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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아파트 잔혹사, 살인 사건에서 물바다까지

ㅇㅇ(175.223) 2017.09.09 16:14:19
조회 510 추천 2 댓글 2

한국의 임대주택엔 계급이 있다. 제일 밑바닥 사람들이 사는 영구임대아파트부터 그보단 사정이 나은 이들이 사는 국민임대아파트, 그리고 장기 전세 '시프트'까지. 대개 이들은 그 서열에 따라 단지별로 모여 산다. 안타깝게도, 이들 내부 서열과 관계없이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이들 모두는 이른바 '혐오 시설'로 분류된다. 

집값이 내려간다며 임대주택 건설을 반대하는 일은 예사다. 반대에도 주변에 임대아파트가 들어서기라도 하면 그곳 아이들은 다닐 수 없게 울타리를 친다. 비단 서울 강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 강북의 노원구에서도 지난 2012년 정부가 추진한 임대아파트 건설 계획이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전국적으로 유사 사례는 많다. 현실을 반영하듯 초등학생들 사이에선 '휴거(휴먼시아 거지의 준말, LH의 임대아파트 브랜드인 휴먼시아 아파트에 사는 이들을 비하하는 말)'라는 조어까지 유행한다. 

[장면①]
층간 소음 살인 사건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4층에 거주하는 A씨는 층간 소음으로 지난 몇 달간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꿈속에서도 '쿵쿵'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했다. 잠에서 깨면, 층간 소음으로 미치겠다고 이웃에게 하소연했다. 지난달 25일, 또다시 소음이 들렸고 그는 위층 주민 B씨를 불러 항의했다. 말다툼이 끝에 A씨는 집에 있던 과도로 B씨를 찔렀다. 사건 후 A씨는 "사람을 찔렀다"며 경찰에 스스로 신고했다. 119 구급차가 출동해 B씨를 신속히 병원으로 후송했지만, 결국 B씨는 숨졌다.

A씨와 B씨는 이미 사건 발생 두 달 이전부터 갈등을 빚었다. 이웃들은 A씨와 B씨가 층간 소음 문제로 여러 차례 다퉜다고 했다. 한 주민은 A씨가 관리사무소 등 주변에도 도움을 청했지만 소음 문제가 나아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해당 아파트는 국토교통부 산하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운영·관리하는 영구임대아파트였다. 이 아파트엔 주로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홀몸 노인 등 빈민과 사회적 약자들이 거주한다. 이 단지 내 아파트들은 대부분 지은 지 2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였는데, 사건이 발생한 동만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신축 아파트였다. 규정대로라면, 2014년부터 시행된 국토교통부의 강화된 층간 소음 방지 기준이 적용된 아파트다. 그런데도 층간 소음 분쟁이 일어났고, 결국 안타까운 희생이 발생했다.  

[장면②] 누수와 역류, 방치되는 신축아파트


지난 20일 오후, 사건이 있었던 해당 동의 복도 배수관에선 '콸콸' 소리를 내며 물이 쉴 새 없이 역류했다. 순식간에 복도는 물바다가 됐다. 입주민들은 집으로 물이 들이칠라 빗자루와 걸레로 연신 물을 쓸어내고 있었다. 대부분 고령의 노인들이었다. 관리사무소 직원이나 시설 관계자는 보이지 않았다. 

주민들은 두 달 넘도록 누수와 역류가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장마 내내 누수가 계속됐다는 3층과 4층은 복도가 미끄러워 노약자들의 낙상 등 안전사고 우려도 있어 보였다. 김아무개씨는 "신축 아파트인데도 입주 후 반년도 채 안 돼 아파트 곳곳에서 물이 새거나 배수구가 역류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누수 등 신축아파트 부실시공 문제보다 LH나 관리사무소의 관리 태도에 더 분통을 터뜨렸다. 해당 동에 누수와 역류 문제가 발생한 건 지난 6월 초. 주민들은 여러 차례 관리사무소에 시설 보수를 요청했다. 하지만 두 달 넘도록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그사이 장마와 집중호우로 아파트는 물바다가 되기 일쑤였다.    

김씨는 "관리사무소에 수차례 시설 보수를 요청했지만, 두 달 넘도록 보수 공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문제가 계속돼 관리사무소에 항의하자, 시설 담당자는 LH 본사 콜센터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직접 민원을 넣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관리사무소 담당자에게 상급 기관인 LH의 담당 부서를 묻자, 담당자는 인터넷 전산상으로 보고해서 어느 부서인지 모른다는 황당한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갑질' 관리에 피멍 드는 임대아파트 주민들 

주민들은 이번 살인 사건을 두고도 관리 문제를 지적했다. 사건이 발생한 동에 거주하는 주민 이아무개씨는 "층간 소음이 있거나 시설에 문제가 있을 때 관리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신속하게 처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신축아파트 천장에서 물이 새고 배수관이 역류해도 몇 달째 해결되질 않는데, 관리사무소에 층간 소음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호소해봐야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공공 임대아파트라 그런지 관리가 부실하고, LH나 관리사무소가 입주민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갑질을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라고도 했다.  

이번 사건 가해자 A씨나 피해자 B씨 모두 기초생활수급자로 홀로 살았다. 도움을 청할 곳은 관리사무소뿐이었다. 사건 이후 경찰 조사에서 가해자 A씨도 "관리사무소에도 수차례 얘기했지만, 층간 소음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층간 소음 갈등으로 인한 문제가 커지자 정부와 지자체는 관련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노원구도 지난 2013년부터 구내 전체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층간 소음 방지 규정'을 만들어 시행 중이다. 

노원구의 '층간 소음 방지 규정'에 따르면, 층간 소음 분쟁이 발생하면 '층간 소음 조정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또 층간 소음 민원이 접수되면 관리 주체인 관리사무소는 소음 피해-가해 세대 간 분쟁을 중재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규정이 이번 사건에선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이아무개씨는 "단순히 범죄자 개인의 문제로 취급하기엔 (영구)임대아파트 관리가 너무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가난하더라도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 보장돼야" 

사건 이후 해당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이른바 '임대주택 포비아(혐오)'를 우려했다. 이씨는 "공공 임대아파트라서 관리가 좀 부실해도 참고 살았다"며 "안 그래도 임대아파트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데, 이번 사건으로 편견이 더 강화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 임대아파트는 현대판 '게토(중세 유럽과 나치 독일 시절 유대인을 집단 수용 격리한 지역. 현대엔 빈민가나 사회적 약자 집단 거주지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가 되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승화 빈곤활동가는 "우리 사회에선 기본적으로 주거 복지를 시혜적으로 보는 면이 있어 싸게 빌려줬으니 관리가 좀 소홀해도 참으라는 인식이 만연하다"며 "그러는 사이 임대아파트 단지는 어둡고, 더럽고, 위험한 공간이라는 혐오가 확산된다"고 지적했다. 

조승화 활동가는 "비싼 민영아파트에서 층간 소음 문제나 누수 등 시설 문제가 발생했다면, 아마 어떤 식으로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속하게 관리 주체들이 움직였을 것"이라며 "가난한 사람들을 한데 모아 두고, 단순히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임대해주는 것을 주거 복지라고 부를 순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난하더라도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관리와 사회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임대아파트의 혐오 시설화와 게토화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취임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인사 청문회에서 "과거 집 때문에 서러움을 많이 겪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김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서민 주거 안정'을 강조했다. 한국 사회 주거 정책의 눈높이가 낮은 곳에 맞춰지지 않는다면, 공공임대아파트 잔혹사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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