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 말아먹고
삼십대 중반인데 집도 차도 없이 부모님 등골 빼먹으면서 산다

취업해서 일은 하고 있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쓰는 돈 없이
부모님 가게 대출금 갚는데 다 보태드리고 있다

키도 작고 돈도 없고 개병신인데
그래도 사랑 하나로 5년동안 만난 연인이 있었다
근데 술만 처먹으면 잠자리를 요구했음
내가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동안 상대를 제대로 못해줬는데
그 동안 술만 처먹으면 아무 남자와 자면서 바람을 피웠음
그 상대엔 내 대학 선배 후배 동기들 내가 아는 사람만 열명이 넘음

시험 한창 준비 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한 육개월을 진심 폐인처럼 지내다가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정신차리고 시험도 때려치고 본가로 들어감

시간이 많이 지나 분노도 슬픔도 헛헛하게 풍화 되었지만
한번 빠그러진 내 정신엔 깊은 구덩이가 생겼음
이 데미지와 사회의 압박에 성욕은 없어지고
여자, 특히 한국 여자에 이상한 거부감이 생기게 됨

부모님은 국결이라도 좋으니 꼭 며느리를 봤으면 좋겠다고 하시는데
여자를 믿지 못하게 되버린 나는 그냥 입을 닫을 수밖에 없음

게다가 돈도 없고 호빗같은 키에 성격에도 흠결이 생긴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주갤에 와서 국결론을 보며 작은 희망을 품는 내가 싫다

그냥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