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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아이 둘

김호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07.04 14:31:55
조회 220 추천 0 댓글 4


김보아_A Watchman_와이어메쉬_installation_2011

  아내와 아이 둘

 

  1.

  같이 일하는 동생이 있다. 이제 스무 살인데 최근에 둘째를 낳았다. 와이프가 열아홉 살이라고 하니, 열일곱에 첫째를 낳았고 열여덟에 둘째를 가진 셈이다.

  축구가 끝나고 그에게 나는 부럽다고 말하고 있었다.

 

  2.

  오늘 싸이월드 얼짱으로 애엄마가 나왔다. 스물두 살에 아이를 낳은 여자였다. 그 여자의 소개란에는 자식 사진과 아기 돌사진 등이 올라와 있었는데, 같이 일하는 동생 첫째 자식 돌잔치는 했는지가 갑자기 걱정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 동생에게 부럽다며 나도 어서 애낳고 살고 싶다는 말을 했던 자신이 한심해졌다. 결혼은 사랑이라고 해도, 육아는 현실이다. 요즘 그걸 자꾸 잊는다.

 

  4.

  일단 낳으면 뭔가 달라지겠지, 일단 낳으면 뭔가 달라지겠지, 일단 낳으면 나도 뭔가 달라지겠지, 이렇게 생각해버린다.

  난 쓰레기다.

 

  5.

  군대를 장기복무로 지원하는 것도 어쩌면 도망치는 것인지 모른다. 소설은 쓰고 싶은데 몇 년으로는 부족하다. 글밥만 먹고 살려면 적어도 10년 내공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벌써 내 나이는 서른셋이다. 어서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살고는 싶은데 오직 글밥만 믿고 가기엔 그 여정이 길어서, 그래서 군대 장기복무를 선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혼은 빨리 하고 싶은데, 능력이 없다. 한가지 웃긴 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는 자신이다.

 

  6.

  사실은 군대에 하사로 입대하면 나는 시간을 살 수가 있다. 어차피 허송세월이 될 2년이라면 4년으로 불려서 그 동안 하고 싶은 공부라도 실컷 하는 게 현명하다는 판단이다.

  환경을 조성하기 전에 마음부터 다잡아야 하는데, 마음 잡기가 왜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나는 정체도 모를 것들을 많이 갖고 있었나보다.

 

  7.

  나 닮은 아이를 낳아서, 그 아이의 어진 아버지가 되고 싶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의 현명한 남편이고 싶다. 아이를 낳는 것도 현명한 남편이 되는 것도 쉬운 일이다. 그것은 서로 사랑하는 남여만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를 기르고 가정을 이끌어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이 일하는 동생도 요즘 분유값 때문에 걱정이라고 하는 걸 보면, 나는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8.

  행복을 느끼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그 행복을 평생 느끼고 살려면 많은 것이 필요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마음이 가난하여 작은 일에도 감사한다지만, 사는 것 좀 편해져보겠다고 마음이 가난한 여자를 만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9.

  이 사람 저 사람 마음에 드는 사람 만나다가 덜컥 애부터 갖고 살아가는 게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과정은 전부 빼고 결과만 볼 거라면 말이다.

  동화 속 공주들은 전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그건 그들이 왕자와 결혼했기 때문이다. 선녀와 나뭇꾼은 어땠는가, 선녀는 아이만 여럿 낳고 하늘로 가버렸다.

 

  10.

  울고 싶다.

 

  11.

  이런 거 저런 거 해결하고 진지하게 누군가를 만나게 되다면, 아마 내 결혼은 꽤 늦어질 것이다. 이런 고민에 대해서 상담할 사람이 없는 관계로 나는 자신에게 조용히 묻곤하는데,

  "그럼 인마, 나중에 능력 되고 결혼하면 어린 여자 만날 수 있잖냐."

 라는 대답이 내 속에서 들려온다.

 

  12.

  그걸 말이라고 하냐?

 

  13.

  『세계의 끝 여자친구』라는 단편집을 오랜만에 다시 읽으려고 했는데, 책장에 책이 없다. 어딘가에서 잃어버린 모양이다.

 

  14.

  사랑은 사랑할 준비가 된 자들, 그러니까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 준비가 된 남자들에게나 허락된 것인지 모른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에 의미가 있는가?

  없는 거 같다.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15.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생각을 하고, 더 많은 소설을 써야한다. 그리고 이 삶에 보다 커다란 책임감을 얹어놔야 한다. 아직 스물세 살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또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했었으니까, 열심히 해보자.

 

  16.

  진지해질수록 무거워진다. 삶은 그런 것 같다. 도대체가 그것은 개운할 수가 없는 종류다. 개운할 수 없는 그것 위를 나는 살아가고 있다.

  평생 개운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깨달은 형들을 자주 보았다. 그런 형들인데도 형들 나름 행복하게 살아간다. 인생이 꼭 개운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형들을 여럿 보았다.

 

  이젠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17.

  내 세계는 최근에 한 번 더 끝났다.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귈 때마다 나는 그녀가 내 세계의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담, 난 벌써 몇 개의 세계를 가로질러왔는가. 그럼 여긴 어디인가, 왜 멀리 떠나가도 변하는 게 없을까. 인생이란.

 

  18.

  여러 여자를 만났고, 내킨다면 쉽게 잠도 잤다. 나는 자꾸 책임질 것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쥐뿔도 없으면서 자꾸 뭔가를 책임지려했는데, 나는 대체 뭐하는 새끼였는지, 그래서 가는 곳마다 폐허였다.

 

  19.

  ...죄인은 말이 없다. 

http://www.cyworld.com/kimho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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