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졸업하고 사회 생활해보면 이보다 더 심한 일도 겪게 되는데 그냥 받아들여라."

교수들 진짜 이 멘트 좀 어떻게 못하게 할 수 없나?

교수와 학생이라는 신분 잠시 내려놓고 사람대 사람으로 생각해봤을 때, 객관적으로 누가 봐도 학생이 하는 말이 맞는 말인데 저 따위 되도안한 뭉뚱그리기식 멘트로 학생 의견 묵살해버리는 건 진짜 개 얼척 없는 행위라고 생각드는데.

조별과제의 악명이야 워낙 정평이 나있는 지라 검색창에 \'조별과제의 현실\' 아니 그냥 \'조별과제\'만 입력해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니까 그렇다치자. (이건 달리 어찌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근데 성적 반영 40% 중간고사 대신하는 조별과제가 어떻게 조마다 제출기한이 다를 수가 있는 건지 도통 이해가 안된다. 이것도 일종의 시험인데 김씨라는 이유로 앞에 먼저 치고 황씨성을 가진 학생은 아싸리하고 뒤에 친다? (그렇다고 두번씩 치르는 시험의 문제 내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이를테면 대학 입시 수능을 이런 식으로 치르겠다고 하면 나라 방방곡곡에서 폭동이 안 일어날 수가 없다.

교수 말로는 여태까지 이렇게 해왔고 또 앞조와 뒷조의 점수 차이가 그렇게 큰 폭이 아니라 별로 문제될 것 없다고 하지만 점수를 100점을 받든 0점을 받든 다 떠나서 강씨 구씨 김씨 학생들은 성씨(어떻게 생각해보면 이름 역시 키, 몸무게와 같은 인신적인 것이다.)로 순서를 정한다는 얘기듣고 눈까리 뒤집히는 상황일 수가 있는데 교수는 자기 바빠 죽겠는 것만 생각하는지?

백 보 양보해서 음 그렇네. 교수님이 많이 바쁘시네요. 그런데 굳이 가나다순으로 해야 합니까? 홀짝으로 나누거나 아예 제비뽑기, 사다리 타기와 같은 복볼복 방법은 어떠십니까. 공손히 간언을 드려도 무슨 조선시대 고집불통 흥선대원군 쇄국정책마냥 조까라마이싱 나는 내 마음대로 한다. 사회나가보면 이거보다 더 심한 좆같은 거 많다. 그러니까 그냥 닥치고 하자. 드라마 미생 운운해가며 진부한 소리 지껄여대는데 진짜 듣는 학생 입장에서 들어봤을 때 무슨 개소리도 이런 개소리가 없다.(물론 진짜로 나중에 뼈저리게 느낄 수도 있는 말이지만) 지금 학생이 원하는 건 당장의 논리정연한 일가견있는 답변인데 바쁘신 와중에 언제 또 이렇게 졸업 후 사회의 부조리한 것들과 당면할 학생들을 생각해서 이런 얼척없는 상황을 짜놓으셨는 지 정말이지 감동이 인터스텔라 200%로 다가오는데..(이게 진짜 교수 의도면 강단만 잡아두게 할 것이 아니라 국회로 올려보내야 된다. 진짜 리얼로.)

극단적으로 말해서 "어차피 살다보면 감기 한번쯤은 걸려볼텐데 그냥 계속 춥게 입고 다니지?" 같은 맥락이 아닌가? 한 국가의 대통령은 물론이요, 조선시대 왕, 하물며 몇천년 전의 존재했던 고대 국가의 수장마저 주위 충신들의 간언을 들어가며 잘못된 것은 같이 논의하고 개선해나갔는데 21세기 대한민주공화국 지성의 상아탑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왜 이런 후진적인 사태가 벌여지고 있는 지 누가 설명좀 해줬으면.

별것도 아닌 일에 입에 게거품물고 달려드는 지방에 있는 그저 그런 대학 재학생도 참 우습지만 학사 석사 박사 학위까지 따놓은 고학력의 교수가 변변찮은 대답 한번 안해주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못해주는 것인지도 참 아이러니하다.

교수들 자꾸 저 따위 의미 불명한 쓰레기 멘트 계속 하게 둘거면 진짜 학생들도 "뭐 어때요, 청춘이잖아요?"하는 만병통치 멘트 하나쯤 쥐어주자. 입향순속,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미친새끼 지가 열심히 안해놓고 순서갖고 개지랄병이네 같은 말로 치부해버릴 게 아니라 진짜 아닌 건 아닌 거라고 외치고 있는데 학생들은 고사하고 우리 친애하는 교수님들, 진짜 한번 곰곰히 생각해봅시다. 예?



"....라는데요? 최교수님."


"으이구.. 쯔쯧, 저런 놈 부모도 등록금 낸다고 등골 휘고 뼈 빠지게 일할텐데.... 뭐해? 빨리 갖다 버려. 재수없게시리. 하여튼 문제야 문제. 대가리 빈 것들도 개나소나 다 받아주니 주제에 대학생이라고 별 개꼴깝을 떨어대니 원... 박조교, 우리 하던 거나 계속 하지. 이리 와보게."

희번득이는 눈빛을 돗수높은 안경 뒤로 숨긴 백발의 최교수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