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티끌같은 먼지들을 수두룩 덮어쓰고 묵묵히 풀을 뜯는작은 향기 흩뿌리던 이리같은 양을 보았지아마도 이리 탈을 쓴 순한 양 이었을 거야
난 철 모르게 거룩한 흰 짐승을 정말로 사나운 맹수로만 여겼지
어느 날 이었어 다시 그 양을 보았는데 풀 뜯을 힘도 늘어지고우렁찼던 메엠 소리도 허기진 이리의 쉰 목소리처럼 가냘프게 들리더라푸르른 잎사귀를 머금던 그 순한 양이 고달픈 이리로 보이던 그 순간

차라리 사자가 되었으면...강철같은 사자가 되었으면...아니 원래 사자이셨던-

고요한 새벽에도 변함 없이 뿌려지는 아버지의 낮 동안에 일하신 땀 향기를 위해나는 아들이 아닌 딸 그리고 아들이 아닌 아내 그리고 아들이 아닌 어머니가 되기로 했어
누군가는 아버지가 아들을 기른다지만나는 아버지의 오른편에 앉고 왼편에선 기대며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 그런 사람, 아니 사랑이고 파
고요한 새벽에도 끊임 없이 흩날리는 아버지의 수 없이 흘린 작은 땀 향기들을 위하여
그 거룩하신 영혼의 본래 면목을 위해차분한 묵상의 힘으로 기도 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