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콘 바람을 많이 쑀다. 

요즘 날씨가 너무 덥다. 

작년보다 더 더운 것 같다. 

낮 2시가 된 지금은 온도가 35에 육박한다. 

밖에 조금만 있어도 땀이 비오듯 흐르고 몸이 과열된다. 

집에서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땀으로 웃옷이 범벅이 되었고 세수를 하고 나서도 10분 이상 땀이 비어져나오고 머리에 열감이 남아있었다. 

왠지 현타가 강하게 온다.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사실 소나기라기보단 호우였을 것이다. 

호우경보 문자를 받고 나서 그냥 비가 내리기 전에 집에 가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돌아왔던건데 중간쯤 올 때부터 비가 몇방울씩 쏟아지더니 금방 장대비가 쏟아졌다. 

옷을 흠뻑 젖었지만 비가 온 덕에 폭염이 사그라들어서 땀은 덜 났다.

방금까지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라는 소설책을 앞부분 읽었다.

그 노인은 10대 때 부모님을 모두 잃고 어린 나이부터 폭탄 기술을 배워 홀로 80여년을 굴곡있게 살아왔다고 했다. 

난 30살을 바라보는데 난 지금까지 뭘 한건지 나와 비교하니까 내가 한심해 보였다. 

어릴 때부터 나보다 더 비범하고 독립적, 주체적으로 산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들어왔다. 

학생 때는 그런걸 봐도 별 생각없이 그냥 대단하네 하고 말았다. 

하지만 요 몇 년간은 그런 걸 볼 때마다 현타가 들고 내가 비교되는 것 같아서 꺼려진다.

애초에 내가 그 소설을 왜 펼친걸까? 그것도 한심하다.

알바 신청한 두 개가 모두 연락이 없다.

며칠이라도 일해서 20몇만원이라도 내 손으로 벌고 싶은데 기회를 안준다. 

이제 긴장 안하고 성실히 할 수 있는데 지원서와 문자를 보내고 읽고 답장이 없는 것을 하루 종일 기다라고 있으니 신경질이 나면서도 뭐 그러려니 한다. 

도서관에 있는 것도 머리가 썩어가는 것 같고 현타가 든다. 

어디까지나 집보다는 낫다는 거지 정신이 피폐해지는 건 큰 차이가 없다. 

아 며칠이라도 그 현타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기회를 안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