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빠름 기준으로 고가와 산타가 46초 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

쥐뿔도 없는 빠름충 카린이지만

카린이의 입장에서 최근 깨달은 무엇인가가

다른 카린이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써보는 글이야.

여기있는 고인물 형아들에겐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

카린이의 눈높이에선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음

내가 소개하는 꿀팁은

이제 '막' 톡톡이 같은 기술을 익혔더니

갑자기 슬럼프에 빠진 카린이들에겐

유용한 정보가 아닐까 싶어.

최근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경험담 정도로 봐주면 좋겠어

내가 최근에 깨달은 꿀팁들이야.

1), 2)는 사실 크게 중요한 건 아니고 3)이 제일 중요하니

시간없는 카린이 동지들은 3)만 봐도 무방해

1) 톡톡이 할 때 계기판 보지 마라

나 같이 톡톡이의 맛을 본지 얼마 안 된 카린이들은 공감할 거야.

우린 좀 강박적이다 싶을 정도로 톡톡이 가속을 확인하려는 경향이 있어.

혹시나 나의 형편없는 톡톡이로 가속은 커녕 감속이 되진 않을까 걱정이기 때문이지.

물론 맵탐방 무한 평야에서 싱글로 연습할 땐 계기판을 보는 건 필수겠지만

공방이나 멀티에서까지 계기판을 보는 건

운전할 때 전방주시를 안 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일이야.

계기판을 확인하는 0.2초라는 짧은 시간에

사고가 날 수도 있고

라인이 틀어질 수도 있고,

디펜스를 맞을 수도 있고

모서리에 박을 수도 있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수시로 계기판을 확인하는데 정신을 쏳는다면

각종 돌발상황에 반응속도가 느려지는 건 말할 것도 없어.

무엇보다 공방은 견인 시스템 때문에

누군가의 뒤에 있다면 이게 톡톡이 때문에 가속이 붙은 건지

견인 때문에 가속이 붙은 건지 애매한 상황이 의외로 많기 때문에

(완전 가속이 되는 게 아닌, U턴 톡톡이 같은 직선 최고속도를 넘기기 힘든 톡톡이)

계기판을 확인하는 행위 자체가 의미를 잃는 경우가 많아.

톡톡이에 가속이 붙지 않더라도 최적화 기반으로 드리프트를 끌었다면

차라리 계속 상황을 주시하며 라인에 신경쓰는게 공방 기록에 더 도움이 될 거야.

그리고 이 다음에 알려줄 꿀팁을 알면

굳이 계기판을 보지 않아도 가속이 붙은지 아닌지 알 수 있어

2) 가속이 붙었는지 아닌지 계기판 안 보고도 알 수 있는 방법

이건 내가 최근 카갤의 고인물에게 얻은 꿀팁인데

엔진 소리를 들으면 됨

카트 부스터 소리는 카트 마다 특색의 차이가 크지만

카트의 엔진 소리는 모두 진공청소기 비슷한 소리로 거기서 거기야.

그리고 이 엔진소리는 속도가 빠를 수록 음이 고음을 향해 높아져.

즉, 톡톡이를 쳤는데 성공한 지 알고 싶다면 엔진 소리를 확인해보자.

또 하나의 방법은, 톡톡이 가속이 붙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라기 보단

톡톡이를 제대로 성공시키는 팁인데

반대키를 눌렀을 때 차 머리가 살짝 돌아가는 그 순간 바로 드리프트 방향키를 누르면

웬만해서 톡톡이가 성공하더라고

반대키를 눌렀는데 차머리가 꿈쩍도 안한 상태에서 방향키를 누르면 가속이 늦게 붙고

차머리가 너무 움직인 상태에서 방향키를 누르려고하면 이미 드리프트가 끊긴 뒤야.

차 머리가 반대키로 진짜 살짝 돌아가자마자 톡톡이를 친다면

가속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거야.

앞으로 계기판 대신 엔진 소리와 차머리를 확인해보자.

그리고 최근에 깨달은 가장 중요한 것

내가 생각한,

나름 톡톡이도 익힌 카린이가 슬럼프에 빠지는 이유

3) 어떤 상황이든 간에 완벽한 라인만 파려고 한다.

난 최근에 이걸 우연히 깨닫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어.

슬럼프 때문에 권태기가 온 어느날

루키방에서 톡톡이 치기도 귀찮은 나머지

라인도 신경 안 쓰고 최적화로만 쭈욱 달렸는데

오히려 공방에서 1등하는 빈도가 훨씬 늘어난 거야.

처음엔 최적화만 치니까 여유가 더 늘어나서

라인에 더 잘 신경쓸 수 있게 되어서 그런 줄 알았어.

(물론 그런 것도 있긴 있었음)

하지만 나중에 알게된 사실인데

처음에 생각했던 건 표면적인 이유였고 진정한 이유는 따로 있었어

바로 '유연성'이야.

나 같은 카린이들은 타임어택으로도 연습 많이 할텐데

타임어택은 톡톡이, 탄력드리프트 같은 기술이나 라인을 익히는 데에 매우 유용한 연습법이지만

오히려 멀티에선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멀티에선 디펜스, 파고들기, 사고, 드래프트, 견인, 막자와 같은 수많은 변수들이 자리잡고 있어.

타임어택에서 연습했던 최선의 라인과 최선의 빌드는 언제 어떻게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아.

심지어 선수들도 경기에서 타임어택 때의 완벽한 라인을 잡지 못하고 실수를 하는 판국에 (물론 몇몇 라인 괴물들 제외';;)

우리 같은 카린이들은 말할 것도 없지

하지만 우린 타임어택 때 길들여진 습관,

그리고 아웃 인 아웃이라는 고인물들의 가르침을 워낙에 주입식으로 받아버린 나머지

어떠한 상황에서도 극한의 아웃 인 아웃을 파려고 하는 강박관념을 가지게 된 거야.

그러다 보니 이미 사고나 다른 돌발상황으로

타임어택 때의 이상적인 라인에서 이탈했을 때도

가장 빠르고 가장 기계적인 라인만을 생각하고 움직이다보니

삽을 푸거나 다음 코너가 이상하게 힘들어지는 상황이 생기는 거야.

물론 여유가 있는 상황이면 다시 이상적인 라인을 회복한 후 최선의 라인을 타는게 바람직하지만

내가 말하는 건 0.4초도 안 되는 급박한 코너를 도는 상황에서의 이야기야.

이런 경우엔 타임어택 때 빌드와 라인만 기억하고

어거지로 인코스를 타거나 톡톡이를 치면

낭패가 생기는 거야.

어쩔 땐 다소 발적화에 가까운 드리프트도 멀티에선 필요할 때가 있고

타임어택이었으면 톡톡이를 써야되는 코너인데 최적화로 타협을 봐야 되는 경우도

원래 부스터를 한 개 모으는 구간인데 두개를 모으는게 더 이 득인 경우도 있고

라인을 훨씬 덜 타이트하게 파야되는 경우도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멀티 실력이 확 오를 거라고 확신해.

이걸 깨닫고 나니, 시야가 넓어지고

어느새 나도 모르게 뒤에 오는 사람을 디펜스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앞에 사람을 기묘한 라인으로 파고 들거나

앞의 사람을 의도적으로 담궈서 제치는 상황도 늘어나더라고

공방에서의 기록은 오히려 근소하게 낮아졌지만

공방에서의 순위는 오히려 늘어났어.

1등을 하는 횟수가 훨씬 잦아졌더라고

카갤에서 맨날 고인물들이 '멀티력' '센스' 라고 할 때마다

그게 뭔지 잘 안 와닿았는데

최근에 멀티력이라는게 뭔지 몸소 깨닫고 있어.

이 글의 제목이

<카린이인 당신은 '이것' 때문에 슬럼프가 온 것일 수 있다>지?

'이것'은 바로 라인(빌드)강박이야.

타임어택이 아닌 멀티를 한다면 강박에서 좀 유연해지도록 하자.

고인물들의 눈에는 번데기 주름잡는 듯한 글이겠지만

난 나의 깨달음이 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이걸 통해 카갤의 다른 카린이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혹시나 이 글을 다 읽은 고인물의 입장에서

내 글에 대해 보완하거나 지적하고 싶은 대목이 있다면

피드백해주면 고마울 것 같아

그럼 카린이 동지들아 우리 모두 즐겜하자!

3줄 요약

1) 톡톡이 칠 때 계기판 보지 말고 라인을 봐라

2) 톡톡이 칠 때 엔진소리랑 차 머리로 가속 확인해라

3) 무조건 타임어택처럼 라인파려고 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