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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탑난키시강]리뷰 : 언제, 어느 때이건 당신을 위로하고 싶습니다

이응(175.203) 2017.06.16 21:06:05
조회 2443 추천 31 댓글 19
														

배러먹을 현일을 조금 진정시켜 놓고 덕심을 충전하여 옴. 또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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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만 안 치면 때마다 진급에 별이란 별은 다 달 놈이 지 발목을 지가 잡아?"
"후회 없습니다. 모든 결정은 제가 했습니다. 책임도 전부 제가 지겠습니다."

 

 

시진의 말은 진심이야.

그는 정말로 이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을 혼자 지길 원해.


이 먼지 풀풀 날리는 영창행도, 보직해임도 모두 시진에게 영 최악은 아니었어.

어쩌면 아랍 의장이 아주 잘못되어서 군복을 벗는 일이 생기거나 더 최악은 그가 징역을 살아야 한다고 해도 시진은 박병수의 명령에 따르지 않은 걸 후회하지 않을 거야.


그 이유는 시진이 오늘밤 꼭 지키고자 했던 건 이미 모두 지켜졌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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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진이 내린 결정은 한 생명을 살렸고, 그가 지키고자 한 신념을 지켰고, 그의 전우들의 명예와 영광과 사명감을 지켰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가 지키고 싶었던 한 여자의 인생을 낭떠러지 끝에서, 발끝에 부서진 돌이 벼랑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그 곳에서 벼랑 안쪽으로 들여놓을 수가 있었어.


무바라트가 결국 의식을 되찾지 못한다면 다시금 위기가 닥치겠지만, 아예 수술할 기회도 가져보지 못하고 무바라트가 그대로 죽어버렸을 상황보다야 모연에게는 나을 테니까.

 

책임도 전부 제가 지겠다는 시진의 말을 박병수는 대대장님께 책임 미루지 않을 거라는 말로 들었는지 몰라도,

 

시진의 진짜 뜻은 [명령을 한 것은 본인이고 그 명령에 따랐을 뿐인 휘하 알파팀과 그저 할 일을 했을 뿐인 모연을 포함한 의료팀 전체는 이 일의 책임 문제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였을 거야.


그래야만 그가 그 정의롭지만 무모하기도 했던 결정을 내린 의미이자 목적이 다행스럽게도 지켜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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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시네. 병원 짤려도 개업하면 된다 이거지. 잘 나가는 의사시니."
"..."

 

 

모연은 그저 덮어놓고 자신을 비아냥대는 박병수의 말에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아.

그녀가 애써 나는 그런 마음으로 그 환자를 수술한 게 아니다, 난 그저 그 환자에게 필요했던 적절한 치료를 했을 뿐이다, 입 아프게 말해봐야 앞에 서 있는 이 사나운 기세의 군인은 그걸 곱게 받아들이지 않을 테니까.

 

 

"유시진이 인생은 끝장내놓고."
"!"
"현재 상황 십수년 군 경력에 출셋길은 이미 날려 먹었고, VIP 안 깨어나면 남은 인생까지 시원하게 날리는 거고. 의사선생 합리적인 선택 덕에."

 

 

박병수는 이런 상황에조차 시진이 당하는 일을 모연의 탓으로 돌리고 있어.

자기 눈 앞에 서 있는 수술복 입은 의사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총알받이로 쓰려고 했으면서도 그에 대한 일말의 미안함도 느끼지 않아.

그저 이 모든 상황은 유시진 단독 책임으로 갈 거라는 사실만을 이곳저곳 여기저기 방방곡곡 쑤시고 다니며 상기시킬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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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수의 말은 모연에게 큰 오해를 하게 했어.

그녀의 선택 때문에 시진이 이렇게 된 거고, 앞으로 더 심한 꼴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오해를 안겨 준 거야.

 

모연은 자신을 수술실에 들여보내기 위해 시진이 한 그 결정이 무엇을 각오하고 내린 것이었는지 이제 알았어.

시진은 그 모든 대가를 치를 것을 감수하고 그녀가 무바라트를 수술할 수 있게 도와주었던 거야.


왜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는지, 그렇게까지 하면서 시진이 하고자 한 일이 뭔지, 모연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결국 시진이 당하고 있는, 앞으로도 더 당할지도 모르는 이 모진 일들이 자신의 선택에서부터 야기된 것이라는 생각을 모연은 지울 수가 없어.

 

여전히 눈을 굳게 감고 있는 무바라트를 보며 모연은 속이 새카맣게 타는 것 같아.

이제 모연에게 무바라트의 생명은 그저 꼭 살았으면 좋겠다는 정도가 아니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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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시는 겁니까?"
"이런 상황에 먼저 가서 죄송합니다. 전출신고 하겠습니다."
"보직해임 돼서 이제 직속상관도 아닌데 무슨 신곱니까."

 

 

시진은 자신에게 닥쳐올 일이 꽤나 클 것을 예상하고 있어.

무바라트가 무사히 깨어나든 아니든, 시진은 징계를 피할 수 없을 거야.


아니, 징계 수준이 아니라 때에 따라선 군복을 벗거나 군법에 따라 징역에 처할 지도 모를 일이지.

시진도 불안과 초조, 그리고 허탈함을 모두 감출 수가 없어.


대영은 그런 시진을 보다가 이내 오늘 그가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 해주기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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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의 직속상관이 내린 명령은 모두 옳았습니다."
"..."
"또 오늘 저의 직속상관이 내린 모든 명령은 명예로웠습니다. 조국에서 뵙겠습니다, 중대장님."
"소주는 제가 사겠습니다. 무박삼일."

 

 

대영의 진심어린 말은 시진의 마음 한구석에 남았던 씁쓸함 마저도 모두 날려 버렸어.

그가 전우들 중 가장 믿고 의지하는 대영이 하는 말이라서 더 값지고 영광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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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은 옳았던 거야.

시진의 결정은 그의 전우들에게도 자랑스럽고 명예로운 것이었어.


대영의 말은 시진에게 있어 진급하는 것보다 보람되게 하고, 그 어떤 표창보다도 시진을 명예롭게 했어.

시진은 마치 훈장을 가슴팍에 하나 더 달아놓은 것 같아.

 

 

 

 

 

대영은 공항으로 가기 직전, 부중대장의 보직을 내려놓기 전에 모연을 찾아와 시진과의 면회를 허락해줘.

바르고, 옳고, 정의로운 일을 행하고도 고통받는 시진과 모연에게 서로가 위로가 되어주기를 바랐기 때문이야.


여전히 무바라트는 깨어나지 않고 있고 그래서 앞으로 일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더 불안하고 초조할 두사람에게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라도, 문으로 가로막혀서 얼굴도 볼 수 없더라도, 아주 짧게나마 두사람이 마음을 풀어놓을 시간을 주고 싶었던 거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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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강모연인데요."
"되게 반갑네. 나 면회 온 겁니까?"

 

 

시진은 길고 긴 밤, 불안을 삭히느라 여전히 창고 안을 서성대며 생각에 잠겨 있었어.

자신을 만나러 온 모연의 목소리가 창고 문 너머로 들리고 시진은 문 바로 앞에, 모연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다가와 앉았어.

 

대영의 배려라는 걸 알아챈 시진은 그에게 마음 깊이 감사를 느껴.

 

시진은 어두침침하다고 생각했던 창고 한켠 쪽창에서 달빛이 들어오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어.

그의 마음 속에도 깜빡이며 불이 밝혀진 것처럼 조금은 환해진 것 같아.

 

그 때 문 너머에서 들린 모연의 낮은 목소리는 시진의 표정을 굳어지게 했어.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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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을 잇지 못하던 모연에게서 들려온 미안하다는 말에 시진은 마음이 아파.

왜 지금 이 상황에 모연에게서 그가 사과를 들어야 하는지 속이 답답해.

 


당신에게 사과를 듣자고 내가 그런 결정을 내린 게 아닌데.

잘못한 것도 없는 사람이 왜 사과를 하는지...

 

 

"강선생 사과할 일 한 거 없는데."
"환자가... 아직 안 깨어나요."
"이 남자 저 남자 너무 걱정하는 남자가 많은 거 아닙니까? 헤프게 굴지 말고, 강선생은 이 시간 이후 내 걱정만 합니다."

 

 

모연은 군대 안의 감옥이라는 영창 안에 갇혀서도 그녀를 위로하고 싶어하는 시진의 농담에 그에게 더 미안해져.

지금 가장 위로가 필요한 사람은 본인일 텐데도 시진이 괜찮은 척 너무 애쓰는 것 같아서 모연은 눈물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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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보니까 강선생이 전에 했던 얘기 진짜던데."
"뭐가요?"
"수술실에서 섹시하다던 말."

 

 

모연이 애써 울먹임을 참는데 시진의 말은 모연의 아픈 곳을 어루만졌어.

 


변했다던 당신 말은 틀렸어요.

아까 당신의 그 모습은 수술실에서 열두시간도 넘게 보낸다던 그 때와 같았습니다.

당신은 전혀 변하지 않아서 내 눈에는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다워요.


 

시진은 그렇게 모연의 마음을 위로했어.


시진의 따뜻한 말에, 진심어린 위로에 모연은 가슴 시리게 고맙고 미안해.

 

 

"근데 왜 그랬어요. 아까 그 상황, 선택할 수 있었잖아요. 이렇게 안 될 수도 있었잖아요."
"말했잖아요. 미인과 노인과 아이는 보호해야 한다가 내 원칙이라고. 미인과 노인, 눈앞에 둘이나 있는데 보호 안 할 재간 있나."

 

 

시진은 난 그냥 원칙을 따랐을 뿐이라고 모연이 더는 미안해하지도 못하게 대답했어.


 

당신은 의사로서 환자를 살렸고, 나는 내 신념대로 미인과 노인을 지켰으니 우리 둘은 옳았다고.

그러니까 서로 미안해하지 말자고.

나한테 미안해하지 말라고.

당신은 그저 할 일을 했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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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주 용감했어요. 압니까?"

 

 

그의 말에 모연은 결국 참고 참던 눈물을 터뜨려.


지금 가장 속상하고 막막할 사람이 하는 말이라곤 모두 모연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칭찬하는 말 뿐이라는 게,

그의 말에 위로받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시진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게 모연이 눈물을 참을 수 없게 해.

 

 

"웁니까, 지금?"
"...거기 안엔 괜찮아요? 뭐 필요한 거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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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너머로 들리는 모연의 울음 소리에 시진은 이 모든 것들이 백배는 더 답답해지는 것 같아.

미안해하지 말라고, 잘했다고 한 말인데 그 말이 오히려 모연의 눈물을 돋군 게 된 것 같아서 시진은 속이 상해.

 

 

"C4나 RDX 부탁합니다."
"그게 뭔데요?"
"폭탄입니다. 좀 전까진 괜찮았는데 방금 문 부수고 나가고 싶어졌습니다. 누구 땜에."
"이 와중에 농담이 나와요?"
"안 되는데 그 어려운 걸 해냅니다, 내가."

 

 

시진의 농담에서 끝까지 모연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고 싶어하는 그의 마음이 느껴져서 모연은 이내 픽 웃어.

슬프고 아프고 미안하지만 결국에는 고마워서 모연의 눈물이 멎었어.


멀리서 다가오는 군인들의 소리가 들리자 모연은 얼른 문틈으로 시진에게 무언가를 건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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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요. 아무래도 필요할 거 같아서. 이제 가볼게요."
"고마워요. ...마침 딱 필요했던 건데."

 

 

모기향이었어.

폭탄 밖에는 필요한 게 없다는 시진이지만 그래도 모연은 뭐라도 챙겨줄 게 없을까 싶어서 가져온 거야,

모기가 많은 우르크의 밤에 모기향이라도 시진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군 내 보급창고에 수십박스 쌓여 있는게 모기향이라는 걸 알 리가 없는 모연이 최선을 다해서 생각하고 생각한 결과였어.


모연의 그 마음을 알기에 시진은 아무 내색 없이 고맙다고 받아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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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연이 건넨 모기향은 시진에게는 걱정이며 위로였어.

피어오르는 모기향을 보며 시진은 밤새 많은 생각을 했어.


정말로 군복을 벗게 될지도 모를 이 상황이 언제쯤이면 끝이 날지.

그가 원하는 대로 오로지 그만의 책임으로 끝이 날 수 있을지.


모연의 걱정을 먹고 시진의 불안을 삼키며 그 밤은 아주 느리게 지나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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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모든 사람들의 속을 무던히도 태우던 무바라트 의장이 깨어났어.

의식을 되찾은 무바라트는 무사히 경호팀과 함께 메디큐브를 떠났고, 지난 밤 그토록 모연을 윽박지르던 경호팀장은 모연에게 살짝 고개 숙여 인사했어.


아랍 연맹은 대한민국에 간밤의 일들을 모두 불문에 붙여주기를 요청했고 그에 따라 시진은 구금 상태에서 풀려나 중대장으로 복귀했어.


이후 시진의 징계위원회는 열리겠지만 일단 겉으로 보기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모우루 중대는 평소의 모습을 되찾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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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의 소식을 듣자마자 모연은 정신 없이 시진을 찾아 뛰었어.

뚜렷하게 할 말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무사한 시진의 모습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무작정 달려왔어.


다시 영창 안 가시려면 두부 드셔야 한다는 기범의 입에 두부를 욱여 넣으며 장난을 치던 시진은 그를 찾아 우다다다 뛰어 들어왔다가 조용히 돌아나가려는 모연을 붙잡았어.

 

 

"왜 그냥 갑니까? 나 보러 온 거 아닙니까?"
"나중에요. 식사하세요."
"아뇨. 지금 봅시다."

 

 

중대원들의 눈 앞에서도 시진은 모연과의 사이를 감출 생각이 없어.

소식을 듣자마자 자신을 만나러 달려온 모연에 대한 반가움도 숨길 마음이 없지.


중대원들 다 보라는 듯 저 여자는 날 만나러 온 거니까 다들 조용히 밥이나 먹어라, 하듯 모연을 데리고 유유히 시진은 사식당을 벗어났어.


그런 두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병사들과 시진의 팀원들은 아주 익히 알고 있던 두사람 사이를 다시 한 번 확신해.

그리고 우근은 한없이 못마땅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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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시트가 살랑살랑 날리는 그 사이에 선 두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딴청 중이야.


모연은 사실 아무 생각도 없이 시진이 풀려났다는 소식에 기뻐서 그냥 무작정 달려온 거라 시진에게 할 말이 없어.

어제 시진이 듣는 데에서 운 것도 좀 민망하고 미안할 일 안했다는 시진에게 또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도 없어서 모연은 그냥 이곳저곳 하릴없이 눈동자만 굴리고 있는 거야.


시진은 시진대로 모연에게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어.

휙 돌아서 가버리길래 일단 급해서 붙잡아 놓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어제 모연에게 실컷 상처주는 말을 해놓고 제대로 얼굴 보는게 지금이 처음인 거야.

모연을 어떤 얼굴로 마주봐야 하는지, 모연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시진은 사실 잘 모르겠어.

 


"돌팔인 줄 알았더니 아닌가 봐요? 살렸던데?"
"살리라면서요."
"그 말은 또 잘 듣네요? 의료팀 일은 의료팀이 알아서 하게 두라고 했던 거 같은데."
"보기보다 뒤끝 있으시네요?"
"강선생은 하루 새 쿨해졌네요?"

 

 

서로에게 조금 어색하고 민망했던 마음이 툭툭 주고 받는 시비인지 말장난인지 모를 대화 중에 다 사라졌어.


모연은 어제 자기가 했던 그 자괴감 어린 뾰족한 말에 자기반성하듯 솔직하게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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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건 그냥 고마운 거라면서요. 고마웠어요. 믿어줘서."

 

 

그 말을 하고 나서야 모연은 마음이 한결 편안해져.


사실은 어제 이 말을 했었어야 했는데 하룻밤 늦어졌어.

그 사이에 큰일이 여러번 지나갔고 또 그 시간들 사이에 고마움을 전할 일이 생겼지.


모연의 솔직한 말에 시진은 장난을 그만두고 놀랐을 모연을 다독였어.

 

 

"많이 무서웠죠."
"솔직히 좀... 네. 대위님도 무서웠죠."
"나한텐 비교적 익숙한 상황이라..."
"..."

 

 

잊을만 하면 떠올라서 모연에게 현실을 깨닫게 하는 말이 시진의 입 밖으로 또 나왔어.

모연은 다시금 상기해.


눈앞에 고요하게 서있는 이 남자는 간밤의 그런 일보다도 더 무섭고 위험한 일을 하는 남자임을 모연은 그 사이 또 잊고 있었어.


그리고 모연의 상념을 뚫고 들리는 시진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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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음에 계속 걸렸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방송하는 의사도 있어야 한단 말, 진심 아니었습니다. 담아두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틀린 말도 아닌데요, 뭐."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도 환자를 살리겠다는 의사한텐 틀린 말이죠."
"정 그러시면 뭐.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내내 마음에 걸렸던 그 말을 시진은 사과했어.
시진이 순간 감정에 욱해서 내뱉었던 그 말이 모연에게 큰 상처가 됐을 거고, 그래서 그는 후회도 많이 했으니까.

 

사과는 빠를 수록 좋기에 그 후 모연의 눈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된 처음, 시진은 진심어린 사과를 해.

 

 

"근데 설마 진짜 쐈겠어요?"
"..."
"...아, 안 들을래. 얘기하지 마요. 얘기하지 마요!"

 

 

시진의 사과를 듣고난 모연은 알게 모르게 남았던 앙금과 상처가 다 날아가 버린 것 같아.

되찾은 평온한 일상에서 나누는 시진과의 이야기는 간밤의 그 일들에 놀란 모연의 가슴을 가라앉히고 평화를 되찾게 하기에 충분했어.

 

 

 

 

이어지는 글 : 숨기는 것이 많으면 한계는 빠르게 찾아오는 법이다 / "내버려둡니다"의 새로운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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