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1월 우리나라 재무부 장관은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를 하면서 기존의 영업세, 물품세, 특별소비세 등을 망라한 간접세로써 부가가치세를 도입하겠다고 보고한다. 당시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부가가치세 도입의 근거와 필요성은 이렇다. 첫째, 세수 증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잘만 운영된다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투자세액 공제로 투자를 촉진한다. 부가가치세는 납세자가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뺀 나머지 부분을 납부하게 된다. 따라서 매입세액이 많을수록 부가가치세도 적게 내게 되는데, 납세자 입장에서는 그래서 투자에 과감할 수 있게 된다. 투자금액 또한 매입으로 분류되어 부가가치세를 감면받거나 환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수출상품에 대한 완전한 세액 환급으로 수출을 촉진한다. 수출되는 상품은 외국에서 소비되기 때문에 매출을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국내에서 매출세액은 0원으로 잡히고 오로지 매입세액만 남게 된다. 그러한 매입세액을 그대로 환급해 주면 수출 기업으로서는 큰 이득이 남는다. 수출 위주 경제정책을 펼치고 있던 우리로서는 수출을 촉진하는 중요한 인센티브 요인이 되리라 기대했다. 넷째, 근거과세가 확립되고 세무공무원의 부조리를 척결할 수 있다. 세금에는 늘 유착, 비리 같은 단어가 따라붙는다. 누구에게 얼마만큼 세금을 걷어야 하는지 근거가 분명하지 않으면 세무공무원은 주먹구구식으로 세금을 매기게 되고, 그런 공무원을 매수하려는 부정부패의 검은 고리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부가가치세의 경우, 재화와 용역을 주고받은 근거(영수증 또는 회계장부)에 따라 과세를 할 수 있으니 부정이 개입할 여지가 크게 줄어든다. 자, 이렇게 보면 부가가치세는 좋은 점만 가득한 세금이다. 이론으로만 따지면 부가가치세는 단 두 페이지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간명한 세금이고 혁신적인 세금이다. 재무장관으로부터 이러한 보고를 받았으니 대통령도 당연히 부가가치세 도입을 결심하게 된다. 언론들 또한 "이렇게 훌륭한 세금을 왜 빨리 도입하지 않는 것이냐"하면서 재촉할 정도였다. 그때 나는 새삼 깨달았다.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많으면 모르는 사람의 목소리가 아는 사람을 이기게 된다는 사실을! 정치를 하면서 이런 사례를 여러 번 목격했지만 부가가치세 도입이 그 깨달음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