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고3 넘어가던 겨울방학...
중요한 시기였지만 내게 입시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한창 시즌중인 프로농구의 열기에 겨울의 차가움마저 녹아버릴 즈음, 문득 슬램덩크가 보고싶어진 나는 바로 토렌트를 찾아 다운받았다.
처음엔 별 생각없이 보기 시작했던 만화가 한권 한권 거듭할수록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내 마음 속 깊은 한켠에 자리잡았고, 마침내 그것은 24권 정대만의 명대사에서 터져버렸다.
"그래, 난 정대만.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이미 내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서태웅의 역전 기회, 평소 아이솔레이션(isolation, 농구에서 팀원과 협력하지 않고 혼자서 공격을 하는 것.)을 좋아하던 그가 심지어 자신과 앙숙인 강백호에게 마지막 기회를 넘겨준 것은 단순히 자신의 공격보다 강백호의 공격이 더 높은 성공률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나온 것이 아니라 스토리 진행 내내 싸우기만 하였던 그들이 드디어 [북산]이라는 하나의 팀이 되었다는 것을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강백호는 성공시킨다, 최고의 슛을.
"왼손은 거들 뿐..."
그와 동시에 울리는 버저비터 소리.
그쯤 나는 한컷 한컷 넘기기가 정말 힘들 정도로 눈물을 많이 흘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