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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이순 암행기 47

루비(1.177) 2017.05.16 00:32:13
조회 166 추천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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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은, 눈 앞에서 벌어진 이 상황이 너무나 믿기지 않는 듯,

 

한 달음에 옥정이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지체 할 겨를 없이 옥정이의 팔을 잡아, 자신의 뒤로 내

 

돌렸다.

 

누군가의 갑작스러운 손 놀림에, 옥정이는 영문도 없이 이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거친 손길이, 이순이라는 사실에, 옥정이는 놀란

 

표정으로 이순을 올려다 보았다.

 

버젓이 웅천의 앞을 가로 막고 선 이순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거침없이 웅천에게 일침을 가했다.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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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갑작스러운 이순의 출연에, 웅천이도 일순, 멈짓하고

 

말았다.

 

그리고 재빨리 손을 거두더니, 뻘춤해진 얼굴로, 딴전을 피워

 

보였다.

 

 

 

“뭐하는 짓이라니! 보다시피, 옥정 낭자와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소.”

 

 

 

“오손 도손? 대체 그대가 옥정이에게 무슨 용건으로!……………

 

더구나 이 무례한 행동은!”

 

 

 

“…………아………그것은, 옥정 낭자의 얼굴에 먼……먼지가

 

묻어 있는 것 같아서……………”

 

 

 

웅천이가 어이 없는 핑계로 말을 얼버 무리자, 옥정이는 황당

 

하다는 듯이, 제 볼을 감싸 안았다.

 

옥정이의 당황한 낮빛에 이순은, 또 다시 웅천을 매섭게 노려

 

보았다.

 

분명, 며칠 전의 내기로, 검계들과 맞닥뜨릴 일들은, 더 이상

 

없을 터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무슨 꿍꿍이로, 옥정이를 불러 내기까지

 

한 것일까.

 

이순은 약조를 어긴데다, 옥정이에게 함부로 손을 가져가던

 

웅천의 소행이, 괴씸하기 짝이 없었다.

 

난감해진 웅천은, 지레 헛기침을 해보이더니, 때 마침 이순의

 

뒤에 서 있는 초향이를 보더니, 재빨리 말머리를 돌렸다.

 

 

 

“에헴, 그러는 그 쪽도, 그리 큰 소리 칠 명분은 아니구만,

 

언제는 옥정 낭자 하나 뿐인 것처럼 하더니, 밖에서는 전혀

 

다른 여인과 즐기고 있는 걸 보니 말이오.”

 

 

 

웅천의 그 말에, 그제서야 뒤를 돌아 본 옥정이는, 그대로 두

 

눈동자가 흔들리고 말았다.

 

초향이는 자신을 보자 마자, 사색이 되어버린 옥정이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한 숨이 실려 나왔다.

 

역시나 자신의 짐작대로, 옥정이는 단단히 곡해를 하고 있음이

 

틀림 없었다.

 

그때, 빈정거리는 웅천의 목소리가 또 다시 들려왔다.

 

 

 

“제 아무리 정인이라 해도, 아직 혼례를 치룬 것은 아니니,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시겠다, 이 심보같은데…………하긴,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오는 모양새가, 이제 보니, 아주 제대로

 

찰떡 궁합이외다.”

 

 


웅천이의 그 말에, 이순은 여지없이 인상이 구겨져 버렸고,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옥정이도, 떨구고 있던 고개를 들어,

 

웅천이를 원망스럽게 쳐다 보았다.

 

그렇치 않아도, 이순과 초향이의 일로, 극도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던 옥정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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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에 검계의 대장마저 그런 소리를 들려 오다니………………

 

마치 겨우나마 견뎌 내고 있는 옥정이의 작은 의지마저,

 

뒤흔들어 놓는 듯, 옥정이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암울할

 

뿐이였다.

 

곁에 서 있던 초향이도 옥정이의 그런 표정을 곁눈질 해가며,

 

마음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매섭게 일그러져가는 이순의 표정에, 갈수록

 

이 상황이 심각해지자, 서둘러 중재를 하고 나서야 했다.

 

 


“두 나으리들, 아무래도 괜한 곡해로 마음이 상하신 듯 하온데,

 

이곳에서 이럴 것이 아니오라, 저희 기방으로 가셔서,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심이 어떠하시겠습니까.”

 

 


초향이의 말에 이순은 더 이상 마주 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옥정이를 데리고 주막으로 돌아가야 겠다는 생각에, 옥정이를

 

쳐다 보았다.

 

그러나 무언가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자신의 시선을 피하고

 

마는 옥정이를, 이순은 다시 한번 착찹한 심정으로 바라 보아야

 

했다.

 

초향이 말대로 무언가 단단히 오해가 겹칠대로 겹쳐진 것인지,


어젯 밤 그토록 자신을 멀리하던 옥정이가, 어떻게 검계대장을

 

만나고 있었으며, 또 다시 안색이 파래져서는 저토록 곤혹해

 

하는 것인지……………………

 

이제는 이순 조차 머리 속마저 혼란으로 일렁이기 시작했다.

 

결국 네 사람은, 초향이의 능술 능란한 중재에 이끌려, 마침내

 

기방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얼마 후, 기방으로 자리를 옮겨온 네 사람은, 초향이의 안내로

 

웅천이와 이순은 한방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초향이는 서둘러 술상을 준비시켜서, 이순과 웅천이 있는 방에


들여보내 놓고, 자신은 옥정이가 기다리고 있는 방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말없이 생각에 잠겨있는 옥정이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아가씨, 대체 오늘 일은 어찌 된 것이랍니까.”

 

 


“……………그것은 저야말로 물어보고 싶었답니다. 어떻게

 

선비님과 함께 그곳에 같이 계셨는지요.”

 

 


“아가씨, 혹시…………나으리와 제 사이를 오해하고 있으신

 

겝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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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정이는 자신과는 달리, 초연하게 질문을 건네오는 초향이의

 

모습에, 더 없이 속상해져 왔다.

 

그리고 자신의 불안한 속내를 들킬까, 애써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초향이는 선뜻 대답을 들려오지 않는 옥정이를 보며, 짐짓

 

속내를 읽어 내기라도 하는 듯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왔다.

 

 


“아가씨, 혹여 그럴 일은 없겠지만, 설마 나으리를 못 믿으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지금 저에게서 무슨 말이 듣고 싶으신 것입니까, 선비님을

 

못 믿는다니요. 그럴리가 없질 않습니까. 당연히 선비님을

 

믿고 따르기 때문에, 결코 선비님이……선비님이…………”

 

 


옥정이는 작게 흥분을 해 보이다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체,

 

그대로 시선을 떨구고 말았다.

 

 


“역시 무언가 마음 상하신 일이 있으신가 본데, 내가 아무리

 

어찌 한다 해도, 아가씨가 마음만 단단히 잡고 있으면 될일인데,

 

이리 약해서야, 어찌 나으리를 시봉하실 수 있으시겠소.”

 

 


“……………………………”

 

 


초향이의 그 말에 옥정이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초향이를 쳐다

 

보았다.

 

그리고 무언가 대항을 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의 구차한 말은

 

연약한 자신을 드러내는 것밖에 되지 않겠다는 경계심에,

 

그대로 입을 닫고 말았다.

 

결코 초향이 앞에서만은, 약해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조금 전

 

시전에서의 일마저 겹쳐지고 나니, 이제는 더이상 누룰 수 없이

 

그 불안감과 초조함은 옥정이의 얼굴 표면에 그대로 드러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 옥정이의 표정에, 초향이는 한층 더 자극을 주는 듯, 말을

 

이어 나갔다.

 

 


“그렇게 약한 마음이걸랑, 아가씨가 나으리한테서 물러나 주면,

 

나는 나으리를 더 잘 시봉할수 있는데, 어떠하시오, 한번 지켜

 

보시겠소, 나으리의 마음을……………”

 

 


“지금 선비님을 어찌 보시고 그리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그리고 선비님이 어찌 하셨든, 제가 믿는 선비님은 결코 그럴

 

분이 아니시니, 그 쪽도 이런 말씀은 삼가해 주시지요. 더이상

 

이상한 소리를 하시려거든, 저는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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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정이는 그 말을 건네고서,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더 이상 초향이란 기생과 마주하며 이야기를 해본들, 지금은

 

자신의 아픈 심정만 더 들어내는 것 같아서, 더 이상 그 자리에서

 

앉아 있기가 괴로웠다.

 

그리고 애써 검계의 대장로부터 건네받은 비상약에 집중해야

 

했다.

 

어렵게 손에 넣게 된 약이니만큼, 한시라도 바삐, 이 약을 달래의

 

아버지께 전해 드려야겠기에, 서둘러 움막촌으로 움직여야

 

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다급하게 일어서는 옥정이의 모습에, 초향이는 무언가

 

마음에 탐탁치 않는 듯,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옥정이를 바라

 

보았다.

 

그리고 자신을 피해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나려는 옥정이의 모습에,

 

그저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며, 저 홀로 고심에 빠져 들었다.

 

 

 

 

 

 

 


 

 

 @@@

 

 

 

 

 

 

 

 

 


한편 이순과 웅천이가 술상을 마주하고 앉은 방에서는, 여전히

 

무거운 공기가 방안가득 베여 있었다.

 

한 참을 말없이 웅천을 매서운 눈빛으로 겨냥하고 있던 이순에게,

 

웅천이는 겨우나마 입을 열어, 언변을 늘여놓기 시작했다.

 

 


“조금 전, 그 쪽이 두 눈으로 확인했듯이, 곡해랄 것도 없소.

 

그저 옥정 낭자를 이대로 포기해서는 안되겠다 싶은 사심에,

 

내 능력껏, 옥정 낭자를 불러 낸 것이요.”

 

 


“그 쪽이 불러 낸다고 해서, 순순히 나갈 옥정이가 아닌데, 대체

 

옥정이에게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이오.”

 

 


이순은 여전히 경계를 하며, 노기에 찬 목소리로 무겁게 말을

 

뱉었다.


그런 와중에도, 머리속으로는 옥정이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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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옥정이가 어두운 표정으로 자신을 마주보지 못했던

 

것은 웅천이로부터 피지못할 협박을 받았기 때문은 아닐까………………

 

분명 검계 대장이란 자가, 옥정이에게 어떤 협박을 했거나

 

수작을 부린 것이 아니라면, 옥정이가 순순히 이 자를 만날

 

일이 없었다.

 

그런 차에, 옥정이의 얼굴을 만지려던 웅천이의 행실이 또 다시

 

뇌리를 스치자, 이순은 솟구치는 역정을 가까스로 참아야 했다.

 

옥정이를 만난 것도 모자라, 옥정이를 함부로 만지려 하다니………………

 

이순은 웅천이의 그런 행동이, 좀처럼 용납되지 않았다.

 

속이 끓어오르는 듯, 뜨거운 화기가 이순의 얼굴에 드러나는

 

것을, 겨우나마 눌러 내리고 있을 때, 웅천은 무언가 의미

 

심장한 웃음을 걸쳐 보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뭐 그 쪽이 알다시피, 옥정 낭자를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것은

 

아니오만, 내 여인의 마음을 일시에 거머쥘 수있는 대장부다운

 

능력을 지녔다 보니, 옥정 낭자도 어쩔 수 없이 내 정심에 눈이

 

뜨인 것 아니겠소. 결국, 인연이라는 것은 원하다고 해서 다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뜻하지 않게 이뤄질 수도 있는

 

법이니, 너무 정인이라는 것에 집착을 두지 마시라는 소리요.”

 

 


“도대체 그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요! 무엇이길레, 이리까지

 

말도 안되는 배짱을 튕기는 것이요!”

 

 


“말도 안되는 배짱이 아니라………………알아먹기 좋게 뜻을

 

비추자면, 선포요.”

 

 


“선포?……………”

 

 


“사람 인연이라는 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라지만, 혹시 모를

 

일 아니요, 옥정 낭자가 내 천생 배필이 될는 지는……………

 

그래서 이 참에, 옥정 낭자에게 구애를 해볼 생각이라오.”

 

 


순간 이순은, 자신이 쥐고 있던 술잔에, 불끈 힘을 줘가며, 한쪽

 

눈썰미마저 짙게 일그러졌다.

 

지금 자신 앞에서 옥정이에게 구애를 하겠다고, 선전 포고를

 

하고 있는 셈이 아닌가.

 

가면 갈수록 방자하고 어이없는 웅천의 언사에, 이순의 심기는

 

점점 더 불쾌해져 갔다.

 

그 며칠 전, 자신의 부하 앞에서 온갖 횡포를 내보이며, 무게를


잡아 보이던 검게 대장이 아니던가………………

 

그런 자가, 지금은 마치 투전의 야바위꾼 마냥,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루한 패까지 내 보인 것이다.

 

이순이 그렇게 웅천을 노려보고 있을 때, 웅천이는 터져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고 있었다.

 

결코 , 비상약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무런 영문을

 

모른 체 곤혹해 하는 이순의 모습이, 통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라도 이순의 기를 꺽여놓고 말겠다는 오기로,

 

알짱한 뱃심으로 밀어 붙이고 있었다.

 

그런 여유로움에 술잔을 기울리는 웅천과는 달리, 이순은 다시

 

한번 차분히, 냉정함을 되찾아야 했다.

 

도대체 옥정이에게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인지………………

 

쉽게 이야기를 꺼낼 것 같지 않는 웅천이의 표정에, 일단 그

 

속내를 한번 떠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흠, 아무리 그 쪽이 뭐라 한들, 옥정이가 아무런 이유없이


그 쪽을 만날 일이 없음인데, 그 쪽이 말하는 대장부 다운

 

능력이, 어떤 것인지 어디 한번 시원하게 이야기나 들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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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그걸 어찌 그리 쉽게 말하리라 생각하시오? 참으로

 

실소를 금치 못하겠소이다. 제 아무리 잘난 정인이라도,

 

옥정 낭자의 원하는 바를 그리 몰라서야…………이거

 

보아하니, 오늘은, 완벽한 그 쪽의 패 아니요?”

 

 


그때였다.

 

웅천이 열변을 토하고 있을 즈음, 초향이가 조심스레 방안으로

 

들어서더니, 이내 두 사람의 표정을 한번 훑어보며, 말을

 

건네었다.

 

 


“어떠하십니까, 두 나으리들, 술이라도 한잔 씩 넘기시면서,

 

말씀들 나누고 계셨는지요.”

 

 


“네 이년, 초향이라고 했더냐, 대체 두 남정네만 앉혀놓고,

 

술상을 봐 놓으니, 이게 술인지 물인지 어찌 그 맛을 감미할

 

수 있겠느냐. 내 오늘 옥정 낭자와 조용히 산사로 산책을

 

다녀올까 마음먹었건만, 네년이 이리 끌고오는 바람에 성취를

 

못했으니, 이것을 어찌 갚을 것이냐.”

 

 


“어머머, 대장나으리, 혹여 그 산사라는 곳은, 설마………

 

용탑사를 두고 말씀하시는 것은 아니옵지요? 하오나 그건

 

알고 계시옵니까, 그 용탑사에 인연아닌 사람끼리 기도

 

공덕을 잘못 들였다가는, 되려 큰 화가 되어 돌아온다

 

하지요.”

 

 


초향이가 간들여진 웃음으로 말을 건네자, 웅천은 갑자기

 

헛기침을 해 보이며, 난색해 보였다.

 

그리고 놓여있던 술잔을 시원하게 한입에 털어 내더니, 다시금

 

말을 이었다.

 

 


“나는 그 화가 개화꽃이 될지, 재화꽃이 될지, 그다지 개의치

 

않으니, 그런 말에 결코 의지를 꺽을 생각은 없느니라, 세상

 

만사가 다 내맘 먹기에 달린 것 아니냐, 사내가 한번 칼을

 

빼들었으며, 될 때까지 가 보는 것이지.”

 

 

 

 

이순은, 의기 양양하게 달변을 토하는 웅천의 이야기에,

 

어이가 없다는 듯, 실웃음을 짓고 말았다.

 

 


‘설마하니, 옥정이를 데리고 용탑사에 인연 기도를 드리는

 

걸로, 옥정이의 마음을 잡을 수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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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유난히 옥정이와의 인연에,

 

배짱를 부리는 웅천의 행동이, 이래 저래 의심쩍어 졌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답답한 한 숨이 실려 나왔다.

 

분명 옥정이는, 저 작자에게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랬던 옥정이가……………어찌 자신의 시선 만을 피하고

 

마는 것일까.

 

이순의 마음 속에서는, 옥정이의 그 모습이, 끊임없는 의문처럼

 

되풀이 되고 있었다.

 

초향이는 방 한쪽에 작은 향을 피워 내더니, 이내 상자리로

 

다가와 앉으며 말을 이었다.

 

 


“두 남정네께서 워낙에 거칠게 기 싸움을 하신듯 하여, 이 방에

 

공기가 무척이나 탁해진 듯 하옵니다. 하여 조금이나마 방 안

 

공기를 정화해볼 겸 향을 사르는 것이니, 그리 아시지요. 하옵고,

 

이 선비님께, 제가 따로이 여쭐 말씀이 있사온데, 번거스럽겠지만,

 

잠시 자리를 이동해 주시겠습니까. 대장 나으리께서는, 곧 기녀들을

 

들여 보낼 테니, 잠시만 쉬고 계시지요.하옵고, 대장 나으리는

 

잠시만 쉬고 계시지요. ”

 

 


이순은 초향이의 눈짓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초향이의 뒤를 따라, 그 방에서 나서게 되었다.

 

얼마 후, 이순은 초향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연화각이라는

 

별채로 안내 되었고, 그곳에는 또 다른 안주상이 마련되어

 

있었다.

 

초향이는 안주 상에 놓인 술잔에 술을 따라 부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옥정 아가씨는 어찌 된 일인지 급한 일이 있다시며, 이 곳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곧 바로 돌아 가셨답니다.”

 

 


“…………………………………”

 

 


이순은, 옥정이의 이야기에, 또 다시 쓰라린 눈빛으로 말없이

 

술잔을 바라 보았다.

 

그런 이순의 모습에도 개의치 않고, 초향이는 마음이라도 먹은 듯

 

차분하게 이야기를 늘여놓기 시작했다.

 

 


“소인 어쩌면 이 밤이 나으리를 뵐 수있는 마지막 밤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어, 이런 자리를 마련하였답니다.”

 

 


“마지막 밤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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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 조선에서의 생활을 접고, 그만 청국으로 돌아갈까

 

생각 중 이옵니다. 아무렴 제 몸 속에 한 번 타고난 피가

 

조선인의 피라면, 어느 곳엘 가 있는 들 변할 리 있겠습니까.

 

그 간에 원없이 조선의 흙냄새를 맡았으니, 이제는 제 자신이

 

마음 놓일 자리로 찾아가야 겠다 생각 했습지요.”

 

 


“그대가 그렇게 결정을 하셨다면, 그 자리가 어디가 될지언정,

 

그대의 선택에 회한이 남을 일은 없겠지요.”

 

 


“하여…………소인 마지막으로 나으리께 청원을 드리고자

 

하옵니다.”

 

 


“……………………………………”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소인을…………정녕 품어주실 수는

 

없겠사옵니까, 소인 마지막으로 간곡히 청원을 드리는것이니,

 

부디 가련한 여인의 심정을 헤아려 제 마음을 받아주셔요.

 

나으리……………”

 

 


“………………흠…………………”

 

 


초향이는 눈물이라도 쏟을 것 같은 애처로운 모습으로, 이순의

 

앞에 엎드려 제차 청원을 해올렸다.

 

그런 초향이의 모습을 짐짓 말없이 바라보던 이순은, 담담히

 

술이 가득히 채워져 있던 술잔으로 시선을 두고 있더니, 이내

 

초향이를 향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 술잔에 술이 가득히 채워져 있으니, 더이상 이 잔에 술을

 

부어넣는들, 남은 술은 바닥으로 쏟아질 뿐인것처럼, 이미

 

내 마음에는 옥정이로 가득 채워있기에, 미안하지만, 그대에게는

 

비워줄 자리가 없겠소이다. 게다가 나의 정인은 아직도 미흡하고

 

연약하기 그지없는 여인이라, 그 여인의 마음을 지켜 주는 것

 

조차도 지금은 여러 가지로 벅차다오. 하니 섭섭할지라도 그대의

 

마음을 그만 거둬 주시오.”

 

 


“…………………………………”

 

 


“…………………………………”

 

 

 

“하오면 나으리, 나으리께서 일전에 옥정이아가씨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검계들의 소굴까지 들어가셨는데, 그런

 

노고에도 불구하고, 오늘 옥정이아가씨는 검계의 대장 나으리를

 

만나고 있었질 않습니까. 과연 그런 모습에도 과연 나으리는

 

한치의 흔들림이나, 의혹도 들지 않으셨다는 말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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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필시 그 검계의 대장이란 작자가 어떤 계책을 썼음이

 

틀림없소. 그렇치 않고서 옥정이가 그 자를 만날 이유가 없을테니

 

말이오. 그렇찮아도 요 사이 옥정이가 상심에 빠져 있길레, 무척

 

걱정이였는데, 오늘 보아하니, 아무래도 그런 이유가 있었음이

 

틀림 없는 것 같소.”

 

 


이순의 말이 끝나자, 초향이는 엎드려 있던 자리에서 자세를 고쳐


앉더니, 다시 제차 질문을 하고 나섰다.

 

 


“참으로 소인이 더 야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날 밤, 소인의

 

간곡한 청원 조차도 마다 하시고, 오로지 옥정아가씨 한 분만을

 

마음에 두고 계신다 하셔서, 소인도 그러려니 했었습니다요.

 

하오나 오늘 옥정아가씨는 그 대장 나으리앞에서 아무렇치도

 

않게 웃고 계셨습니다요. 하온데 나으리께서는 그런 것 조차도

 

옥정 아가씨를 신뢰함에 있어, 한치의 의심도 없으시다 이 말씀

 

이십니까?”

 

 


“그렇소. 나는 결코 세상의 일이 어찌 바뀐다 해도, 옥정이 만은

 

믿을 수 있소……………아니, 그 어떤 말이라도 믿어 줄 것이오.”

 

 

 

“나으리, 어찌 그리도…………………”

 

 


“…………………………………”

 

 

 

이순의 이야기에 잠시간 작은 정막이 흐르는 듯 하더니, 짐짓

 

울것 같았던 초향이는, 돌연히 표정을 거두고는, 넌지시 이순을

 

바라 보았다.

 

이내 절레 절레 고개를 내 저으며, 작은 한숨을 짓던 초향이는,

 

어느 새, 옆 방으로 통하는 미닫이 문을 천천히 열어 보이더니,

 

다시금 말을 들려왔다.

 

 


“나으리, 참으로…………딱할 노릇입니다. 이렇게 두 분이

 

서로를 믿고 계시는데, 어찌 이리도 일이 꼬이고 마는 것인지…………

 

소인은 그저 바라 보기만도 안타까울 뿐입니다. 비록은 소인

 

조차, 천생연분을 못 만나, 이렇게 방황하는 인생이기는 하오나,

 

오늘은 두 분을 위하여 월하 빙인이 되기로 했사오니, 부디

 

그 정성을 받아 주시어요. 오늘 밤 두 분이서 그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 내시든, 백년 가약을 맺으시든, 천생 인연을 이어 나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중국 고사에 나오는 인연을 맺어준다는 전설상의 노인)

 

 


그리고 초향이가 조심스럽게 열어 젖힌 곳으로, 시선을 돌린

 

이순은, 순간 쥐고 있던 술잔을 내려 놓으며, 그대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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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는 아름다운 여인네로 단장을 갖춘 옥정이가, 다소곳하게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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