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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에게 추천해 주는 시

우울과몽상(115.22) 2011.07.01 19:15:37
조회 152 추천 0 댓글 10

<장미와 수녀의 오브제>
조향 지음

하얀 아라베스크 짓궂게 기어간 황혼
낙막(落寞)이 완성된 꽃밭엔
수 많은 수녀의 오브제.
인생이라는. 그럼.
어둠침침한 골목길에서
잠간 스치며 지나보는 너를…….

영구차가 전복한 거리 거리마다에서
비둘기들은 검은 까운을 휘감고
푸른 별이 그립다.

내가 서 있는 소용도는 상황에
짙은 세피어의 바람이 분다.
까맣게 너는 서 있다.

네가 사뿐 놓고 간 검은 장미꽃.
내 이단(異端)의 자치령에
다시 꽃의 이교(異敎)를 떨어뜨려 놓고.
들국화빛으로 하늘만 멀다.

taklamakannakamalkata
사막의 언덕엔 갈대꽃
갈대꽃밭 위엔 파아란란
이상(李箱)의
달.

달밤이면
청우(靑牛) 타고 아라비아로 가는
노자(老子).

꽃잎으로 첩첩 포개인
우리 기억의 주름주름 그늘에서
먼 훗날 다시 서로의
이름일랑 불러 볼 것인가!

패배의 훈장을 달고
예상들이 줄지어 걸어가고 하면…….

포르말린 냄새만 자꾸 풍기는
새까만 지구 위에서
어린애들의 함성 소리만 나고‥….
메아리도 없이 하 심심해서
나는 요오요오나 이렇게 하고 있다.



<바다의 층계>

조향 지음


낡은 아코오뎡은 대화를 관 뒀습니다.

― 여보세요?

폰폰따리아
마주르카
디이젤-엔진에 피는 들국화,

― 왜 그러십니까?

모래밭에서
수화기(受話器)
여인의 허벅지
낙지 까아만 그림자

비둘기와 소녀들의 랑데-부우
그 위에
손을 흔드는 파아란 깃폭들

나비는
기중기(起重機)의
허리에 붙어서
푸른 바다의 층계를 헤아린다.


-에스뀌소-
ESQUISSE

 


                                          1
눈을 감으며.
SUNA는 내 손을 찾는다.
손을 사뿐 포개어 본다.
따스한 것이.
―――― 그저 그런 거예요!
―――― 뭐가?
―――― 세상이.
SUNA의 이마가 하아얗다. 넓다.


             2
SUNA의.
눈망울엔.
내 잃어버린 호수가 있다.
백조가 한 마리.
내 그 날의 산맥을 넘는다.


             3
가느다랗게.
스물다섯 살이 한숨을 한다.
―――― 또 나일 한 살 더 먹었어요!
SUNA는 다시 눈을 감고.
―――― 그저 그런 거예요!
아미에 하얀 수심이 어린다.


             4
―――― 속치마 바람인데.……
―――― 돌아서 줄까?
―――― 응!
유리창 너머 찬 하늘이 내 이마에 차다.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됐어요.


             5
SUNA가 화장을 한다.
―――― 화장도 예술 아녜요?
SUNA의 어깨 넘으로 내 얼굴이 쏘옥 돋아난다.
나란히 나와 SUNA의 얼굴이. 거울 안에서.
―――― 꼭 아버지와 딸 같아요.


             6
SUNA의 하얀 모가지에 목걸이.
목걸이에 예쁜 노란 열쇠가 달려 있다.
―――― 이걸로 당신의 비밀을 열어 보겠어요.


             7
STEFANO의 목청에 취하면서.
눈으로 SUNA를 만져 본다. 오랜 동안.
―――― 왜 그렇게 빤히 보세요?
―――― 이뻐서.
―――― 그저 그런 거예요!


             8
나의 SUNA와 헤어진다.
까아만 밤 ? 거리 .
택시
프론트 그라스에 마구 달겨드는.
진눈깨비 같은 나비떼 같은.
내 허망의 쪼각 쪼각들.
앙가슴에 마구 받아 안으며.
SUNA의 눈망울이.
검은 하늘에 참은 많이 박혀 있다.
깜박인다.
「그저 그런 거예요」

-에피소드 (EPISODE)-

열오른 눈초리, 하잖은 입모습으로 소년은 가만히 총을 겨누었다.      
소녀의 손바닥이 나비처럼 총 끝에 와서 사뿐 앉는다.      
이윽고 총 끝에선 파아란 연기가 물씬 올랐다.       
뚫린 손바닥의 구멍으로 소녀는 바다를 보았다.      


― 아이!  어쩜 바다가 이렇게 똥그랗니?      

놀란 갈매기들은 황토 산태바기에다 연달아 머릴 처박곤 하얗게       
비석이 되어갔다.


---

대체로 해방기 그러니까 1950년대에 쓰여진 시다..진짜 충격이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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