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씰라는 중국.상하이. 중산공원에 있었다.

씰라의 위치확인(58.34) 2008.12.18 22:18:04
조회 364 추천 0 댓글 7


오늘 오전 10:25분경.
갑자기 우뢰같이 큰 소리가 들린다.
" *^*$#%^^*(*&^#@$&* emergency, emergency, Fire.......#$^*&(*#$&"
토익 만점에서 몇점 빠진 점수를 받았다고 10년넘게 자랑하고 다닌 사람인데, 고작 알아들은 단어는
이머전시와 파이어 였다.

그리고 나서 영어보단 친숙한 중국어로
" 언니오빠여러분. 지금 건물에 불이 났응게로 잽싸 도망가쇼........얼릉 튀랑께..."

이게 왠 시츄에시션?
내가 머무르는 건물은 30층높이의 쥬덴쓰공위인데 이곳에 산지 2년동안 단 한번도 불구경은 물론이거니와 안내방송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참, 불구경이란 단어가 나왔으니 여기서 잠깐 쉬었다 가보자.
이 건물은 6층부터 27층까지 호텔이다. 1박에 350~450위안하는데 대부분 나처럼 장기고객이고, 중국인보다는 외국인비중이 훨씬 많고 외구인중에 일본인이 압도적이다.
20여년전 난 일본에서 유학생신분으로 수년간 살아본 적이 있었다. 그땐 어려서 몰랐나본데 커서 알았다. 일본인 가정에는 왜이리 다양한 국적이 존재하는지 말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 입구에서 한 십여분 서있다보면 일본인아빠에 중국인딸이 다정하게 손잡고 출입하는 것을 수없이 볼 수 있다.
일본에 있을때는 볼 수 없었는데, 중국에 오니 멀티국적의 가정을 매일 보고 있다.
희한한 게 있다면, 왜 중국인엄마에 일본인아들은 없냐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19세 이상의 잡담이었고.....

뱅기타면 십여분후, 저음톤이 바닥을 기어다디는 기장의 목소리 기억하시는가?
그러한 tone인데 가뿐 숨소리가 믹싱되어 몇번을 이머전시, 이머전시, 불나써 불나써...하더니
소프라노 뺨치고도 남을만한 찢어지는 고음의 아가씨의 목소리로 "빨랑 튀어...안죽고 싶으면..."
이런 안내방송이 연거푸 들린다.
문을 열고 보니, 이거 생지옥이다.
한 층에 20여개의 방이 있다보니 문만 열면 바로 복도다.
사람들이 대충 옷 주워입고 모두 계단으로 뛰어 내려간다.

어.....라.
이거보소. 장난아니네그려.
솔직히 고백컨데, 오늘 아침 나의 심장은 발랑발랑 이라는 단어로는 절대 부족한 만큼 무척이나 떨렸었다.
불과 몇분사이에 무서움이 급습해 오는데 그 순간은 아주 아주 길게 느겼졌다.

나역시 서랍을 열고 여권. 지갑. 그리고 당시 쓰고있던 노트북 이 3가지만 손에들고 바로 문밖으로 튀어나가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으로 나가니 윗층에서도 사람들이 뛰어내려오고 26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사람의 숫자는 더해진다.

계단으로 한층 한층 뛰어 내려가는 동안 내 머리속엔 한편의 슬라이드영화가 스쳐 지나갔다.
- 8살때였던가... 짜장면이 먹고 싶어 중국집앞에서 한참을 쳐다보는데, 중국집주인이 들어오라 해서 짜장면을 공짜로 먹은 장면,
- 고등학교때 수학여행갈 돈으로 옷 사 입고, 남들 수학여행갈땐 학교에 나와 자습한 기억,
- 대학떨어진 날, 문 걸어잠그고서 못먹는 양주 들이마시고 술에 알딸딸 취한채 방에서 울고 있을때, 아버지가 문밖에서 하신 말씀 "그 거 내가 아낀거다. 차라리 소주마셔라...\'
- 신혼여행갔을 때, 자칭 일본통이라 자부한 내가 버스탈 필요없다....걷는데 재미있다면서 마누라끌고 신나게 걷다가 결국 마누라 발뒷꿈치가 발랑 까져서 길거리에서 엉엉 울어버린 마누라...
- 딸애 3살때 그 어린것이 감기에 코가막혀 잠 못자는 어느날, 아침 8시까지 거실에서 불 밝히고 같이 놀면서 날밤깐 기억...
- 아버님 돌아가셨을 때, 연태에서 비행기타고 한국으로 가면서 비행기안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스튜어디스가 수건을 갔다준 기억....
- 지난 여름밤, 중산공원에서 오빠,언니들 춤추는거 한참 재미있게 구경하고 있는데, 이모뻘 되시는 언니가 내 손을 잡고 자꾸 작업건 기억...
- ..................
지금 내가 웃자고 하는 말이 아니다.
계단을 뛰어 내려가면서 나도 모르게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기억들이 마치 인생의 주마등이라고 하나...연거푸 슬라이드영화처럼 스쳐 지나가는게 아마도 오늘 여기서 내가 끝나는게 아닌가 라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겠지.

2층에 도착했다.
26층에서 2층까지 지금 생각컨데 불과 몇분도 안걸린것 같았다.
계단을 밟아 내려온게 아니라 붕붕 날라내려온 셈이니까...

2층이 로비이자 출입구다. 그리고 2층 비상구는 스타벅스 후문하고 연결되어 있는데, 2층 비상구를 통해 스타벅스내부로 들어가보니 어라........또 이게 웬 시추에이션?
스타벅스내의 꽉 찬 손님들, 그리고 뽀록뽀록 올라오는 담배연기, 희희락락 떠드는 연인, 열심히 노트북으로 뭔가 작업하는 오빠...
어이, 정신나간 분들아. 이 건물 불났어...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이 들은 아무일 없는 것처럼 자기들만의 시간을 엔조이하고 있었다.

일단 2층 로비로 나왔다.
그랬는데, 호텔종업원과 보안들이 "아무일없다. 다시 올라가라..." 란다.
불안났단다. 그러나 내 맘속에는 이미 불이 났다. 불도 그냥 불이 아니라 참사수준의 화재였다.
어쩌겠는가? 다른 중국인들, 일본인들, 그리고 국적불명의 서양인들.....피식 웃으며 엘레베이터 타고 다시 올라간다.
나역시 집으로 기어 들어갈 수 밖에.

방에 들어와 옷을 갈아 입고, 여권.지갑.노트북 원위치 시키고 커피한잔 때린 후, 일하러 나갔다.
엘레베이터타고 2층 로비에 도착했는데, 왠 쨉시 두어명이 로비에 서성거리고 있었고, 꼬라지는 프랑스인처럼 생긴 오빠는 나처럼 되지도 않는 영어로 열심히 뭐라 뭐라 떠드는데............
궁금증에 있어서는 따라올 자 없는 내가 이 scene을 놓칠 수는 없지 않은가? 뭔가가 있다 싶어 옆에서 뭐라카는지 들어보았다.
프랑스오빤 방금전에 화재경보를 듣고 2층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가니 카메라가 담긴 백이 없어졌다고 난리를 치는거였다.

그리고 옆을 돌아 보안과 경찰이 하는 얘길 들어보니, 세상에나...............
화재경보는 이 건물 관리소에서 한 적이 없단다. 보안도 황당하고 건물 물업관리직원도 멍한 상태였다.
자기네 사무실에선 화재경보 방송을 한 적도 없고, 자기네들도 이런 방송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게다가 화재경보가 난 이후 십여분동안 cctv 카메라와 엘리베이터작동이 모두 중단되어서 자기네들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그냥 보고 있었다는 투의 얘기였다.

그로부터 한시간 후,
난 감을 잡았다.
누군가 대단히 영리한 도적이 이 건물 전산망이나 관리망을 해킹하여 따운시켜 놓고, 화재경보를 제3의 장소에서 작동케 하여 사람들을 건물아래로 다 내려오게 한 다음, 그 순간 도적들은 빈 방을 유유히 털었을 것이다....
보안을 못 움직이게 하려고 엘레베이터 작동까지 모두 stop시켜놓았고, 범행을 감추고자 cctv카메라까지 다운시켜 놓을 정도로 치밀하고 완벽한 범행이었다.

오늘 한 편의 영화를 찍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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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예상이 틀리다면, 아마 이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가 사는 건물에 company의 실체가 있고, 씰라가 이 건물 어딘가에 있는게 분명하다.
석호필이 오늘 이 건물에 침입하여 씰라를 빼간다는 작전에 뭔가 오류가 있어서, 넘의 엉뚱한 카메라를 가져간게 아닌가 싶다.

그럼 이 건물이 company의 본부란 말인가?
그러고보니 어젠가 건물1층에 있는 편의점에서 머흔처럼 생긴 오빠도 본 기억이 난다.

씰라는 중산공원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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