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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문학] 더 이꾸릉라이저 - 7부앱에서 작성

ㅇㅇ(121.168) 2024.05.01 23:22:30
조회 1060 추천 101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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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저녁.
6974 부대의 정문.


북상중인 태풍 '장미'의 영향으로 불길한 느낌을 주는 거센 비바람이 불고 있다.


외박을 나갔던 부대의 실세들이 똥씹은 표정을 지으며 부대로 들어온다.


총무인 박말광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가지고 있던 돈은 모조리 증발했고, 그로인한 예산 부족으로 최악의 외박을 보내고 온 탓이었다.


특히 변왕추는 다른 실세들보다 몇 배는 더 열이 올라있는 상태였는데 쾌흥태의 농간과 대대장 곽말풍이 자신을 내쳐버렸기 때문이었다.




변왕추의 심란함은 내무반에 들어와서도 이어진다.


변왕추는 생각한다.


쾌흥태의 동기들을 이용해 그를 협박하고 그를 곽말풍에게 묶어놓으면 함부로 행동하지는 못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쾌흥태는 협박따위에는 굴하지 않는 인물이었고, 곽말풍의 CP병으로 그를 묶어두는 작전은 행동반경을 제약시키는데는 성공했었지만, 반대로 쾌흥태가 부대의 전체적인 흐름을 판단하고 더 많은 자료들을 수집할 수 있게 만들어버린 최악의 패착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너무 안일했다.


조금 뛰어나봐야 결국 아쎄이일 뿐이라고 생각해 부대 안에서만 대충 눌러놓으면 그만일거라 생각했지만, ​쾌흥태는 부대 밖에서도 자신을 엿먹일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실행에 옮겼으며, 어딘가의 정보망으로 부대 내부의 비위들을 전달했고 심지어는 자신의 과거까지 알아내 자신을 압박해 들어왔다.​




인정한다.


쾌흥태는 한낱 아쎄이가 아닌 자신의 적수, 혹은 그 이상의 존재라는 것을.​


​"큭... 크큭... 크흐흐흐흐흐흐...!"​


변왕추의 사고가 그 지점까지 도달하자 무언가에 홀린 듯 기분나쁜 웃음을 흘리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본 내무반의 모두가 긴장감에 휩싸인다.


​"쾌흥태... 재밌는 앗쎄이끼가 들어왔네..."​


변왕추의 심복인 조봉삼 조차 마른 침을 삼키며 그의 눈치를 살핀다.


​변왕추의 눈이 돌아가 있었다.​


그 상태라면, 대대의 그 누구도 변왕추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변왕추가 낄낄거리며 조봉삼에게 지시를 내린다.


"봉삼아, 대대에 앗쎄이들이랑 후달쓰 새끼들 전부 물자 창고로 모아 놓그래이... 그러고 쾌흥태 그놈아 체스터에서 뭐 쓸만한거 있나 건져 보고... 나는 대대장에게 볼 일이 있으니까 좀 나가 본다."


그러고는 흉흉한 발걸음으로 내무반을 나선다.


변왕추가 사라지자 조봉삼이 일,이등병들에게 윽박지르듯 얘기한다.


"야 이 쓰벌놈들아! 변 해병님 말씀 못 들었냐?! 언능 창고로 안 튀어가?!!!"


조봉삼의 호통에 후임층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대대의 물자 창고로 이동한다.


몇몇 실세들이 대대의 다른 인원들에게 변왕추의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후임들을 감시하기 위해 내무반을 나서고 조봉삼을 포함한 몇몇 인원들이 쾌흥태의 체스터를 조사한다.


쾌흥태의 체스터는 필요한 물건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비어있다시피 했는데 조봉삼은 그나마 쓸모있어 보이는 오늘 출발 예정인 고속버스 좌석을 예매한 영수증과 비어있는 멀미약통을 발견하고는 그것들을 챙긴다.




한편, 대대장실.


곽말풍이 책상 위에 놓여있는 서류더미들을 바라본다.


부대 내에서 일어난 가혹행위들과 비리를 은폐한 정황들이 포착되어 조사가 들어올 예정이며, 조사에 적극 협조하라는 권고와 경고가 섞인 공문이었다.


한창 어떻게 꼬리를 잘라낼까 고민하던 그 때, 갑자기 대대장실의 문이 벌컥 열린다.


변왕추가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 변왕추의 모습을 본 곽말풍이 역정을 낸다.


"이봐, 변왕추 해병.
지금 노크도 없이 마음대로 지휘관실에 들어오는건가?"

"...대대장님, 같은 배를 타놓고서는 이게 지금 뭐 하자는 짓입니까?"

"그 배가 지금 가라앉게 생겼는데 계속 여기 타고 있어야 하나?
그리고 애초에 병사들의 불만을 눌러놓기로 한게 자네 아니었나?
그 수많은 고발 내용들이 결국엔 터져서 세어 나갔는데, 내가 계속 자네 뒤를 봐줘야하나?"

"그리 말씀하시면 섭하지예...
대대장님, 제가 부탁 드린거 잊으셨습니까?

애당초 쾌흥태 그놈아를 잘 붙잡고 계셨으면 이런 일도 없었지예."


변왕추의 말에 곽말풍 또한 쾌흥태를 떠올린다.


잠시 방심했던 틈을 타 상부에다 부대의 각종 비위들을 전달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곽말풍은 어느 정도의 책임을 지더라도 과감하게 자신의 꼬리라고 여겼던 변왕추를 잘라내고자 마음먹었다.


"어쨌든 이미 조사가 시작되었다.
군 법무관이 직접 조사를 지휘한다고 하더군.
네 놈은 조사 대상이니 그렇게 알고 있어."

"저만 넘긴다고 다 해결 되는 줄 아시는가본데..."

"나는 자네에게 병사들을 '관리'할 것을 명령했지, '폭행'하고 '갈취'하라는 명령은 내린 적이 없네.
어쨌든 얌전히 수사 받고, 죄값은 달게 받..."




"이봐요, 곽말풍 씨...





빨럼아."​


변왕추가 갑자기 중압감을 내뿜으며 곽말풍을 부른다.


곽말풍이 당황하며 변왕추를 올려다본다.


"뭐...? 변왕추 해병, 지금 무슨...?"

"배 가라 앉는데 같이 탄 사람 내다 버린다고 니가 살 수 있을 것 같나?
결국엔 다 가라앉을 뿐이야.

​다 같이 뒤지는겨 이 씨빨..."​


변왕추가 거칠게 대대장실의 문을 닫는다.










그리고는 곧바로 대대장실에선 파도소리와 비명섞인 단말마가 울려퍼진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6974부대에 아까보다도 세찬 비바람이 몰아친다.


변왕추가 대대장의 의자에 파묻히듯 앉아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조봉삼을 포함한 변왕추의 실세층 후임들이 대대장실로 들어온다.


"필승!
변왕추 해병님, 보고드릴 내용이...

저... 대대장님은 어디에...?"

"아, 저기 다용도실에서 쪼메 쉬고 계시겠다 카더라."


실세층 해병들의 눈이 다용도실로 향한다.


다용도실 문턱 너머에서 피투성이가 된 손 하나가 튀어나왔다.


조봉삼은 잠시 마른침을 삼키고는 보고를 이어간다.


"저 암튼 보고 드리겄습니다.

쾌흥태의 체스터에서 오늘자 버스 좌석표랑 멀미약통이 발견 된걸로 보아 오늘 자기 본가로 올라간..."




"봉삼아, 이 순진한 새끼야..."


변왕추가 악마같은 미소를 지으며 조봉삼을 바라본다.


변왕추는 후임들을 보며 말을 잇는다.


"쾌흥태 그 새끼 그거 버스타고 전입온 날에 멀미하는거 같드나?"

"...그것이..."

"그 새끼 아직 여기 포항에 있어.

우리가 부르면 퍼뜩 튀어 올거야."


그러고는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곽말풍의 전화기를 집어든다.


"근디 변왕추 해병님, 고놈이 우덜이 부른다고 튀어올라능가는..."

"올 수 밖에 없을기다...

크큭...!"


변왕추가 기분나쁜 웃음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선임에게 대든 그 대가가 뭔지...
쾌흥태 그 놈에게 보여줘야지.


​진짜 해병의 방식이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줄기다.​


​창고에 있는 애들에게 전달해라.​


​오늘은 떼씹 전우애 파티를 열기다."​


변왕추의 말과 동시에 어마무시한 기세의 천둥번개가 친다.


번개빛을 받은 변왕추의 모습은 악마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한편, 대대 물자 창고.


일,이등병들이 모인 후임층 병사들이 무릎을 꿇고 앉은 채로 공포에 질려 떨고 있었고, 실세층들은 입맛을 다시며 그런 후임층들을 바라본다.


마달필이 심통덕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통덕아, 뭐가 어떻게 된거냐? 아까 선임들 얘기 들어보니까 흥태가 어쩌고 그러는 것 같던데..."
"나도 모르겠어. 근데 흥태는 평소에 별다른 사고도 안치고 잘 지냈을텐데?"


주변의 병사들도 갑작스런 사태에 갖가지 추측들을 숙덕거리던 중, 실세층 선임 한 명이 큰 소리로 외친다.


"변왕추 해병님께선 오늘 너희 후달쓰들을 교육하고 친목을 다질 겸, 떼씹전우애 파티를 기획하셨다!"


그 말에 후임층 병사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선임병이 계속 말을 잇는다.


"환자는 있어도 받지 않는다! 단 한명도 열외없이 이 파티에 참여한다!"

"이... 이런 씨발! 난 여기서 나갈거야!"


후임병 한 명이 재빨리 일어나 출입문 쪽으로 부리나케 뛰었으나 순식간에 선임들의 빠따와 각목, 오함마로 제압당하고 만다.


"도망을 치다니.

새끼... 기열!

지금부터 이 흘러빠진 기열에게 전우애를 실시한다!"


선임들이 도망치려던 후임병을 둘러싸기 시작했고, 그 후임병은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듯, 슬픔이 깃든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멈춰어어어어어어어!!!!!"


누군가가 창고 안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를 질렀다.


마달필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후임병들 사이에 왠 아쎄이 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


그 아쎄이는 바로 조금 전, 그 소리의 주인이자 자신의 동기인 심통덕이었기 때문이다.












변왕추가 대대장실의 창가에서 바깥을 내다본다.


태풍으로 인한 엄청난 비바람과 천둥번개까지.


전우애를 나누기 딱 좋은 날씨다.


변왕추는 곽말풍의 전화기를 이용해 쾌흥태에게 전화를 건다.


신호음이 가는 동안, 부하 몇 명에게 손짓으로 정문으로 갈 것을 지시한다.


쾌흥태를 부대로 유인해 정문에서 기습해 제압한 뒤, 그에게 잊을 수 없는 최고의 해병생활을 남겨주리라.


그렇게 몇 번의 신호음이 가고,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린다.


[...]
"..."


서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침묵을 깬건, 수화기 너머의 인물이었다.


[...변왕추 해병님?]










쾌흥태가 전화를 받고 있다.


갑작스러운 곽말풍의 전화.


하지만 느낌이 이상했다.


우선 전화를 받고 침묵을 유지한다.


"..."
[...]


말이 없다.


곽말풍이 아니라면...


"...변왕추 해병님?"

​[...큭크크크크크크큭!
여 봐라, 역시 흥태 아이가?
눈치 더럽게 빠르제?]​
[그라제요. 눈치가 드럽게 빠릅니다잉.]


주변에서 맞장구를 치는듯 한 소리가 들린다.


변왕추가 계속 말을 잇는다.


[흥태야, 니 지금 으데고?]

"어제 볼 일이 끝나고 본가로 올라왔습니다.

생각은 좀 해보셨습니까?"

​[...그래? 집이라고? 근데 와 내는 니 목소리가 여기서 들리는 것 같을까?]​

"..."


역시, 집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눈치챈 듯 하다.


[흥태야, 오늘 우리 부대에서 행사를 열기로 했다 안카나? 니도 있음 좋았을긴데, 아쉽게 됐네...]
"무슨 행사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친목도 다질 겸 해서 밤새 전우애를 나눌라는데... 혹시 니도 올래?]
"..."


다시 침묵이 이어지다가 쾌흥태가 입을 연다.


"어제 제가 드렸던 말씀에 대한 결론은 어떻게 내리셨습니까?"
​[...와 봐라. 오면 알기다.]​


쾌흥태의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해진다.


​결국 변왕추는 자신이 준 마지막 기회를 버리고, 악마로 남기를 선택했다.​


​[니 동기들도 포함해서 지금 다 창고에 모여있다.

내는 니도 왔으면 좋겠는데?

걔들 얼굴도 좀 봐야제?]​


변왕추가 동기들을 들먹이며 협박의 수위를 높인다.











변왕추의 웃음소리가 퍼지는 대대장실.


변왕추의 미소가 승리를 확신하는 듯 한 악마의 미소를 띄고 있고 주변의 실세들도 쾌흥태를 조질 생각에 들뜬 표정으로 전화기를 바라본다.


"흥태야, 와 말이 없나?"
"그 새끼 그거 팍 쫄아부러서 암것도 못하는거 아닙니까?"


하지만 다음 순간, 수화기에서 나온 쾌흥태의 말에 모두의 표정이 굳어진다.


​[안그래도 지금 보고 있습니다.

왜 여기 모여있나 했더니...

이런 행사를 기획하고 계셨습니까?]​

"ㅁ...뭐? 니 지금 뭐라고...?"


그와 동시에 대대장실 테이블 위에있는 내선 전화가 울리기 시작한다.


번호를 보니 정문의 위병소 쪽이었다.


변왕추는 의아한 마음으로 수화기를 집어든다.


[변왕추 해병님?! 위병소에 있던 애들이 전부 제압당했습니다!
그리고... 부대의 출입문이란 출입문은 전부 잠겨있습니다!]

"쾌흥태, 이 씹새끼가...!"


변왕추가 수화기를 거칠게 내려놓고 곽말풍의 전화기에 대고 말한다.


"니 지금 데고...? 장난 까지 말고 바른대로 불어라."












심통덕은 믿지 못할 광경을 보고 있다.





조금 전, 위협을 당하던 후임층 병사를 구하고자 기세좋게 나서기는 했지만, 사실 뾰족한 수가 있던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실세들이 어이없다는 듯 심통덕을 바라본다.


"저거 씹통떡이 새끼 아니냐?"
"미친거 아닙니까?"
"왜? 너도 전우애 하고싶냐, 이 씹덕새끼야?"


선임들의 눈이 흉흉하게 빛나고 심통덕에게 다가서기 시작한다.


심통덕이 공포에 물들기 시작하던 그 때


"따흐악!!!"
"...? 무슨... 따흐흑!"


갑자기 튀어나온 누군가가 선임들을 제압하고, 선임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항문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진다.


심통덕과 마달필, 그리고 후임층 병사들은 그 누군가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휴가를 나갔다던 쾌흥태였다.


쾌흥태는 한 손에는 전화기를 들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 듯 했다.


"제 위치 말씀이십니까? 이미 어딘지 알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만?"


후임층들은 주변을 둘러본다.


아까의 그 선임들을 포함해, 자신들을 감시하던 선임층 병사들이 어느 새, 모조리 제압당해 있었다.


귓가에서 잠시 전화기를 뗀 쾌흥태가 심통덕과 마달필에게 말한다.


"통덕아, 달필아.
여기 창고 뒷쪽에 쪽문 있는거 알지?
거기로 나가면 의무대랑 가까워.
거기 가서 해군 의무병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다른 전우들 모두 챙겨서 데려가도록 해.

알겠지?"


심통덕과 마달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혼란에 빠진 후임층 병사들을 진정시킨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쾌흥태는 다시 전화기를 귓가에 갖다덴다.


"변왕추 해병님, 그 파티는 저와 즐기시는게 어떻습니까?





그리고 꼭 드리고싶은 말씀이 있는데...



















야, 변왕추.​

​이 씨발련아.​

​계급장 떼고 붙자.​

​따라 나와.​

​이 씹새끼야."​









쾌흥태의 말 한마디에 대대 전체가 그대로 얼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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