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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철학적 의미 36 : 감각의 탄생

점하나(84.173) 2007.06.02 12:41:59
조회 151 추천 0 댓글 0






1. 문제제기 : 자아, 감각, 자연

형태적으로 감각은 자연과 자아 사이의 막이다. 형태와 기능에 집중하는 루만의 관점에서 막은 시작과 끝이 없는 주체의 완고한 조건이다. 그 막은 자연과 환경 안에 있지만 결코 풀리지도 않으며 오히려 환경을 자신의 방식으로 독자적으로 수용-배제하는 굳건한 막이다.

그러나 어떠한 사태의 발생적 관점에 집중하는 백두의 입장은 루만과는 달라 보인다. 그에 있어서 형태적으로 감각을 자연과 자아의 막으로 이해하는 면은 루만과 유사할 수 있다. 그러나 막의 탄생과 그 근거를 백두는 다른 관점에서 조명한다.

백두의 기하학적 프로그램은 영역의 무한성에서 탄생하는 유한한 초점에 대한 집중이다. 점은  대상의 추상적 관계에서 출현하는 산물이듯, 영역의 무한성은 유한한 초점적 영역을 드러낸다. 백두가 바라보는 실재의 궁극적 특징은 대상에서 점으로, 영역에서 초점으로의 생성과 출현으로 이해될 수 있다.


2. 감각과 실재

그렇다면 우리의 감각은 무엇인가? 만약 우리 안이 존재하고 우리 밖이 존재하며 그 두 세계의 경계를 감각이 잇대고 있다고 해석하는 순간 우리는 감각에 대한 형태적 접근만 가할 뿐 발생적 접근에 대해서는 어떠한 방식의 조명을 할 수 없다.

감각은 저 실재에서 탄생하는 일종의 초점적 영역이다. 감각은 내 안에서 저 밖을 이해하기 위해 끌어들이는 어떠한 매개가 아니다. 이럴 경우, 우리의 저 실재에 대한 다원론적 감각적 해석의 가능성이 완전히 봉쇄되는 일원론적 우주론을 우리는 선택한 꼴이 된다.

감각이 실재에서 탄생하는 초점적 영역이라는 표현은 더욱 설명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모든 사유는 시각에 많이 의존하며, 위의 테제는 이러한 시각의 표상성에 의거하지 않은 테제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감각은 근원적으로 저 실재에서 발효한 것이며, 나를 구성하고 향유하는 과정에서 창발한 계기이다. 감각은 자명한 내가 저 자연을 느끼고자 할 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 느낌에 의해 내가 실현된 것이다. 즉 내가 감각의 대상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감각의 경험에 의거해 출현한 사태가 나이다.

물론 나의 손가락 끝이 현재 날카로운 핀에 찔린다고 할 때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은 나의 \'이\' 손가락이 \'저\' 핀에 지금 찔리고 있다고 느끼고 판단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다음의 성찰이 심각하게 연루되어 있다. 즉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저 손가락과 핀에 대한 \'이미지\'는 나의 시각에 의해 이미 감각화 되고 표상화된 산물이다. 즉 이미 나의 손가락과 핀 사이의 어떠한 감각적 소통에 대한 생생한 관찰과는 거리가 먼, 시각적 추상일 뿐이다. 저 손가락과 핀 사이의 어떠한 감각적 사건을 이미 나는 이미 존재하는 신체적 계기의 연속성을 바탕으로 동시적 세계에 투사해버린다는 것이다.

경험적으로 우리는 이러한 소위 감각의 결과로서 등장하는 표상화와 감각의 그 사건 자체를 구분할 수 있는 여하한의 가능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 즉 우리는 손가락이 찔리는 그 사건 자체와 손가락이 찔리는 감각 자체를 구분할 수 없다. 이것은 경험적이며 형태적인 국면이다.


3. 지속과 변형의 장소

화이트헤드는 바로 이러한 감각 체험이 지니는 이러한 이곳과 저곳의 이중적 국면을 주도면밀하게 집중한다. 저 밖의 생생한 감각적 사태의 자리는 소위 지속duration이며 내가 핀을 감각하는 자리는 변형의 장소strain-loci이다. 지속의 자리는 어떤 의미에서 감각이 출현하는 신체 밖의 자리이며, 변형의 장소는 그러한 신체 밖의 감각을 나의 신체의 특정한 부분에 초점화 한 부분이다.

플레로마로서의 자연의 무한성은 클레아투라를 탄생시키며 동시에 품고 있다. 우리의 감각의 기원은 저 플레로마적인 자연에서 출현한 일종의 불꽃의 점화와도 같다. 감각은 자연의 자아로의 구현을 위한 발화이자 패턴인 것이다. 이러한 플레로마에서 클레아투라로의 발화와 탄생은 형태적으로 볼 때에는 클레아투라와 플레로마의 컨택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이미 구현된 클레아투라적인 신체를 덧입은 우리에 있어서 플레로마와 클레아투라의 발생적 구분은 불가능하며, 게다가 무의미할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의 저 무한한 자연은 어떠한 수렴과 집중을 통해서 감각을 탄생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감각의 의미가 불연속적으로 발산되지 않는 근거로서 우리는 과거로부터 계승된 신체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신체성은 자연이 초점화 하는 감각의 사건을 통해서 비로소 궁극적으로 나로 신체화 된다.

이러한 자연의 무한성에서 주체가 탄생한다는 관점은 주체의 불멸성에 대한 직관과 연속성에 대한 인격적이며 감각적인 신뢰를 훼방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과거로부터 계승된 신체성을 지니고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양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양식이, 우리 신체와 존재의 탄생을 성찰할 때 불가피하게 대면하게 되는 플레로마의 세계에 대한 최종적인 언명이 될 수는 없다.


4. 신체성과 기하학적 변형

계승되어진 과거의 신체성이 자연을 대할 때 감각은 현재적으로 발화한다. 그리고 그러한 감각은 신체성을 신체화 한다. 실재의 차원에서 대우주의 플레로마는 소우주의 클레아투라를 탄생시킨다. 내가 지금 바라보는 1입방미터 정도의 신체는 자연 전체의 영역이 점으로 추상화된 지점이며, 사실 나의 감각의 궁극적 기원은 자연 전체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신체가 어떻게 자연 전체와 직결되고 내통되어 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이성적 설명은 드러난 세계에서 드러나지 않은 세계를 추론하는 제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의 신체적 감각과 체험은 자연 전체와 비매개적으로 직결되어 있고, 우리의 눈,귀,피부에 의해 정위되는 신체는 1입방미터도 안되는 분명한 자리에 투사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저\' 자연 전체의 감각적 경험을, \'이\' 곳에 정위한다. 게다가 감각경험의 주체를 우리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주를 가로지르는 현재선 전체가 내 감각의 자리이며, - 감각에 의해 신체화된 나는 -  나를 동시적 세계 안의 특정한 한 점으로 초점화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체화된 과거의 사건은 계속 누적되고 계승된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감각은 (주체에게 아직 파악되지 않고 미실현된 지속의 사건이라는 측면에서) 미래에서 출현하고, 신체성은 과거의 흔적이기에 어느 곳에도 \'나\'는 분명히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신체는 과거였으며 감각은 미래의 것일 뿐이다.



5. 결론 : 플레로마에서 클레아투라로

우리는 지금까지 길게 감각의 탄생에 관한 논의를 이끌어 왔다.

감각의 기원과 주체는 나가 아니다. 발생적으로 감각은 자연 전체의 과거의 신체성과 결부된 현재적 탄생이다. 그리고 그러한 감각의 탄생은 과거의 신체성과 결부되어 나의 현재성을 구성한다. 나는 저 밖의 감각적 사건을 나의 신체의 어느 부분에 기하학적으로 현재화시킨다. 저 밖의 것을 이 안으로 투사한다.

융의 도식을 빌려 예를 들자면, 저 무한한 자연의 영역인 플레로마는 클레아투라를 지향하며 그 지향의 매개이자 발효가 감각이다. 발효가 마감된 그 사건이 클레아투라이다. 자연은 자아가 되고 자연의 감각은 신체의 감각이 된다. 클레아투라와 신체 내부의 연속성은 자신의 기원이 애시당초 밖임을 결코 느낄 필요도 느낄 수 있는 근거도 없다. 느낌의 기반이 되고 그를 구성하는 요소는 느낌의 내용으는 동반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백두의 시공간이론(ex. moment, duration, relativity of simultaneity) 그리고 자연과 신체 사이의 기하학적 변형을 둘러싼 형이상학적인 가설은 \'감각\'과 \'신체성\'과 \'주체\'의 탄생, 그리고 이러한 모든 탄생을 품으면서 동시에 그러한 다차원적인 주체의 생존과 패턴을 실재의 근본적인 차원에서 연결하는 \'궁극적 기반\'the ultimate ground에 대한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신학적으로는 생명의 \'탄생\'과 \'죽음\'의 의미, 그리고 우주 안에서의 \'영원한 생명\'의 실재론적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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