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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는 작가가 공을 들인 캐릭터

o o(210.220) 2020.04.11 12:49:12
조회 909 추천 7 댓글 1


 정도전은 오랜만의 정통사극과 정쟁을 극대화 하여 상당한 어록을 배출해낸 명작임.

 전쟁씬등의 액션도 괜찮아서 시각미도 균형을 맞췄고, 

 다양한 작곡가들과 KBS 교향악단이 합류하여

 좋은 음악과 테마들을 만들어냈다. 

 뒷심문제는 방송회분 축소등의 문제와 관련있을 것 같고,

 한양천도 이후 작가가 바뀐게 아니냐고 의심될 정도로

 상당히 허술했다.


 정통사극에서 권력투쟁은 늘 중요한 요소였으나 

 정도전처럼 현대적인 느낌으로 그려낸 사극으로는
 거의 최초에다가 향상된 현대인들의 수준이 원하는 걸

 만족시켜주었던 의미있는 드라마라고 본다.


 미스캐스팅 논란등 여러 트러블들을 작품성으로 극복했다고 보고,
 정도전을 맡은 조재현 입장에서는 불만을 크게 드러내도 이해가 될 정도로 
 비중 보다는 균형미에 극본이 맞춰졌다고 평가한다.


 아웃라인으로는 젊은 정도전과 젊은 이숙번을 매칭해서 
 정도전에 의해 쓰러진 이인임과, 이숙번에 의해 쓰러진 정도전을 
 이어주고 있다.

 드라마상에서 이숙번은 젊은 시절 정도전만큼 강력한 정적으로 부각되지는 않지만,
 작가가 핵심으로 삼았던 '도전, 혁명, 미완'이라는 테마에 의해      

 젊은 정도전의 혈기와 이숙번의 혈기는 맹자와 더불어 

 같은 시대를 다룬 '용의눈물'과 차별화 하고 싶었던 작가의 속내가 아닐까 싶다.


 용의눈물과의 비교는 피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시대만 같고, 정도전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공민왕 말년부터 다룬 시대범위는

 이 드라마에서 만큼은 조선 개국후의 이야기보다

 개국까지의 과정이 더 중요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인임과의 정쟁은 이 드라마에서 아주 큰 의미를 가졌고
 박영규의 이인임은 최고의 연기력과 더불어 시청률을 끌어 올렸다.


 이방원의 스토리라인도 마찬가지의 의미가 아닐까 한다.
 드라마 자체가 어떤 면에서 이성계가 왕이 되고 난 이후의 
 스토리에는 별로 비중을 안 둔다는 느낌이 들 정도인데,

 그 전까지의 과정에서 이방원의 라인은 총명하고 추진력이 좋으나 
 덕망을 갖추지 못한 인물의 갈등과 성장과정을 충실히 담아내고 있다.

 

 많은 시청자들이 뭔가 불편하거나 미스 파트라고 생각하는 '양지'는 어떨까.


 우선 가공인물이라는 점에서 사극팬들에게 반감을 주었을 것이고,
 이성을 자극해온 스토리라인에 갑자기 삼각관계 같은 애정라인이 등장할까봐

 조마조마했을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기에 양지는 훌륭한 연기력에도 
 별로 사랑을 받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양지는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다.


 고려를 무너뜨린 정도전에겐 그 동기가 매우 중요했는데,
 유배 생활을 통해 백성들과 고려정치의 현실을 알았고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1화에 등장하는 '패기'만으로는 

 혁명이 어렵다는 이해의 과정에서 절망한 정도전을 건져올릴
 뭔가가 필요했다.


 약간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양지는 공민왕이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걸었던 희망과 같은 상징이고
 업둥이를 문맹에서 건져올리며 양지라는 이름까지 만들어준

 정도전의 능동적인 과정은 양지-백성-에게 희망을 갖게 하는 

 본격적인 정도전의 예고편과 같은 의미가 된다.

 정도전은 믿을 수 없다면 자신을 믿으라고 양지에게 말한다.
 양지는 희망을 가지고 고개를 끄덕인다.


 양지는 정도전의 혁명관이나 의지, 도전성등이 함축된 상징이며,
 이를 위해 이인임에게 무릎까지 꿇을 정도로 중요한 상징적 존재이다.
 이성계를 살려내기 위해 노력하는 정몽주 앞에서 양지에 대한 의미를

 읇는 부분은 작가에겐 매우 중요했을 것이다.

 이를 더 살려내기 위해 양지는 끔찍한 고문과 사형을 당해야 했고

 이런 결말에 맞춰진 양지와 정도전의 대화와 에피소드는 

 작가가 그려내고자하는 핵심을 담아낸 파트가 되었다.


 정도전의 이 심지를 이인임은 끝내 도려내버렸고,
 도망가지 말라며, 자신에게 의지를 가르친 정도전에게 
 맹자를 상기시킨 양지의 최후와 함께 정도전은
 새로운 혁명의 심지를 세우며 고려를 무너뜨릴 결심을 한다.

 어두워진 방안의 정도전은 새로운 인물로 태어난다.

 양지 부분을 떼어내도 스토리에는 지장이 없다.
 어차피 시청자들은 정도전이 조선 개국 1등 공신이고 
 조선 태조를 만든 킹메이커라는 것을 알고 시청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도전의 과정에 비중을 둔 드라마 입장에서는 
 양지 파트는 다른 인물과 에피소드가 되었더라도

 꼭 필요했다. 

 

 양지파트가 잘 되었다고 호평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에겐 중요한 파트다보나 오히려 힘이 너무 들어가거나
 역량 부족으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양지는 드라마의 유기적 구조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며, 다큐를 보는 게 아닌 이상,
 이러한 가공인물을 통한 핵심을 살리는 일이야말로 창의를 허하는
 역사 드라마의 재미다.

 '기억해두게'


 이인임은 계속 하륜을 키운다. 하륜 역시 주연에 가까운 조연이다.
 

 드라마에서 태종시대는 열리지 않았다.
 정종을 앉히고 세자가 되는 그 과정조차 등장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정도전의 삶과 죽음이 처음과 끝인 게고,
 시청자들은 잠재적으로 최후의 승리자는 하륜이고 
 하륜을 키워낸 이인임은 죽어서도 권력을 유지한 것이라는 
 소감도 가능하나,

 이 드라마는 결말로 계산하는 혁명의 내용이나 가치가 아닌
 그냥 1화로 돌아가서 되풀이되는 
 양지를 꿈꾸며 '정치의 한계'에 직면하며 괴물이 되어가는  

 흔한 역사의 풍경을 괴롭고 어둡지만 따뜻한 인간미를 요소에 배치하여

 드라마만의 고유한 역사를 만들어낸 게 아닌가 싶다.


 나는 이렇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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