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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2 2020.05.26

heem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26 02:32:24
조회 177 추천 0 댓글 10

지하철을 타고 간다

길이는 십오 킬로미터

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승강장엔 문을 보는 눈이

안으로 들어오려 한다

나가는 몸짓이 움츠러들고

먼저 좁은 틈을 가로질러

어깨가 부딪히는 통로로

발이 이리저리 엉클어진다

주먹만한 초점에 집중하면

얼굴이 떠 있다 꿈같이

실은 꿈이었다 새벽에

찬물을 마시는 보람이 있다

기상 예보에 따르면 흰개미같은

비가 억수같이 내린다고 한다 바닥에

한아름만한 맨홀이 웅덩이를 남기면

물살이 거세서 함께 휩쓸려

빨려들어가 양말이 푹 젖는다

목에는 무서운 이야기가 산다

감기에 걸리면 자꾸 간지러워서

속을 긁고 싶어진다

차 안에서 소용돌이치며

배수되는 잘린 손가락들을 본다

누군가 도장이 가위를 가져왔다

공무원들이 삽으로 토사를 퍼냈다

집이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멀어지는

내 논리는 어딘가 잘못됐다

뒤에선 사레들린 개가 끙끙거린다

스펀지는 물을 잘 빨아들이고

손에 쥐면 잘 흘러내린다

공사 현장의 타워 크레인이 커질수록

내 걸음의 길이도 늘어난다

이마의 땀이 뺨에 옮겨가

간질거리면 곧바로 털어내고

아스팔트의 노란 페인트 그림은

기호와 숫자로 이루어져 있다

약간 침수된 기분으로 

검정색 늪에서 벗어나

파란 간판의 가게로 들어선다

커피를 파는 판매원이 서너 명

외딴섬 같은 테이블로 가 앉는다

적막히 있다가 

차양이 빛을 미처 다 반사하지 못하고

바깥 자리에 대롱대롱 매달린 사람과

눈이 마주친다

이층의 숙박 시설에 물이 샌 흔적이 있는 천장

얼룩을 따라가다 보면 옆방까지 이어진다

끼익하고 차의 타이어 긁는 소리가 들리면

앞으로 기우뚱 쏠린다 벨트는 죽지뼈를 누른다

가계는 갸울어 이리저리 휘청거렸다

선풍기를 틀으면 춥기도 덥기도 하고

유독 자세가 불편한 날이었다

검은 차는 티끌을 잘 드러내고

여름에도 감기에 걸릴까 봐 걱정된다

하양은 곧 있으면 회색으로 변하고

꿈의 끝도 이제 얼마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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