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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로 태양바라기 오토코의 15년 질척질척 같은 거 ㅂㄱㅅㄷ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18.52) 2016.01.21 03:10:07
조회 2389 추천 35 댓글 4




eoe이후 모두가 다 돌아온 이후에 심리치료받고 마음의 안정을 찾은 신지가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두 사람을 향해 자신의 마음이 담긴 편지를 쓰면 좋겠다. 어머니의 복제였지만 인간다움을 배워나갔던, 끝내 인간으로 죽었던 소녀에게.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에게 잔혹했던 소년에게.

편지 하나에 마음 하나씩 담아 종이비행기로 접어 그 아래 소년이 죽었던, 이제는 무엇하나 남지 않은 그곳에 날려보내는 거야. 하루에 하나씩.

시간이 흐르고 낡은 건물에 이끼가 올라오고 검붉은 핏자국이 무거운 먼지로 뒤덮여 갈거야. 사람들은 저마다 새로운 삶을 살아가겠지. 타인과의 관계가 두려웠던 열네살 소년도 어느새 장성한 성인이 되어 사회의 일부로 살아갈테고. 하지만 아직도 아래를 내려다보면 깊은 어둠만이 보일 뿐이었어. 그들에게 보낸 마음은 여전히 닿지 않았겠지.

그는 나를 사랑했을까. 그녀도 내가 소중했을까.
이제 전성기가 지나버린 30대 남자가 생각했어. 여전히 답장없는 편지는 어둠 속으로 떨어졌지. 그는 그를 사랑했어. 그에겐 그녀가 소중했지. 그들을 마주했던 건 남자의 삶에서 아주 짧은 시간뿐이었어. 내 마음을 전하기에도, 상대의 마음을 알아채기에도 부족한 시간. 서툴어서 부딪히고 교감하고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몰랐지. 그게 후회됐어. 그 때 이랬더라면. 그러지 않았더라면. 적어도 내 마음이라도 제대로 표현했더라면.
또 다시 편지가 날아갔어.

소년은 이제 담배를 능숙하게 피우는 중년이 됐어. 한껏 굵어진 손에는 부드럽고 연약했던 그시절의 흔적이 드문드문 남아있었지. 그들이 본다면 이 손에서 어린 시절의 조각들을 찾아낼수 있을까. 신지는 그게 궁금해졌어.

신지는 그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볼 수 있게 됐어. 아주 작은 점처럼 보였지만 확신할 수 있었어. 그건 그가 보냈던 편지였어. 편지의 산이 드디어 긴 시간 끝에 자신에게 돌아오고 있었지.

인생이 백년이라 한다면 신지는 이제 그 절반을 살아낸 거겠지. 희끗희끗 새치가 올라오는 나이. 추억거리가 희미해지는 나이. 그가 했던 모든 것들이 젊은 시절의 영광이 되었지. 이제 그 시절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도 하나 둘 떠나가기 시작했어. 혼자서 추억을 되새김질하려해도 그게 쉽지 않았어.
그래도 주름진 손은 끈질기게 펜을 놓지 않았지.

60먹은 노인은 이제 이곳에 내려오는 것도 힘들어졌어. 눈은 계속 나빠졌고 이제 돋보기 없이 글자를 읽는 것도 어려워졌지. 그래도 스스로 편지를 쓸 수 있다는 게 기뻤어. 오랜 고생에 휘어서 굳어버린 손가락을 보면 노인은 생각했어.
늙는 것도 잊는 것도 슬프지만 아직 그들을 기억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지팡이를 짚고 노인은 다시 편지를 날렸어. 편지는 그가 그동안 날려보낸 비행기들 위에 안착했어.

70. 이제는 편지를 쓸 수 없게 됐어. 신지는 젊은 도우미에게 대필을 부탁할 수밖에 없었지. 친절한 도우미는 신지를 위해 글을 써내려갔어. 신지는 그게 고마우면서도 서글펐지. 이제 편지를 보낼 수 있는 나날이 얼마남지 않았으니까. 이제는 투명한 눈동자로 그를 응시하던 소녀를 기억할 수 없게 됐어. 그래도 그에게라도 편지를 썼어. 그의 손에서 쓴 게 아니어도 그의 손으로 날려보냈지.

어쩌면 동정이었을지도 몰라.
다시 태어나기 위해 죽어야 하는 종족의 운명을 결정하는 소년이 불쌍해서 그리 다정하게 말했을지도 몰라.
어쩌면 모두에게 똑같이 그런 것을 그 혼자 착각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사랑은 아니었어.
사랑일 수는 없었지.
소녀의 희생이 그러했 듯이.
사랑이어선 안됐어.

편지는 이제 그의 발치까지 도달했어.

노인은 이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었어. 더 이상 그들을 기억할 수 없게 되었어. 외로운 삶이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그의 곁을 지켜줬어. 친구였고, 라이벌이었고, 서로 마음을 전할 수도 있었을지 몰랐던, 그와 그 추억을 공유할 수 있었던 동반자가 그의 마지막을 지켜봤지.





ㅇㅇㅇ군에게.
이 편지가 네게 보내는 마지막이야. 나는 이제 병원에 입원하기로 결정됐어. 아마 죽을 때까지 이곳에 오지 못할 거야. 아스카는 여전히 건강해. 손녀아이가 그 애를 많이 닮았어. 꼭 젊었을 때 아스카 같아.
마지막이니까 좀 더 솔직하게 쓰고 싶은데 잘 생각나지 않아. 어쩔 수 없는 거겠지. 벌써 수십년이나 지났으니까.
항상 묻고 싶은게 있었어. 언제나 편지에 쓰고 싶었는데 이제야 쓰네.
ㅇㅇㅇ군, 나를 사랑했니?
나는 그게 사랑이 아니길 빌었어. 사랑이라면 내가 너무 슬펐을테니까. 어쩌면 내게 널 죽이게 만든 너를 나는 원망하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 게다가 결국 우리는 네 자리를 뺏은 찬탈자였잖아. 그런 우리가 네게 사랑받는 건 너에게 너무 잔혹한 일이지.
나는 이제 내가 과분할 정도의 사랑을 받았단 걸 알아. 그리고 이제 내가 받은 모든 사랑을 네게 돌려줄 거야.
카오루군, 나는 널 사랑해.
이 우주가 끝나는 날까지.




마지막 편지는 신지가 에바에 태워 영원히 남겨놓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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