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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신상플] 미로 10-1

편린(121.174) 2016.11.19 17:32:18
조회 1365 추천 9 댓글 2

 

 

 

*

 

 

 

 

 

시경이 가고 난 뒤에도 재신은 재하가 시경에게 소리치던 모습이 떠올라 화가 났다. 시경을 그렇게 대해선 안 되는 것이었다. 어찌나 놀랐던지 시경은 손까지 떨었다. 눈앞에서 그렇게 떠는 시경을 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담담하게 있어서 답답하기까지 했는데.... 재하의 말에 시경이 손을 떨 정도로 놀랐다고? 시경이 원래 그랬던가? 재신은 한숨을 쉬었다.

 

늦은 밤잠이 오지 않았다. 시경은 퇴궐했을까. 재신은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 살그머니 방을 빠져나왔다. 어차피 멀리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시경의 관사에 불이 꺼져있는지가 궁금했다. 불이 꺼졌다면 그냥 돌아가는 거고. 마주치면?

 

재신은 카디건을 여미며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부질없는 희망을 준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 정도쯤이야 하고 싶었다. 안 들키면 되지 않는가. 들키지 않기만 될 것이었다.

 

관사 근처까지 가자 아직 퇴궐하지 않았는지 불이 켜져 있었다. 시간이 몇 시인데 아직도 퇴궐하지 않았는지 재신은 한숨이 나왔다. 떳떳하게 무슨 사이라도 되거나 최소한 아무렇지 않은 사이였다면 그냥 편하게 말이라도 건네 보겠는데 이렇게 되어버리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손을 떨던 시경의 모습이 눈에 선한데. 마음이 아팠다. 재신은 한숨을 쉬었다.

 

 

? 공주님!”

 

 

동하의 목소리에 재신이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서류 때문에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시경과 동하가 같이 걸어오고 있었다.

 

 

늦은 시각입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잠옷에 카디건을 대충 걸쳐 입고 몰래 나온다고 슬리퍼를 신은 자신이 부끄러워 재신은 발을 꼼지락거렸다.

 

 

아니, 그냥 밤 산책하려고.”

이 차림으로 말입니까? 춥지 않으십니까? 가디건이 얇습니다.”

 

 

시경이 자신의 겉옷을 벗어 재신의 어깨에 걸쳐주며 말했다. 재신은 시경의 겉옷을 다시 벗어 시경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아니요. 나 안 추워요. 괜찮아요. 은시경씨야 말로 뭐하는 거예요. 나보다 은시경씨가 더 춥게 입고 있는데.”

저는 군인입니다. 이 정도 추위야 익숙합니다. 무엇보다 아직 날씨가 쌀쌀하니 공주님이 더 걱정입니다. 내일 스케줄이 바쁘지 않습니까.”

? 저 지금 교대하러 가야 합니다. 저 먼저 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동하가 눈치껏 빠져주자 두 사람 사이에선 할 말을 찾지 못해 오도카니 서 있었다. 조금 후 시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

 

 

공주 궁으로 돌아가시겠습니까?”

 

 

시경의 말에 재신이 웃음을 터뜨렸다. 시경이 다웠다. 이렇게 있으면 외로웠고 불행했던 시간은 마치 없었던 일처럼 예전과 똑같았다.

 

 

그래요. 같이 가면서 이야기 좀 해요. 시간은 있어요?”

있습니다.”

손은 좀 괜찮아졌어요?”

? , 괜찮습니다. 아깐 조금 놀라서 그랬나 봅니다.”

나요. 은시경씨 그런 모습 처음 봤어요. 나도 놀랐나봐. 그 모습이 계속 생각나서... 신경 쓰여가지구.”

그랬습니까.... 걱정 끼쳐드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괜찮아요. 그래도 은시경씨 만나서 괜찮은 모습 보니깐 좀 기분이 나아지네요.”

이 시각에 나와 있으면 공주님을 자주 만나는 것 같습니다.”

? 그런가? 밤이라서 쌀쌀하지만 그래도 종종 나오고 싶어요. 산책하고 싶거든요. 밤 산책 좋지 않아요? , 군에서는 이런 거 할 일이 없었으려나?”

없었습니다. 매일 돌아가는 일과에 맞춰서 살기 바빴습니다.”

은시경씨. 군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재신의 말에 시경이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

 

 

그 이야기에 제 대답은....”

아니요. 그냥 궁금해서요. 은시경씨 처음 군에서 근위대로 왔을 때 고생 많이 했잖아요. 우리 오빠가 못살게 군 거 나도 다 알아요. 은시경씨 없는 동안 오빠가 많이 이야기해줬어요.”

그랬습니까. 그렇지만 저 괜찮았습니다.”

 

 

사실 묻고 싶은 이야기, 하고 싶은 말 한 가득하였는데 소득 없는 이야기들로 빙빙 돌아갔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공주 궁 앞이었다.

 

 

공주님 제가 원망스럽고 밉고 그랬을 것 압니다.”

은시경씨.”

선에 나가신다는 이야기 듣고 생각 많이 했습니다.”

비밀로 할 건 아니었는데 그래도....”

조금 더 기다려주시길 바라는 것도 제 욕심이라는 것 알고 있습니다. 제가 성급하게 굴었던 것도 제 불찰입니다.”

설마... 사과하려고 하는 거예요?”

 

 

무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사과받고 싶지 않았다.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 거짓말이었으니깐. 좋아해도 좋아할 수 없는 그런 심정이니깐. 굳이 강압적인 것도 아니었고 뿌리치면 시경이 그만둘 것이라는 것도 재신도 잘 알고 있었다.

 

사과를 해버리면....

 

 

아닙니다. 공주님. 기회를 주세요.”

?”

그분과 저 사이에서 공주님이 실컷 비교해보셔도 좋습니다. 마음 가는 데로 행동해도 좋습니다. 그분에게 선 보러 가는 그 시간만큼 저한테도 기회를 주세요,”

 

 

시경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아 재신은 눈만 깜빡였다.

 

 

애인이길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저도 이제 계급장 다 떼고 걱정, 고민 버리고 공주님 대하겠습니다. 그러니 저도 고려해주세요.”

은시경씨.”

많은 생각 했습니다. 절 선택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

 

 

재신은 혼란스러웠다. 시경이 어떤 의미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창욱과 동일 선상에서 시경을 봐달라니? 두 사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서 선택해달라는 것인가? 그것도 시경이?

 

 

저는 공주님이 행복하면 좋다고 그것만으로 만족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은시경씨 지금 내가 은시경씨 하는 이야기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습니다. 절 선택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저 제가 공주님을 이대로 놓치지 않게.....”

 

 

시경의 말에 느껴지는 진심이 재신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한 번도 이런 모습의 시경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재신은 불안하게 시경을 바라보았다. 그저 미안했다. 하지만 말할 수 없었다.

 

재신은 그저 시경을 안아줄 뿐이었다. 저보다 키가 큰 남자를 끌어안으려니 벅찼다. 한 번도 먼저 손 내밀어서 안아주지 못했다. 그어놓은 선이 너무나도 확고해서 넘어가면 낭떠러지인 것만 같았다. 선뜻 내민 손을 잡아주진 못해도....

 

재신의 품에 안긴 시경은 재신의 향을 들이마셨다. 항상 재신의 앞에만 서면 이것저것 생각하느라 바빴다. 뒤에 서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겠다고. 행복하기만을 바란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죽음의 문턱에 살아 돌아온 이유는 그 옆자리에 서고 싶어서였다. 다른 이에게 내주지 않고 오롯이 저만을 바라보기 위해 시경은 돌아온 것이었다. 이렇게 허망하게 보낼 순 없었다.

 

시경은 재신을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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