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조혈모세포 기증을 하게 되어서
후기를 한 번 남겨보려고 해.
일단 나는 내세울 정도는 아닌 것 같긴 하지만
평소에 헌혈을 나름 적지 않게 한 편이고
헌혈 할 때마다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도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갈 때마다 마감되었다고 해서 못하다가
18년 7월에 처음 등록했고
그 후에는 등록했다는 사실조차
점점 기억에서 잊혀가기 시작했어.
그러다가 몇 달 전에 02로 시작하는 전화가 오길래
광고 전화인가 싶었어. 그래도 일단 받아봤더니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입니다. @@@씨 맞으신가요?”
그 말을 듣자마자 나랑 맞는 사람이 나타나서
연락을 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통화를 계속해봤어.
통화 내용은 예상했던 내용 그대로였고,
주말 동안 가족이랑 직장에 얘기해보고
기증여부 신중하게 결정해달라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일단 직장에 얘기했지.
바쁠 시기에 겹칠 수도 있다니까 좀 걱정하시긴 하는데
그래도 좋은 일 한다니까 허락해주시더라
그 후에는 가족들과도 얘기해봤어.
사실 부모님은 내가 헌혈하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셔서
허락해주실지 걱정이긴 했는데
얘기하니까 별로 탐탁치는 않아하시긴 하는데
그냥 알아서 하라고 하시더라.
아무튼 그렇게 기증의사 다시 밝히고나니까
향후 일정 다시 설명해주시면서
유전자 검사 다시 진행한다고 하더라.
기증 등록할 때 하는 유전자 검사는
전체 중 일부만 실시하고 일치자가 나오면
그때 세부검사를 진행한다는 것 같아.
그리고 채혈키트가 택배로 왔는데
사진에는 없는데 문진표도 같이 받아서
미리 적어달라고 하시더라.
문진표 적어서 검진기관에 갔더니 혈압 재고
채혈해서 유전자 시료 보냈고
결과는 전부 일치해서 계속 진행하기로 했어
환자 상태 보고 기증 한 달 쯤 전에 정밀검진 실시하기로 했는데
집 근처에 큰 병원이 없어서 서울에서 검진받기로 했어
서울도 은근히 멀더라... 시외버스는 1시간 반정도면 돼도
기타 터미널까지 가고 이런 시간까지 합치면
3시간은 걸렸던 것 같아...
검진 받으면서 평소에 건강검진 하던거랑
별로 차이는 없었는데 혈액검사...
시료 병이 10개도 넘었던 것 같았는데
진짜 헌혈할 때 말고 그렇게 많이 뽑았던건
난생 처음이었음 좀 무섭더라...
그렇게 정밀검진 받은 결과로는 철분수치가 낮으니
관리 좀 하시라는 얘기였어... 헌혈 30회 넘어갈 때부터
철분 수치가 낮다는 소리는 좀 듣긴 했는데
철분 많이 들어있는 음식 먹고 잘 관리하고 있으랬지
그래서 철분제 사서 기증 전까지 먹긴 했는데
비린내 나는거 억지로 참아가며 먹은거 치고는
생각보다 철분수치는 별로 안 올라가서
좀 아쉬웠음...
이건 병원 1층에서 헤어지기 전에
코디네이터님이 사주신 딸기요거트 프라페
(사진에 머리카락은 무시해 줘....)
검진도 끝내고 시간은 흘러
기증 일주일 전에 대망의
그라신 주사 3일치를 받았고
입원 사흘 전부터 맞기 시작했어.
근데 진짜 얼마 전에 맞은 코로나 백신보다
들어갈 때 훨씬 아프더라...
통증은 첫날 저녁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그날 새벽에는 잠도 잘 못잤던 것 같아.
둘째 날부터는 흉통도 조금씩 생겼는데
진짜 심장 뛰는 박자 맞춰서 아픈데
너무 아파서 주저앉고 그랬음...
타이레놀 챙겨먹긴 했는데 그래도 아프더라
그리고 병원에 입원하려면 72시간 이내에
코로나 검사 실시해서 음성확인 받아야 된대서
검사받으러 갔었는데 그냥 병원 말고
보건소에 검사하러 갔더니 사람이 4~5줄씩 있어서
거의 2시간은 기다려서 받았던 것 같아
그리고 받은 결과는 당연히 음성이었고
입원 전날에 마지막으로 안내받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회사에는 병가를 내고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한 뒤에
다음 날 발걸음을 나섰어
협회 코디님이랑 4시 쯤에 만나기로 했는데
시간이 1시간 정도 남아서
국전에 가서 뽀엥이도 데려오고
(살려....주세요....)
병원에서 코디네이터님과 만나서 입원수속 밟았지
인터넷에서 후기 보는데
가끔 병실 없어서 1인실 못 주는 경우도 있대서
조금 걱정했었는데 나는 해당사항 없었고
그냥 1인실이더라
덕분에 마스크 벗고 혼자 편하게 있었음
코디네이터님이 간식도 챙겨주셨었는데
저기서 주스 하나랑 포카리 하나만 먹고
나머지는 집에 가져왔어..
다음날 기증하기 전에 바늘 미리 꽂아놨는데
많이 거슬리는 부위는 아니긴 한데
그래도 가끔씩 따끔따끔하더라
저녁 먹고 마지막으로 그라신 한 대 더 맞고
의사가 무슨 동의서 쓰라고 해서
내용 설명 듣고 동의한다고 서명하고
이제 진짜 자려고 했는데
잠자리가 바뀌니까 잠을 못자겠더라
그래서 한 3시간 선잠 자서
컨디션은 완전 엉망이었지
이제 진짜 기증하러 가기 전에 수액 연결하고
남자 간호사가 끌어주는 휠체어 타고 가는데
갈 때는 주변에 휠체어 탄 할머니들이
겁나 많이 보여서 솔직히 좀 부끄러웠는데
끝나고 올 때는 너무 어지러워서
진짜 휠체어 타야겠더라...
오른쪽 팔에는 쇠바늘 꽂았는데
이거는 잘못 움직이면 혈관 터진다고
절대 움직이지 말라고 하더라
그래서 왼팔로 폰 만지작 거리면서 있다가
간호사가 tv 봐도 된다고 말해주긴 했는데
켜기도 귀찮고 해서 디씨질 좀 하다가
잠깐 자고 일어났더니 끝나있더라
저게 두 시간 반 동안 모은거임
색깔이 뭔가 토마토 주스같더라...
채취는 총 세 시간 반?걸렸어
보통 4~6시간 걸린다 들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다행이었지
일반적인 경우에는 2박 3일 입원에 2회 채취인데
내 경우에는 기증받는 친구가 영아라서
저거 하나만 채취하고 내 몸 상태만 괜찮으면
바로 퇴원하면 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점심 먹고 쉬다가
코디네이터님이 오셔서 검사 결과 괜찮고
앞으로 일정 어떻게 되는지
얼마마다 몸상태 체크하러
사후관리 코디네이터가 연락줄거라고
그런 설명 듣고 같이 원무과 가서
수납 끝낸 다음에 퇴원하고 터미널 가는데
안 그래도 피곤한데 길까지 잃어서 힘들었다..
집 가는 버스 안에서 기절하듯이 잤음...
기증한 지 2주? 정도 뒤에 혈구 수치 정상으로 돌아왔나
검사해봤는데 아까도 말했듯이
나는 기증 전에도 수치 좋은 편은 아니었거든...
협회 코디님도 앞으로 되도록 헌혈하지 말라더라
그리고 얼마 전에 마지막으로 감사패까지 받았고
비타민이랑 영화티켓도 받았는데 사진이 없네...
기증한 소감을 짧게 말하자면
사실 아직도 내가 누군가의 생명을 살렸다는 사실이
실감이 잘 나지 않네.... 전화로는
회복 잘 하고 있다고 듣긴 했는데
얼굴도 나이도 잘 모르니까...
그래도 대한민국 어딘가에
나랑 똑같은 피가 흐르고 있는 사람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니까 뭔가 기분이 묘하네...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조금 애매한 시기지만
2022년에는 다들 행복한 한 해 되길 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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