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제니로 알려진 노금희 (남킹 풍자 소설)

남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29 22:50:16
조회 57 추천 0 댓글 0
														

친애하는 검사님. 


우선, 당신의 소환에 불응한 점에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 하지만 저의 행동이, 당신이 부여한 여러 가지 조치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한 반항이거나 혹은 제가 끔찍이도 싫어하는, 권력이라는 환각에 빠져, 당신을 무시하는 것은 절대 아님을 알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행한 결단의 이면에는, 제 삶의 전반을 아우르는 사건과 사고가 우연히 내던져진 결과로서의 혼란에 기인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자 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단지 매듭을 짓고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뿐입니다. 법을 어길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때가 되면 자진하여 찾도록 할 것입니다. 어쩌면 제가 드리는 이 편지가 바로 저의 결심이자 검사님께 드리는 약속이라고 부디 편하게 판단하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지금 여러번 기차를 갈아타고 몇 나라를 거쳐 제가 소망하는 목적지에 다다르기 직전에 있습니다. 이곳은 제가 젊음과 열정, 순수함과 광기를 태우던 곳으로, 어쩌면 검사님의 수사 보고서에 적혀 있는 데로, 제가 철학을 공부하던 독일의 중서부 지역의 한 곳입니다. 하지만 저의 편지를 검사님이 받을 때쯤에는, 저는 아마 폴란드를 거쳐 우크라이나 쪽으로 차를 몰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폴란드 국경에서 서성이며 우크라이나에서 불어오는 바람 냄새를 맡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여전히 전쟁 중이고 국경이 외국인들에게 폐쇄된 상태라면 말입니다.


아마 검사님은 제 여행 루틴에 약간의 의구심이 들 것입니다. 유학을 한 곳이라면 당연히 그때의 설렘과 낭만, 추억을 찾아, 일종의 버킷리스트로 방문함이 타당하지만, 어떤 연고도 없고 게다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로 굳이 가려는 의지에는 도대체 어떤 연유가 숨어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제니아라는 여인 때문입니다. 


저는 그녀를 사랑했고 지금도 제 인생 최고의 순간은 그녀와 보낸 3개월이라고 확신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여느 우크라이나 여인과 다름없이,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을 부양해야만 했기에 무척 힘든 삶을 살았고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막다른 인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떼가 끼지 않은 순수한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이 과하게 받는 것 혹은 동정심에 비롯된 것이라면 언제나 불편해하고 늘 돌려주는 것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동유럽 여인 특유의 낙관적인 성격으로, 즐거움을 표하고 아픔을 위로할 줄 알았습니다. 그녀에 대해서는 며칠 밤낮을 들려드려도 끝나지 않겠지만 저는 여기서 간단하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하게도 그녀는, 지금 검사님이 궁금해하는, 저와 얽힌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려니와 제 가슴을 누군가에게 표현한다는 자체가 저에게는 무척 부끄러운 일입니다. 


다만, 한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백방으로 찾고는 있지만, 아직 그녀의 생사는 확인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설령 제가 우크라이나에 가더라도 그녀를 만날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는 것입니다. 그저 그리움이 저를 그곳으로 이끈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혹은 전설 속 <운명의 붉은 실>처럼, 보이지 않지만 분명 서로에게 묶여 있는 끈을 따라 기적같이 만나는 환상을 꿈꾸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검사님이 궁금해하시는 부분은 저의 또 다른 여인, 제니로 알려진 노금희에 대한 부분일 것입니다. 혹은 노정아, 노애린, 노정심으로 여러번의 개명을 한 바로 그 여인과 제가 어떻게 얽혀서 작금의 상황까지 번지게 되었는가 하는 것일 겁니다. 그동안 언론과 방송, 각종 SNS에서 숱하게 회자한 만큼 – 비록 그 소식들이 사실과 거짓, 상상과 추측들이 마구 섞인 상태지만 - 그녀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판단하는 그대로 그녀는 좀 이상했습니다.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것 또한 이상하였습니다.


유학을 막 끝내고 모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철학을 강의하던 시기였습니다. 저는 그때 힌두교와 불교 철학을 거쳐 칸트와 쇼펜하우어에게 심취되어 있었습니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의지대로 하고 그 이후에 자기 행동을 논리적인 것으로 합리화하는 작업을 한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그것을 대표하는 행위가 바로 노금희와의 관계일 것입니다. 그건 검사님도 두말없이 인정하는 부분이 맞습니다.


제 삶은, 유년기의 심한 우울증에서 시작하여 작금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고통과 불행의 시간이 저를 휘두릅니다. 그러므로 비록 교수라는 신분으로 사회의 일원이 되었지만, 외적인 통제, 즉 법, 도덕, 규율, 양심 같은 행동 양식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고, - 사실 내적인 괴로움으로 다른 것에는 별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던 것 - 그날 그 자리, 즉 저의 지도교수이자 전 장관이었던 분의 초청으로 고급 술집에 초청받아 갔으며, 제니라는 예명을 사용하는 노금희를 만난 것도 사실입니다. 


그녀에 대한 첫 느낌은 한 마디로 깡통이었습니다. 네, 비었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쾌활하나 뭔가 어두운 구석이 있고 예의 바르나 다분히 권력 지향적이고 예쁘게 꾸몄지만 어딘지 모르게 인위적인 부조화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를 관심 짓게 만든 부분은 그녀의 놀라운 탐욕이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돈과 권력에 대한 욕심은 그녀 집안 전체를 아우르는 지향점이기도 하였습니다.


아마 이 부분에 있어서 검사님은 의아해하실 것입니다. 삶의 내면적 깊이를 다루는 철학 교수가 어떻게 그런 부류의 인간과 연인이 될 수가 있는 것인지? 정확히 하자면 저는 노금희를 사랑한 적은 한순간도 없습니다. 제가 말씀드렸듯이 저의 사랑은 이미 제니아에서 끝을 맺었습니다. 제가 노금희를 가까이한 이유는 절대적인 호기심이었습니다. 어쩌면 양극단에 존재하는 개체에 대해 끌림이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또 한 가지를 굳이 들먹이자면 성적 욕구 해소였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저는 틈만 나면 그녀의 아파트에서 육체적 향연과 함께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의 가벼움을 끝없이 관찰했습니다. 그녀는, 걸치는 모든 것을 명품으로 발랐고 그녀가 방문하는 모든 곳은 사치와 향락으로 버무리곤 하였습니다. 그녀가 만나는 이들은, 또한 그녀와 똑같은 가볍기 그지없는 깡통 인간들이었습니다. 즉, 정치 검사, 철새 정치인, 사기꾼 사업가, 조폭들이었습니다.


여기서 검사님은 아마 이상한 점 하나를 발견하였을 것입니다. 어떻게 그런 여자가 저와 오랜 시간 얽힐 수 있냐는 것일 겁니다. 그것도 마치 연인처럼…. 그녀와 저를 엮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마리화나입니다. 저는 유학 시절 극심한 우울증을 덜기 위해 마리화나에 중독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그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함께한 공통분모는 섹스와 마약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그녀의 석, 박사 학위 논문 표절에 가담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절차였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의 논문 대부분은 제가 짜깁기해서 만든 것입니다. 그녀가 대학 강단에 서게 한 것도 저의 도움이 컸습니다. 물론 결정적인 것은 – 그녀가 조교수가 될 수 있었던 것 – 대학 고위 관계자들에게 바친 뇌물과 성 접대일 것입니다. 네, 맞습니다. 검사님이 느끼신 데로 작금의 대학은 심하게 부패했습니다. 저는 캠퍼스에서 늘 같은 환멸을 느꼈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인간들의 집합체였습니다.


하지만 노금희와의 동거 아닌 동거가 끝은 맺게 된 것은 그녀가 한 정치 검사의 아내가 되면서부터입니다. 바로 검사님의 동기이자 출세 지향 인간의 전형을 보여주던 바로 그분이 남편입니다. 탐욕 인간이 권력마저 갖추자 그녀의 욕망은 더욱 대담하고 뻔뻔스러워졌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빨아들였습니다. 바로 검사님이 파악한 17가지의 사기 행각이 바로 이 시점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지점부터 그녀의 얼굴은 더욱 대담하게 성형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현대 의학의 결정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러므로 제니로 알려진 노금희는 이제 투명 인간에 가까워졌습니다. 속은 완전히 비었고 겉은 탐욕으로 뭉쳐진 현대인의 아이콘과도 같습니다. 그녀는 더 이상 인간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그녀는 어쩌면 제가 느끼는 삶의 고통과 번뇌를 형상화한 인조인간일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불행한 시대의 패배자일 뿐입니다. 


검사님. 목적하는 기차역에 거의 도착했습니다. 그럼 어느 특정한 날에 다시 뵙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7ded8068efc23f8650bbd58b3688716fe4e8

7ded8168efc23f8650bbd58b36857465f1fb68

7ded8268efc23f8650bbd58b3682716d0a9d86

7ded8368efc23f8650bbd58b36857c6f6db5c8

7ded8468efc23f8650bbd58b3682726c21d144

7ded8868efc23f8650bbd58b36827c6c186509

7dec8768efc23f8650bbd58b3685776f1f1315

7dec8868f5dc3f8650bbd58b36837d6544223390

7def8768efc23f8650bbd58b3682776ea2941d

7dee8668efc23f8650bbd58b368072688db085

7de98068efc23f8650bbd58b36857c6af28a15

7de98168efc23f8650bbd58b36857d684aa223

7de98268efc23f8650bbd58b3682726ee9706b

79e98468efc23f8650bbd58b36837664fb09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인과 헤어지고 뒤끝 작렬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2 - -
공지 ☆★☆★알아두면 좋은 맞춤법 공략 103선☆★☆★ [66] 성아(222.107) 09.02.21 48628 56
공지 문학 갤러리 이용 안내 [99] 운영자 08.01.17 23995 21
289786 [2] ㅇㅇ(223.38) 00:24 24 0
289784 2024. 4. 27(토) 맑음 문갤러(222.118) 04.27 20 0
289783 그러니까 니들은 녹음 몇개로 마중물 붓고 a(211.246) 04.27 16 0
289782 나는 자기애가 강해서 뭐 어쩌구저쩌구 a(211.246) 04.27 11 0
289781 금일 프랑스어 공부 쉽니다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7 21 0
289780 약수터 [1] ㄱ..(223.62) 04.27 31 0
289779 형광등 켜면 머리 안 체액 움직여 기침도 하겠지 a(211.246) 04.27 13 0
289778 라틴어 무덤, 어원 화장... a(211.246) 04.27 15 0
289777 식당 들어오자마자 뇌전증 증상으로 전신 떨리겠지 또 a(211.246) 04.27 20 0
289776 세콤 있는 것도 아니고 와이파이가 포인트 잡아 고인다고? a(211.246) 04.27 12 0
289775 이새아씨가 깐까 난쑈우 그럼 영어로 #토들리_썩, [1] a(211.246) 04.27 18 0
289774 아주 이것들이 치주 사이사이를 비집고 드네 [1] a(118.235) 04.27 15 0
289773 손가락으로 이런 거 알아야겠네 잘도? 장애인 돼서? [11] a(39.7) 04.27 17 0
289772 씨발 정전기 발 통증 버스 스피커 엠프 썼네 안 끄냐 a(39.7) 04.27 13 0
289771 좆밥 시 평가좀 [2]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7 39 0
289770 "학교 다닐 때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a(39.7) 04.27 15 0
289769 버릇이든 펄랏이든 너나 고쳐 병신아 a(39.7) 04.27 13 0
289768 내가 혼자 뇌 속도 너무 빨라 자유 활강하는 때 버전 맞추어 [5] a(39.7) 04.27 18 0
289767 남은 이새아 사귀길 이놈하고 결혼해라 저놈하고 결혼해라 a(39.7) 04.27 12 0
289766 아주 새벽 개지랄 그 새끼는 기생이 자랑이니 a(39.7) 04.27 12 0
289765 버스도 아주 차고 박아 쓰지도 않던 거 개조해가지고 a(39.7) 04.27 10 0
289764 내가 이 시대가 진정 이해 안가는 이유 정치평론가(203.128) 04.27 27 0
289763 오늘의 추천 시 오들덜뽕두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7 25 0
289762 생각에잠긴다 오들덜뽕두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7 17 0
289761 모닝커피 오들덜뽕두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7 16 0
289760 내가 너한테 이미 말했지 [39] a(39.7) 04.27 17 0
289759 엄청 웃기겠다 [3] a(39.7) 04.27 21 0
289758 진짜로 와이파이 하나면 MRI 등 기능 전부 한다더니 a(39.7) 04.27 35 0
289757 헬륨을 몸 안 물 또는 OH 결합시켜 [7] a(39.7) 04.27 16 0
289756 2024.04.27. 문갤러(110.14) 04.27 34 0
289755 줄꾼 ㅇㅇ(223.38) 04.27 27 0
289753 영화 <HER>가 기술 거대 맵이라 [3] a(211.246) 04.26 35 0
289752 애들아 과음하지 마라... [1] ㅇㅇ(39.115) 04.26 49 0
289751 조울증 치료 받지 말까 [4] 문갤러(110.15) 04.26 63 0
289750 사우나 갈 때마다 느끼는 비윤리맨들 ㄱ..(223.62) 04.26 34 0
289749 문동낼 시 고르는 중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6 47 0
289748 프랑스어 공부 28/100 일차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6 16 0
289747 카르페디엠 시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6 120 0
289746 한 모금 [1] ㅇㅇ(223.38) 04.26 49 0
289742 니네 입에서 나오는 말 중에 a(39.7) 04.26 19 0
289741 너 뭐 하는데 나 갑자기 졸려 모기 소리 나지 a(39.7) 04.26 20 0
289740 국민계정 소득 상위 10퍼센트...에 거품 담아 경제 운옹, a(39.7) 04.26 21 0
289739 신해철이 나무 뽑아가겠다 그러더니 a(39.7) 04.26 21 0
289738 이거 적절한 비유같냐? ㅇㅇ(124.216) 04.26 62 0
289737 미친년아 강제 가스 음독을 시키지마 위선떨며 해독제 어쩌구 a(118.235) 04.25 32 0
289736 a 얘는 정병임? [3] ㅇㅇ(117.111) 04.25 88 2
289735 뭐? 미친년아? 부딪치는 거 싫어해서 고쳐? [6] a(118.235) 04.25 39 0
289734 아주 연애하는 사내 새끼들마다 정신 못차려 직업도 없는 게 a(118.235) 04.25 26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