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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상플] 행복을 나누는 순간 7앱에서 작성

eunoi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2.01 23:58:28
조회 1075 추천 57 댓글 6

눈이 녹아내리고 있는 2월 초 천기의 출산이 코 앞으로 다가온 늦은 아침,  천기는 이 집에서 가장 눚게 눈을 떴다.



몸이 무거워진 탓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몇 번이나 깼다가 다시 잠이 들기를 반복했는데 마지막엔 좀 길게 잔 모양인지, 해가 쨍하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고오."


일어나야 하는데에에. 천기는 이부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한참을 휘적거렸다. 아고. 무거워라. 천기는 혼자 일어나는 것을 포기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방니임!"
"부인."


천기는 하람을 올려다보며 손을 뻗었다. 몇달 째 이어진 아침 풍경이었다. 하람의 체격은 좋은 편이었지만 천기를 일으키려면 꽤 힘을 주어야 했다.




"매번 번거로우시지요."
그런 소리 마세요.편히 주무셨소? 계속 깨는 것 같았는데."
"저 때문에 서방님도 제대로 못 주무시지 않습니까 다른방 가서 주무시래도 가시지 않고."
"부인과 따로 어찌 잠을 청하겠습니까, 아침 준비가 다 되었겠소. 살피고 오리다."




하람은 천기가 머리를 올리고 옷을 입는 것을 옆에서 꼼꼼히 도왔다. 하람은 천기만을 살피는 몸종을 하나 들이고자 했지만,  천기는 5년 째 잘 거부해오고 있었다. 하람은 머리를 올리는 천기를 보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한사람 더 들여야겠어.




*

"조심. 조심. 조심하시오."
"괜찮습니다."



밥을 먹고 천기와 하람은 밖으로 나왔다. 예전처럼 강가에 산책은 못 나가더라도 천기는 방 안에만 있는 것이 답답해 마당에라도 꼭 나오고는 했는데 어제 하루종일 눈이 내린 탓에 맨 탕에는 발도 못 붙여봤다.


시종들이 새벽부터 마당을 청소했지만 , 곳곳에는 얼음이 얼어 있었기에 하람은 천기의 걸음 하나에 조심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몇개 안돼는 계단을 다 내려와 흙으로 된 땅에 발을 딛자, 하람은 그제야 허리를 펴고 천기의 손을 잡았다.




"걱정이 너무 많으신 거 아닙니까?"
"부인 허리가 상하지 않은 게 신기한 것을요."



하람의 말에 픽 웃은 천기는 늘 앉던 장독대 앞 바위에 앉았다. 추운 겨울임에도 약간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흔들리고 있었다.


"힘들긴 합니다."
"미안하오"
"농입니다. 저 괜찮아요."





곧바로 가라앉은 하람의 얼굴에 천기는 손을 내저었다. 뭔 말을 못 한다니까, 솔직히 허리며 다리며  하중이 때보다 세배는 더 아픈 것 같았지만  하람이 늘 안절부절 자신을 챙겼으니 늘 괜찮다 말할 수 밖에.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은 듯 합니다."


녀석들끼리 싸우기라도 하는 것인지 확 심해진 태동에 천기는 허리를 붙잡고는 눈썹을 조금 찡그렸다.


"정말 도성으로 가지 않으실 겁니까?"
"하중이때도 잘 낳았습니다."
"이번에는 둘이지 않습니까?


생기기도 어렵고 낳기도, 특히 건강히 낳기 힘들다는 쌍생에 하람은 물론이고 백유화단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도성에 돌아와 백유화단에서 몸을 푼다면 의녀를 보내주겠다던 양명, 아니 전하의 서신이 어제 도착했지만 천기는 끝까지 집에서 아이를 낳겠다 했다.


"걱정 마세요. 저 홍천기입니다. 잘 해낼 것이니. 너무 걱정 하지 마세요."


*

한달은 마음이 준비를 할 시간이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 그래서 하람은 그 한달 동안 천기를 다시 설득해볼 참이었다. 하람도 도성에 가는 것이 달갑지 않았지만 천기가 더 걱정이 되었기에, 그렇지만, 그 날은 조금 더 빨리 찾아왔다.


바로 그날, 둘다 단잠에 빠져 있을 깊은 밤, 천기는 식은땀을 흘리며 배를 부여잡았다. 그 기척에 눈을 뜬 하람이 이불을 걷자,  이불과 천기의 옷이 모두 젖어있었다.


"아직 안됩니다. 한달은 더 품어야 하는데..."
"부인, 진정, 진정하시오..."



한밤 중 일어난 소동에 집에 있는 모두가 난리였다. 집에 유일하게 잠든 이는 하중이 하나였고 천기는 두번째 겪는 출산에도 진정이 되지 않고 있었다. 산달이 한달 가까이 남았는데 갑자기 찾아온 산통에 천기는 눈에 띄게 불안해했고 벌써부터 숨을 헐떡이자, 곁에 있던 하람도 점점 불안감으로 떨리고 있었다.


"달이 차지 않았는데 어쩝니까..."
"부인, 괜찮습니다 괜찮을 거에요..."
"마님, 아직 멀었습니다. 숨 쉬셔요."
"문을 잘 닫았느냐.. 아이가 깨면 놀랄테니 조용히 해야 해.'
"예, 마님."



천기는 그래도 하중이를 먼저 걱정했다. 단잠을 자고 있는 아이가 잠에서 깨어 놀랄까  만수는 계속 하중의 방을 살폈다.  하람도 아버지로서 하중이가 각정되었지만 천기를 챙기는 것이 먼저였기에 타는 속에도 애써 천기를 진정시켰다.

"부인부터 살피시오."
"단모님.. 단모님을 불러주세요."
"사람을 보내었소, 발이 빠른 사람이니 금방 도착할 겁니다."


천기는 간절히 하람의 소매를 붙잡았다. 도성까지 거리가 얼마인데, 아이가 태어나게 전까지는 오지 못할 거리였다. 진작 도성으로 갔어야 하는건데, 그럼 천기가 조금 덜 불안 했을텐데, 어제 더 강하게 이야기를 할 것을.하람은 계속 후회가 머리 속을 맴돌았고 천기의 손을 더욱 꽉 잡자, 천기의 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이번에도 끝까지 계실 겁니까?"
"한시도 떨어지지 않을 생각이오."


하람은 더 단단히 천기의 손을 붙잡았고, 방 안에 있는 어떤 이도 이번에는 하람에게 나가라 하지 않았다. 그제야 불안했던 천기의 호홉이 조금씩 안정되고 있었다.



*

어두웠던 하늘이 밝아졌고 닭이 우는 소리도 멀리서 들려왔지만 천기는 차도가 없었다. 하중이 때보다 더, 두 아이가 들어있으니 한 아이쯤은 나왔을 시간이었지만, 유모와 관양댁은 물만 계속 데워오고 피만 닦아내는 것을 새벽 내내 반복하고 있었다.


"아직 멀었는가?!"
"마님 조금만 더 힘을..."
"그 말만 지금 몇 시진 째인가."
"그러지 마세요. 서방님..."


천기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도성으로 갔어야 하는데, 아니 끝까지 싫다 했어야 했는데. 하람이 후회로 가득차 머리가 아파 눈을 질끈 감았을 때 밖이 갑자기 소란스러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계속 닫혀있던 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리고, 눈물을 주렁주렁 단 중이가 들어와 곧바로 천기의 가슴팍에 매달렸다.

"어머니!!!!"
"도련님 안됩니다!!!"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하지 않았으냐!"
"나으리 죄송합니다. 도련님 나가세요. 이리 계시면 안됩니다!!"


천기는 내내 입에 천을 물고 소리를 내지 않고 있었고, 만수가 하중이 일어나자  밖에 나가 놀게 하려 했지만 이제는 눈치도 제법 볼 수 있는 나이가 된 아이가 달라진 집 안 풍경을 눈치 채지 못할리 없었다.


"어머니!!"
"하중아, 나가있거라, 응?"
"싫습니다!! 저도 같이 있을거에요!!"
"중아..."
"얘 데리고 나가요."
"부인..."
"아 어서요!!"

어린 아이가 힘은 어찌나 센지 천기에게 달라붙여 엉엉 우는 아이를 달래봐도 중이는 진정이 되지 않고 있었다. 천기는 이를 악물고 소리치듯 말했고, 하람은 겨우 아이를 떼어내 들쳐 안고 밖으로 나갔다.


"싫습니다. 어머니!!어머니!!"
"괜찮다. 중아 괜찮다. 어미는 괜찮다..."


끝까지 같이 있어주고 싶었는데...... 하람이 버둥대는 하중을 안고 나오자, 문은 닫혔다. 덜컥, 문이 닫히는 소리에 하중이는 더 크게 울며 버둥댔고, 하람은 더 힘을 주어 아이를 꽉 붙들었다.


"하중아 괜찮다. 괜찮다...."


하람은 마치 주문처럼 그것을 중얼거리며 쉬지 않고 하중이를 달랬다.



*


아이가 울다가 지쳐 잠이 들었다. 그 긴 시간이 지나는 동안 방안에서는 비명 한번 지르지 않았다. 아이를 걱정한 것이니라, 깨면 하중이 다시 자신을 찾을까봐. 하람은 계속 방문 앞을 서성이면서도 안절부절,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으아아아앙!!"



우렁찬 아이의 울음소리, 하람은 그제야 숨을 몰아쉬며  만수에게 하중을 안겨주고 문을 열었다.



"부인!!"

하지만 방 안 풍경은 기쁨으로 차올랐다. 기쁨으로 웃어야 할 당사자는 하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희미하게 웃었다. 그 미소에 미소로 답해주던 순간, 나머지 한 아이의 울음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건강한  쌍생이었다.








1. 양명이 의녀를 보내주겠다 한 것은 둘과 친해서도 있지만 조선시대 민가에서 쌍둥이를 낳으면 의녀와 곡식을 보내주었다는 기록도 있음


2. 하중이는 꼬박 두 시진을 울었다. 어린아이의 체력은 어마무시함


3. 태어난 아이들의 성별은 아직도 고민 중 태몽은 뭐 틀릴 수도 있는거니...


4. 이름을 지어봅시다.


5. 상징꽃도





홍시들. 설날 잘 보냈길 2월 첫글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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