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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신과 색신의 문학 용어화"

박남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06.26 16:07:46
조회 300 추천 0 댓글 9





       법신과 색신의 문학 용어화


                                  박 남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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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박남철 (2006-06-24 22:32:31, Hit: 134, 추천: 14)

 제목 "법신과 색신의 문제에 대하여"


 어렸을 때, 초등학교 때, 그 우리 엄마와는 달리, 우아하시고 천사 같으시던 어느 여선생님이 여자화장실에서 나오시는 걸 보게 되었다.


 나는, 너는, 우리는, 그때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법신\'으로만 보고 있던 그 어떤 대상의 \'색신\'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어 놀란 것일 뿐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

 버스 안에서 늘 새침하던

 어떻게든 사귀고 싶었던

 포항여고 그 계집애

 어느 날 누이동생이

 그저 철없는 표정으로

 내 일기장 속에서도 늘 새침하던

 계집애의 심각한 편지를

 가져왔다.


 그날 밤 달은 뜨고

 그 탱자나무 울타리 옆 빈터

 그 빈터엔 정말 계집애가

 교복 차림으로 검은 운동화로

 작은 그림자를 밟고 여우처럼

 꿈처럼 서 있었다 나를

 허연 달빛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밤 얻어맞았다

 그 탱자나무 울타리 옆 빈터

 그 빈터에서 정말 계집애는

 죽도록 얻어맞았다 처음엔

 눈만 동그랗게 뜨면서 나중엔

 눈물도 안 흘리고 왜

 때리느냐고 묻지도 않고

 그냥 달빛 아래서 죽도록

 얻어맞았다.


 그날 밤 달은 지고

 그 또 다른 허연 분노가

 면도칼로 책상 모서리를

 나를 함부로 깎으면서

 나는 왜 나인가

 나는 왜 나인가

 나는 자꾸 책상 모서리를

 눈물을 흘리며 책상 모서리를

 깎아댔다.


 ---박남철, 「첫사랑」, 『지상의 인간』(문학과지성사, 1984), 제91면에서 92면 사이.




 꽤나 많이 알려져 있는 편인, 명작이라는, 내 시 「첫사랑」도, 실은, 그 중심 주제는, \'법신\'과 \'색신\'의 문제일 뿐이다. 그런데 아직도 아무도 이 문제를 제대로 짚어내는 사람은 없다.

 시인 박남철이를 보고 \'시인이라는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공공연하게 저렇게까지 행동할 수 있고, 저런 말까지도 다 할 수가 있을까?\' 하고 뻑하면 대중들은 오해해대기에 바빴었는데, 이는 천성적으로 "법상을 내기를 싫어하는", 나의 "강한 색신 드러내기"에 모두들 속아넘어간 일들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요즘은 나도 나이가 들어, 그나마 그 "강한 색신 드러내기"조차도 "또 다른 하나의 법상을 내는 일"일 수도 있겠다 싶에서 아예 자제를 해버릴 때가 많은 편이다.

 법상을 드러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중생, 혹은 대중, 민중 들 속에 뒤섞여서, 혹은 숨어서, "매스컴 너무 좋아하지 않으면서, 너무 유명하게 되려고 일부러 애쓰지도 않으면서,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기"는 말이야 쉽지만, 실은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만도 아닌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꽤나 운이 좋았던 편이다. 바로 경희대학교 국문과에서 공부하고 배울 수가 있어서, 황순원 선생님이라는 나의 한 담대하신 "작은 거인"을 바로 지척에서 바라보며 젊은 날의 한때를 보낼 수가 있었고, 또 다른 한 "반면교사"로서의 한 저명하신 시인이셨던 선생님을 또한 지척에서 바라보며 나의 젊은 날의 또 다른 한때를 보낼 수가 있었던 셈이니까 말이다.


 Rod Stewart\'s "Pa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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