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주택 통계 기관인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의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 기준으로 11.59% 오른 반면 부동산원 기준으로는 2.72% 상승에 불과하다. 올해 서울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이자 국가 승인 통계 작성 기관인 부동산원의 통계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정부 정책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올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KB가 감정원의 4.26배… 지역별로 서울만 격차 커

14일 부동산원원의 월간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지난달까지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2.72%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에서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1.59%로 부동산원 변동률의 4.26배나 된다. 부동산원 수치 대비 8.87%p(포인트) 높다.

그간 KB국민은행의 통계치가 부동산원보다 높긴 했지만 올해 유독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2017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부동산원이 4.69%, KB국민은행이 5.28%로 0.59%p 차이가 났고 지난해엔 부동산원이 1.11%, KB국민은행이 2.91%로 1.80%p 격차가 있었다. 아파트값이 급등했던 2018년에는 부동산원이 8.03%, KB국민은행이 13.56%로 5.53%p 차이가 있긴 했는데 올해는 당시보다 집값이 덜 올랐는데도 그 격차는 8.87%p로 더 크게 벌어졌다.

지역별로도 서울만 유독 통계치가 다르게 나온다. 지난달까지 올해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의 경우 KB는 7.80%, 부동산원은 6.15%로 비교적 차이가 크지 않다. 수도권도 KB가 10.80% 부동산원이 8.07%로 격차가 크진 않다. 경기도 변동률은 KB가 11.18%, 부동산원이 11.10%로 비슷하다.

이에 대해 부동산원 관계자는 "부동산원 통계는 조사자들이 호가, 실거래가를 모두 보고 조사하고 KB 통계는 호가 등을 감안해 공인중개사들이 직접 입력해 지수를 만드는 방식인데 시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표본이 달라 변동률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통계 조사시 중개업소가 입력하지만 매도자 판매 희망가격인 호가를 반영하는 게 아니라 실제 거래 가능한 금액을 가격동향조사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서울만 아파트값 상승률 격차 큰 것 문제, '정책 불신' 우려… 통계 개선 필요"

양대 주택 통계 기관의 수치 차이가 과도하게 크다는 점은 문제라는 게 전문가 시각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표본 차이가 있다고 해도 같은 서울 아파트 시장에 대한 통계가 그렇게 크게 차이가 나기는 쉽지 않다"며 "KB국민은행 통계가 국민 체감도에 더 가깝고 서울만 편향적으로 통계 밸런스가 맞지 않아 부동산원이 정부 기관이라 통계가 다른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심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원 통계를 기준으로 정책을 짜는데 해당 통계가 시장을 잘 반영하지 못하게 되면 정부 정책 불신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지수를 보전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원래 KB국민은행이 주택가격동향을 조사했는데 2010년 국가통계위원회에서 호가 중심 방식으로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고 해 거래가능금액으로 평가하는 부동산원으로 2013년부터 국가 승인 통계가 이관된 것"이라며 "전체 주택시장을 바라보는 게 정책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체감도를 늘리기 위해 사람들이 주로 거래하는 단지를 표본에 넣는다는 것 등은 어렵다"면서도 "통계 체감도 개선을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고 이달 말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