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67965
금빛시티로 돌아온 마박사와 나는 곧바로 리니어 기차를 타러 갈 준비를 하였다. 차표를 끊을 때 까지 마박사는 한마디 말이 없었다. 나는 그의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한마디 말을 건네었다.
"박사님, 이제 어디로 가시려는 겁니까?"
나의 질문에 박사는 나를 슬쩍 바라보더니, 이내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해주었다.
"이만 돌아가야지. 여기서 알아봐야 할 것은 다 알아내었어."
"그렇다면 갈색시티 항구로 가신다는 말씀입니까?"
마박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러곤 다시 그는 아무 말 없이 기차가 오기만를 기다렸다. 그의 알 수 없는 행동에 나는 오히려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졌다. 다시 침묵이 흐르기 시작하였고, 이내 나는 다시 그 침묵을 깨지 않을 수 없었다.
"박사님, 저는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알아내셨다는 것인지요?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모르겠습니다."
나의 질문에 마박사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는 잠시 눈을 감더니 이내 한숨을 쉬고 나에게 말하였다.
"이봐 플라티느. 세상에는 알아서 좋지 않은 일도 있어. 물론 자네에게 비밀로 부치고 싶다는 이야기는 아니야.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주게. 좀더 알아봐야 할것이 많아. 조만간 알려줄테니 기다리게."
그의 진지한 이야기에 나는 그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무엇을 더 물어볼수도, 따질 수도 없었다.
"그러나 박사님, 박사님의 뜻은 대충 알겠습니다. 하지만 혼자서 고민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연구하는것은 어떨련지요?"
나는 어떻게든 그를 설득해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래! 그래요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 성도와 관동지방에는 마침 유명한 박사분들이 많지 않습니까? 성도지방의 공박사, 관동지방의 그 유명한 오박사, 그리고 흔히 '포켓몬 할아버지'라고 불리는 고박사부터 시작하여 실프주식회사의 유능한 과학자들, 지금은 포켓몬 타운을 운영하시는 후지노인, 그리고 지금은 은퇴하였지만 대머리박사 강연까지.."
나는 신나게 떠들다가 이내 스스로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마박사가 무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봐 플라티느"
그의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깊게 깔리었다. 나는 아무말 없이 그를 바라봤다.
"내가 가장 믿지 못하는 녀석들이 바로 그녀석들이야."
그의 대답에 나는 더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표정은 진지함을 넘어서 무겁게 굳어있었다. 정적도 잠시, 다행이도 기차가 들어온다는 안내문이 울려퍼졌다. 박사와 나는 기차를 타기 위해 게이트 앞으로 다가갔다.
"나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서 그렇다네."
짐을 챙기던 마박사가 내게 말하였다.
"자세한 얘기는 기차에서 하도록 하지. 애초에 자네를 부른 이유도 있었고 말이야."
라고 말하며 마박사는 리니어 기차에 몸을 실었다. 나도 그의 뒤를 따라 기차 안으로 향했다.
자리를 잡은 마박사는 가방에서 몇장의 서류를 꺼내들었다. 그는 잠시 꺼내든 서류를 살펴보더니 그것들을 내려놓으며 나에게 물었다.
"자네가 더 잘 알겠지만, 모든 포켓몬들은 진화를 하지. 맞는가?"
"그렇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질문하였다.
"흔히 말하는 진화란 두 종류가 있지. 무엇인가?"
"일방적으로 사람들이 '진화'라고 부르는 성장과 변태가 있고, 종 자체가 조금씩 탈바꿈하는 진화가 있습니다."
마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 한장을 내밀었다. 그곳에는 그래프와 포켓몬의 사진 몇장이 실려있었다.
"그래 좋아. 역시 자네와 함께 온 것은 나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판단이었네. 내가 오늘 말하고자 하는것은 종의 진화라고 할 수 있겠지. 여기 이 포켓몬을 알고있나?"
서류를 들어보니 그것은 토중몬에 대한 논문이었다.
-토중몬
"토중몬이네요."
"그래. 토중몬이야. 진화의 위대함을 몸소 보여주는 포켓몬이지. 이녀석은 파라섹트를 피해 진화한 성공적인 형태이거든"
"파라섹트를 피했다구요?"
그의 말에 나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박사는 계속하여 나에게 말해주었다.
"그래. 사실 파라스의 숙주와 토중몬의 조상은 같아. 토중몬은 땅에서 10년 이상을 지낼 정도로 나약한 포켓몬이야. 다른 생물의 숙주가 되기에 적합한 포켓몬이었지. 파라스는 이내 이 포켓몬을 숙주로 삼도록 진화했고."
"설마 그렇다면..."
마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숙주에게서 살아남아 진화한 포켓몬이 바로 토중몬이야. '탈피'를 함으로써 파라스를 떨쳐냈거든. 껍질몬의 위대한 승리지."
"하지만 마박사님, 이것은 너무 억측이 아닙니까? 지금까지 진화학을 연구하면서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나의 물음에 마박사는 조용히 놓여있던 서류 하나를 내게 밀었다. 그곳에는 파라스와 토중몬의 상관관계가 적혀있었다.
"파라스가 처음 등장한 이후로, 토중몬의 개체수가 급격하게 감소했지. 최근에는 파라스의 증가폭과 맞물려 토중몬의 개체는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네. 파라스는 계속하여 진화하였고 토중몬도 그에 맞춰서 발빠르게 진화하지. 하지만 결국엔 당하고 말았어."
나는 논문에 실린 문헌들을 전부 살펴보았다. 그래프의 상관관계또한 억지가 아니었다. 그때 머리에 생각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그래. 파라스는 계속해서 진화하고있어.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숙주로 삼을 포켓몬이 줄어들고 있다는 거야."
"설마..."
마박사는 조용히 나에게 물었다.
"만약 숙주로 삼을 포켓몬이 바닥난다면, 파라스는 어떻게 종족 번식을 이어나갈까?"
마박사는 뚫어지게 나를 쳐다봤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고 그저 고요한 침묵만이 기차 안을 가득 메웠다.
"나는 최근에 충격적인 사진을 하나 보고말았어. 그리고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언제나 파라섹트를 볼 수 있는 곳으로 떠났다네. 그래 바로 너도밤나무 숲이야.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다행이도 나는 원하는 결과물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네. 자네는 눈치 못 챈거 같지만.."
그는 나에게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잠깐 화장실좀 다녀오지."
마박사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는 천천히 그가 내려놓은 사진을 집어들었다.
"맙소사..."
사진을 든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진실에 나는 그 어떠한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사진에는 파라섹트 한 마리가 찍혀있었고, 그것의 커다란 버섯 밑에는, 괴상한 모습의 캐터피 한마리가 자리잡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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