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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6

김호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07.03 12:44:04
조회 171 추천 0 댓글 2
														

  기억을 잊어가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그들은 뚜벅뚜벅 자신의 기억 속으로 걸어들어가며 지금 지나치는 지점이 언제 근처인지를 자꾸 되새기고 있다.
  "그때? 아 잠깐만... 기억나려고 하는데..."

 

  손택수의 시집 『목련전차』를 손으로 더듬어보았다. 3년인지 4년 전에 사귀던 여자로부터 선물받은 시집이다. 그러다가였다. 오늘은 어쩐지 글을 써야겠다 싶은 기분이 든 것은 말이다. 자연스럽게 오늘 적는 일기의 제목은 `탈선전차`가 되었다.
  영화 인셉션을 보면 탈선전차가 나온다. 탈선한 화물열차가 승용차와 택시를 전부 밀어버리며 도심을 가로지르는 씬인데, 지금 내 기억과 감정과 영혼 속이 딱 그 꼴이다. 아주 무겁고 기다랗고 단단하고 무례한 강철뱀이 내 속의 도심을 부숴놓고 있다. 나는 기억하고 있다. 내 속에 도시를 만들기 위해 나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가.
  하지만 이 도시는 비교적 광활하다. 강철이든 양철이든 뱀 한 마리가 시작과 끝을 다 닿아 있을 수 없을 넓이 정도는 된다. 그리고 뱀과 조금 떨어진 지역에는 태풍 `메아리`가 비를 뿌려대고 있다. 나는 `메아리`라는 이름을 단 폭풍이 뿌려대는 빗발을 보며 내 도심 속에서 뭔가 메아리 치고 있음을 감지한다.

 

  뱀과 메아리.
  내 도시가 앓고 있다.

 

  진동이 나아가다가 어떤 것에 부딪혀 시작으로 돌아오는 것을 메아리로 알고 있다. 즉, 메아리는 돌아오는 소리다. 그렇담 돌아오지 않는 것은 메아리가 아니다. 알고보니 메아리가 아니었던, 내게 돌아오지 않은 이들이 떠오른다. 그들은 왜 돌아오지 않았을까, 그들 역시 기억을 잊었는가? 그래, 기억을 잊어가는 사람들을 자주 보아왔다. 그래서 거울이 싫다. 거울은 자신이 뭘 잊었는지도 모르는 불쌍한 청년을 보여줄 뿐이다.

 

  매달 카드값에 뒤를 밟히면서도 셔츠 사는 일을 관둘 수 없는 멍청한 놈이 거울 속에 있다.
  그리고 시시각각 그 놈은 많은 것을 잊어가고 있다.

 

  나는 내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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