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한국 측 3인과 소련 측 2인이 실무 예비 접촉을 가졌다.한국 측에서는 나, 비서실장, 외교안보보좌관이 나갔고, 소련 측에서는 외교 고문 도브리닌과 부수상 마슈코프가 나왔다. 소련 측에서 고르바초프를 만나는 조건을 두었는데, 대통령을 제외한 5명만 회담장에 들어오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끼리 회의를 했다. 외교안보보좌관, 외무장관, 통벽, 이렇게 3명은 기본으로 들어가야 하고, 회담 결과를 대외적으로 알려야 하니까 대변인도 배석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한 명은 누구로 정할 것인가. 외무부 쪽에서는 모스크바 총영사를 배석시키려고 했다. 소련과 수교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이니 당시 한국과 소련 관계에서는 총영사가 제일 직위가 높았다. 외교부 사람들은 이렇게 외전이나 프로토콜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렇게 결정했는데, 다음날 아침 워싱턴에서 미국 국무성 극동 담당 차관보가 날아왔다. 한국과 소련의 수교와 관련된 일이니 백악관에서도 크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