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이 스물 다섯

군대 전역하고 기술직 공무원 붙어서

얼마 되지도 않는 월급 차곡차곡 쌓아

주식 굴릴 돈 천만원 겨우 마련했음.

차 할부에 보험금, 월세 해놓으니까 100만원이 우습게 빠져나가더라고.

암튼

칼퇴는 보장되는 직렬이라

집에와서 이것저것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것들을 하고 있었음.

요리 연습하면서 칼질도 꽤 능숙해졌고,

헬스 다니면서 최근에는

주변 사람들이 몸 좋다고 말하는 정도까지는 왔다...

몸을 열심히 가꾸고,

집안일 능숙하게 해내고,

요리도 맛있게 하고,

직장도 안정적이고,

저축도 열심히 하고,

부모님도 정년까지 십 년 넘게 남으셨고,

동산 부동산 합치면 대충 13억 정도 나오고

(아버지가 분당 쪽 땅을 잘 사셨음)

딱 한 가지 하자가 있다면 얼굴이 ㅎㅌㅊ라는 거임.

내 입으로 말하기도 뭐하지만, ㅆㅎㅌㅊ라고 해도 납득가는 얼굴임.

그래서인지 고등학생때부터 목표가 하나 있었음.

훌륭한 신랑감이 되어서

30대에 안정적인 시기에

선을 봐서 어여쁜 여자와 행복한 결혼생활 하며

새끼 까고 티비 앞에 옹기종기 모여 사과 깎아 먹고 사는 게 꿈이었는데,

씨발

설거지론을 알게 된 뒤로는 그 어떤 의욕도 샘솟질 않는다.

이 이론은

내 삶을 완전히 무너뜨렸어.

남자들이 오버하는 거라고 말하기에는

공동명의, 바람, 재산분할, 친자불일치 같은 근거들이 빼곡히 쏟아져나오니까

부정할 수가 없더라.

아, 나는 설거지 하겠구나.

돈을 가져다 줘도

사랑을 받고 살진 못하겠구나.

요즘 밤에 잠이 안오더라

출근해야되는데 새벽 세 시까지도 잡생각이 너무 많아서

수면제 처방받고 한 알씩 먹고 자고 있음.

성형, 헤어스타일, 남성 메이크업 등등

방법이야 많겠지만,

설거지론을 알아버린 시점에서

내가 한국 여자들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더라.

그냥

좆같다, 요즘.

긴글 읽어줘서 고맙다. 게이들아.

너희들이 내 동반자다.

씹새끼들아.

주식이야기: 주식은 사고 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