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더 킬러-죽어도 되는 아이’(더 킬러)에서는 장혁의 액션 20년사 ‘정수’가 펼쳐진다.
더 킬러’는 연출자가 각본을 쓰고 배우를 불러모으는 기존 작법과 달리 액션에 진심인 이들이 뭉쳐 프로젝트를 만들고 적절한 연출자를 찾은 경우다. 장혁은 이 작품에서 주인공 의강 역뿐 아니라 1시간 35분에 달하는 액션의 디자인을 무술감독과 직접 맡았다. 맨몸, 총기, 단검, 도끼, 곤봉 등 몸으로 하는 액션에 와이어, 차량, 오토바이 등 사물을 이용한 액션 등 총천연색의 액션을 구현하기 위해 나섰다.

이야기 줄거리는 단순하다. 의도적이다. 아내 지인의 딸을 아내의 여행 중 떠맡은 전직 살인청부업자 의강은 우연한 기회에 소녀 윤지(이서영)가 악의 손에 떨어지자 그를 되찾기 위해 퇴로 없는 액션을 펼친다. 오직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자비를 보이지 않는 주인공.
이러한 줄거리는 원빈 주연의 우리 영화 ‘아저씨’와 리암 니슨 주연의 할리우드 액션 ‘테이큰’을 떠올리게 한다. 일면식이 없는 아저씨와 소녀가 얽히는 모습은 ‘아저씨’의 설정을, 지체없이 적을 처리하는 모습에서는 ‘테이큰’이 떠오른다.

대신 많은 부분을 공간의 미장센과 특수효과 그리고 현란한 액션으로 메웠다. 장혁은 무술감독과의 협업과도 모자라 액션에 대한 열정으로 홍금보사단의 일원이자 성룡의 유명한 액션 시리즈 ‘메달리온’의 빌런 브루스 칸을 삼고초려로 섭외했다.

줄거리는 버리고 액션을 택한 영화답게 영화는 초반부터 일언반고 없이 쾌속 액션으로 달려간다. 장혁은 맨몸으로는 절권도로 상대를 때려눕히다 단검으로 현란한 초식을 선보이고, 총으로는 백발백중의 사격에 성공해낸다.

이는 코로나19로 응어리진 관객들의 마음을 탄산처럼 부추기는 기제로 작용한다. 하지만 줄거리의 여러가지 의문은 남는다. 그들은 왜 그랬으며, 앞으로는 어떡할 것인지. 하지만 이런 부분에 너무 골몰하다 보면 영화의 장점을 놓치기에 십상이다.
모 아니면 도. 심각한 사유가 아니라면 동물적인 쾌감. ‘더 킬러’는 후자를 골랐다. 고구마는 필요 없다. 한 시간 동안 외로운 운명을 헤치고 정신없이 적진을 들이치는 영웅을 보고 싶다면 적절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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