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은 내가 4년째 모 어플 시작화면으로 보고 있는 쏘 큐트한 진아준희)

나처럼 오랜만에 울드 추억하며 이곳에 들르는 바발들이 있다면 다들 안녕? 잘지내지?
울드 종영한 지 정확히 4년 지났네.
난 원래 종영한 드라마 재탕은 못 하는 병이 있어.
배우 덕질하면서도 필모 재탕을 못 했을 정도로.
근데 종영한 지 꼬박 4년이 지난 2022년 5월에, 이 드라마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봤다.

다시 보니까 더 잘 알겠더라.
왜 이 드라마가 내 인생드였고, 왜 아직도 인생드 1번인지.
사람 사는 냄새.. 과하게 꾸미지 않은 담백함.
주인공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집까지 걸어가는 게 거의 1분 가까이 나오는데 그걸 몰입해서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또 있을까?
난 없다고 본다.
4년이란 시간이 무색하게 여전히 세련된 드라마야.

신기한 게 다시 보니까 진아가 100% 이해되더라.
솔직히 방영 당시에 진아의 말과 행동을 이해한 건 80% 정도였고, 나머지는 이해는 안 되지만 그냥 진아가 그렇다니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였었어.
근데 이제는 진아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고 그렇게 행동했는지 다 이해가 되더라고.
나도 네 살 더 먹어서 그런가. 진아 참 많이 힘들었겠다 싶더라.

드라마 다시 보면서 또 놀랐던 점은
지난 4년 동안 내 취향이, 내 일상이 밥누나였더라고.
나 아직도 빨간 우산 써.
비 오는 날엔 혼자 우산 쓰고 가로수길 걷는 거 즐긴다.
마지막회에서 준희 짐 쌀 때 나오던 재즈있지? 그거 아직도 내 폰 벨소리야.
진아 방을 보는데 내 방 인테리어랑 비슷한 게 많더라.
진아 옷 스타일이 그냥 나더라.
내가 서촌을 좋아하는 것도 진아준희 때문이었어.
특별히 의식하지 못하고 지냈고 내가 원래 이런 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밥누나가 내 취향이 된 거였더라고.
드라마 구석구석 '아 이래서 내가 이걸 좋아하게 된 거였지.' 하는 포인트가 너무 많아서 피식피식 웃음이 났어 ㅋㅋ

4년 전 이 드라마를 보면서 오랜 금주를 깨고 15,16화에 술을 끼고 봤는데 이번에도 무슨 마법 걸린 것마냥 15화 시작하면서 나도 모르게 술 챙겨서 봤다.
15,16 너무 슬퍼서 좋았던 감정이 여전하더라고.
앞서 말했지만 종영한 드라마 다시 정주행한 거 진짜 살면서 처음이라 나도 내가 끝까지 볼 수 있을 줄 몰랐는데 어느 순간 그냥 푹 빠져서 봤어.
다 보고 내가 썼던 리뷰들까지 찾아서 읽어 보니까 또 감회가 새롭다. 드라마 리뷰라는 것도 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써봤었는데.
말하다보니까 이거 진짜 무서운 드라마야 ㅋㅋㅋ
아마 몇 년 뒤에 또 홀린 듯이 다시 보게 될 것 같으니 그때 다시 안부 물으러 올게ㅋㅋ
함께 웃고 울어서 고마웠던 바발들아 그때까지 다들 잘지내! 진아준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