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1796년 고별 연설에서 정당들이 국가에 끼치는 해악을 주목하라고 경고한 것으로 유명하다. 사실 그렇다. 정당의 자유로운 활동 보장이란 권력에는 언제나 눈엣가시 같은 도전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가 중국 공산당의 일당 독재를 종식하라는 주장으로 징역 11년을, 베트남의 법학자 꾸후이하부가 다당제를 주장하여 반국가선동죄로 7년 형을 복역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요즘 통합진보당의 해산심판도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지난해 11월13일 국무회의가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청구의 건을 심의 의결하였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헌법재판소의 해산심판 제1차 변론에 나서 이 당의 진보적 민주주의 이념이 북한의 노선과 유사하다며, 정당해산과 의원직 상실 결정 등으로 그 활동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4월1일 열리는 제4차 변론에서는 통합진보당 강령에 대한 법정 공방이 계속된다고 한다.

우리 헌법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한 때 헌재 심판을 통해 해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민주적 기본질서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법무부는 냉전이 치열하던 1956년 독일 헌법재판소가 독일공산당(KPD)을 해산할 때 사용했던 법률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여, 통합진보당의 노선이 북한 노선과 유사하다는 것만 밝혀내면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한 것이 된다고 보고, 그것을 입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일부 학자들은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사회주의 질서에 배치되는 이념적 용어로 해석하였다. 하지만 6월항쟁과 민주화의 과정을 거친 한국 사회에서의 민주적 기본질서는, 반공인가 친북인가라는 이념적 잣대라기보다는, 상이한 생각들이 공존하며 상호 작용하여 국가와 사회에 최적의 길을 만들어 가는 시스템으로 이해된다. 즉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권위주의가 아니라 국민 다수의 뜻에 따르는 절차적 민주주의와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적 원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통합진보당을 해산하자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다. 구체적 위법성이나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성도 없이 그 지향이나 활동이 특정 이념에 가깝다고 정당 자체를 해산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요,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로 헌법상 용인되지 않는다. 정당법도 정당의 민주적인 조직과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 않은가. 민주적 기본질서를 국가보안법이라는 협애한 잣대로 재단하여 부당한 위헌정당심판을 얻어내려는 현 정부의 시도는, 막걸리 반공법으로 간첩사건을 양산하던 어두운 과거사와 다르지 않은 행위이며 법적 근거도 없는 일이다.

독일이나 터키와는 달리 미국은 1940년의 스미스법, 1950년 국가전복행위 통제법이나, 1954년 공산주의 통제법 등 정당활동 규제법을 넘어서 정당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전면 보장하는 길을 택했다. 미국과 일본에 공산당이 있다고 그 체제가 무너지는가. 둑을 막으면 물이 넘쳐흐르고 결국은 그 둑이 무너지게 된다. 둑을 살리려면 물꼬를 터 주어야 한다. 세계인권선언과 우리 국내법이기도 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정치적 견해 차이에 근거한 일체의 차별을 금지하고 정치적 의견 형성과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국내법이 국제법의 정신에 어긋나지 않게 해석하는 것이 우리 법해석의 기본 원리임을 잊지 말자.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기본원칙을 침해하는 일이니 즉시 그만두어야 한다.

백태웅 미국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