수는 없었다. 아 ㄲㅂ ㅋㅋ


게임은 크나큰 발전을 했고, 올해 출시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엄청나게 타이트하게 일정을 잡은 편인데 일단은 그렇다. 더 발전시키고 싶지만 오래 끌었으니... 이젠 타협하고 맞춰 가야지.



경기게임오디션에 너무 많은 것을 쏟아부었기에 많이 힘들었는데, 반 년이 지난 지금 와서 보면 딱 그럴 만한 결과였던 것 같다. 그때 쏟아부은 노력으로 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고. 아무튼 변명 많은 후기를 마친다.





출처: 인디 게임 개발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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