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얼마전 가을. 일은 이 때부터 시작 됨
쌀쌀해진 날씨에 맞춰 장롱에 쳐박혀 있던 옷을 꺼냄
그런데 내가 지난 겨울 자주 입던 자주색 맨투맨에 쌀알만한 갈색 번데기들이 덕지덕지 여기저기 붙어있었음

생전 처음 마주한 상황이라 깊고 긴 공포에 빠지게 됨
나는 곤충을 무서워 함.....

그 옆 그 옆옆 옷을 보니 마찬가지로 시발 번데기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음
손을 벌벌 떨면서 번데기들이 붙은 옷을 추려내고
털 떼는 돌돌이 테이프로 번데기를 대충 제거하고 세탁기에 넣어버림
그리고 마트에서 방충제랑 제습제를 사다가 옷장에 넣고 봉인시켜버림

그렇게 한달 간 다른 옷장에 있던 맨투맨들로 추운 날씨를 견뎌냄
그러나 이젠 겨울.. 이젠 패딩을 입을 수 밖에 없음
지난 달에 이미 전투를 치뤘기 때문에 안심하고 하나밖에 없는 패딩을 꺼내게 됨

주머니가 열려있길래 아무 생각 없이 손을 집어넣음

바스락

손에 닿는 그 느낌...그 소리....
온몸에 소름이 돋아서 난 진짜 눈물도 안 나왔음
이제 보니 주머니 부근에 그 번데기들이 또 있는거임 시발!!!!!!
두근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주머니를 벌려보니
반짝이는 투명한 플라스틱 같은 무언가 안에 정체 모를 갈색 쌀알만한 벌레들이 우글 대고 있었음
이 벌레들이 꼬일만한 원인이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탁구공만한 하트모양의 퍼먹는 초콜렛 그거 같은거임...편의점에서 파는

이 비싼 패딩을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인생 최대의 벌레와의 전투를 준비함

주머니 지퍼를 열고 안에 에프킬라 반통을 난사한 후
지퍼를 잠굼
그리고 양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안에 있는 해처리를 담을 큰 비닐봉지를 준비함

그러나 쫄보인 나는 막상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꺼내려고보니..
손으로...내 손으로 꺼낸다는게 너무 무서워짐

그래서 나무젓가락으로 들어올리려고 했으나
이게 내가 생각하는 그 작은 크기가 아니었고
커다란 비닐 안에 쌓여진 무거운 무언가인것을 알게 됨
무거운데다가 내가 젓가락질을 잘 못하는 관계로
나무젓가락 작전은 실패함

결국 비닐장갑을 하나 더 끼고 화장실에 쭈그린채 일생일대의 긴 다짐을 시작함
난...할 수 있...다.....해야..한..다....
약 십분여간의 긴 나와의 싸움을 끝내고
십호흡을 한 후 이새끼들과의 전투를 본격적으로 시작함

손을 집어넣어 그 물체를 잡아 꺼냈으나 차마 똑바로 보지 못하고
준비한 비닐봉지에 넣어버림
그리고 주머니 속에 남아있는 이 십새끼들을 처리하기 위해
주머니 속에 다시 손을 집어넣어 주머니를 살살 뒤집자
후두두둑......
화장실 바닥에 엄청난 양의 번데기들이 쏟아짐
토가 쏠려서 정신이 혼미해짐
어찌어찌 다 털어낸 후 바로 세탁기에 넣어버림
패딩은 손세탁 해야한다는데
혹시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십새끼들의 알을 손으로 만지면서 세탁 해야한다는게 너무 너무 너무 싫어서
그냥 세탁기에 넣어버림 시발
그리고 탈수를 기다리고 있는게 지금 현재 상황임...


참고로 그 해처리의 정체는 바로

콜비잭바베큐버거..... 편의점 햄버거....

올해 2월경 내가 주머니에 넣어놓고 깜빡 잊고
그대로 장롱에 넣어버렸던 것임

이 햄버거는 지난 봄 여름 가을 그리고 오늘까지
썩어문드러져 까맣게 변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고
안에는 번데기들이 가득했음..
아직까지 살아있는 성체들이 안에서 뽈뽈 기어다니고 있었는데
내가 비닐봉지에 넣어서 묶어버렸기 때문에
자세히 보이지가 않음..

지금 검색해서 찾아보니 이 십새키들의 정체는 날파리인것 같다




결론 : 입고 난 옷의 주머니를 꼭 비우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