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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이야기 (4)

거위의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7.10.03 23:39:46
조회 787 추천 0 댓글 9




4. 80년대 KBS의 히어로 - 이윤선


아래에 이윤선 선생님 이야기가 있기에 모처럼 이 분을 소개할까 합니다. 아무래도 한 번 다뤄볼 생각이었는데 이번 주자로 즉석 결정.



80년대 KBS 애니메이션의 남자 에이스.

아마 나이 어린 분들은 잘 모를 겁니다. 안다면 최근 사무라이 참프루에 조역으로 등장했다는 정도?
허나 이 분은 80년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제게 있어선 히어로였습니다. 아마 제가 소개할 이 분 출연작을 보면 "이 분이었어?"하고 눈이 휘둥그래질 듯.
80년대 중후반에서 90년대 초반까지 KBS의 애니메이션 사랑은 지금보다 훨씬 대단했습니다. 창작 애니메이션은 엄청난 걸작들이었고 구미 쪽과 일본 쪽에서 양질의 수입 애니메이션들이 폭탄처럼 쏟아졌죠. 이에 대한 내용은 다음에 자세히.
재미있는건 유아부터 어른까지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무난한 작품 뿐 아니라 어느정도 나이가 찬 시청자를 노린 작품들도 함께 선보였다는 거죠. 정규 편성된 시리즈물은 물론 빨간 날이나 주말에 기습적으로 등장하는 특집물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수위의 작품들이 나왔습니다.
달타냥과 삼총사는 버킹검 공작과 왕비마마의 위험한 로맨스, 그리고 왕비로 변장한 악녀와 공작의 농도 짙은 포옹 등 지금 와이떠블유씨에이 분들이 봤으면 뜨악할 내용이 나옵니다. (악녀는 무려 이경자 선생님이십니다) 게다가 틈틈이 아라미스를 벗기더군요. 목욕을 즐긴다는 성향과 상처를 입어 치료하기 위해... 등 이유는 여러가지. 여기서 그녀(--)는 미남자가 아니라 완벽한 여자랍니다. --;
그리고 특집물. 이름 모를 한 편짜리 작품 하나가 주말 오전에 1TV로 나왔는데, 초능력자들간의 전쟁 이야기에서 주인공 소녀가 완벽한 누드로 물 위를 걷는 장면이나 소년의 나신 등이 나왔죠. 여기에 곧 언급할 에어리어 88 등 명작 하드 액션작이 많았습니다.
이윤선 선생님의 주무대가 이런 작품이었습니다. 강한 액션, 그리고 상처를 가슴에 품은 남자의 작품에서 연달아 주역을 꿰찼죠. 당시 주인공들은 지금의 엄상현 선배님, 전광주 선배님처럼 중성적인 미성이 아닌, 그 분만의 남성적이고 거친 목소리로 다가왔습니다. 당시 MBC의 주인공 청년을 \'마르코폴로\'와 \'스타에이스\', 그리고 주말의 명화 등 애니와 외화를 넘나들던 권혁수 선생님이 도맡았다면 KBS는 이 분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인상이 강하다 못해 2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할 만큼 머리 속에 깊게 각인시켰던 성우. 그야말로 제게 이윤선이란 이름은 곧 명작, 유명 캐릭터, 걸작 연기의 3중주라는 답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합니다. 눈부셨죠. 눈부신 활약이란 말이 잘 어울렸습니다.
앞서 말했던 두 작품에도 선생님이 참가했습니다. 삼총사에선 드물게 추기경을 맡아 중년 악역 연기를 보였는데 당시 제겐 충격이었네요. 앞서 그분의 작품 목록을 보면 전부 선한 주역이었기에. (참고로 그 때 달타냥은 백순철 선생님으로 미성의 청년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리고 저 이름 모를 작품에서는 주인공 소녀와 묘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레지스탕스의 일원이었습니다. 어딘가 화약냄새가 날 듯한 장발의 멋진 소년. 부모의 환영에 정신 못차리는 소녀를 손찌검하며 "이 바-보!(왜 적합한 단어가 아니란거야?) 그렇게 엄마 젖이 먹고 싶니?!"하고 외치던 목소리가 지금도 선합니다.
하지만 저 두 작품은 아무래도 여러분께 생소하겠죠. 대표작들을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별나라 손오공 기억하시죠? 최유기가 판타지적 서유기라면 이 작품은 SF로 해석된 서유기. 설마? 하는 분들... 그렇습니다. 바로 별나라 손오공이 이 분의 분신이었습니다. "우주 번개!"와 같은 기합 가득한 외침과 "이얏호!"를 연발하던 장난기 섞인 전투 음성, 지켜주려 했던 오로라 공주에게 오해 받고선 달려나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노래부르던 눈물 연기까지 열혈부터 애달픈 남자까지 넘나들던 캐릭터였죠. 사이보그라는 슬픔에 반항적이면서도 애틋한 모습을 보여주고 때론 개그 캐릭터로, 때론 분노 가득한 전사로 변신하던 그 당대 최고의 남자 주인공을 멋지게 소화한 분입니다. 학교에서 한 놈이 "손오공 진짜 이름이 뭔지 알어? 이윤선."이라 말하던 게 기억나는군요. 저도 그 작품 스탭롤을 통해 그 분 이름을 익혔답니다. 
그리고 사오정이 김환진 선생님이었는데... 어라? 그러고보니 최유기... 우연인가?
오로라 공주님은 히메나 선생님이었다... 이건 이거대로 파문. 훗.



에어리어 88, 그 외인부대의 슬픈 눈동자를 기억하는가?   

잔인할 정도로 화려했던 고공 전투로 명작 대열에 든 3부작 오브이에이 에어리어 88. KBS에서 이 밀리터리 작품이 공휴일 특집 프로로 편성됐을 때 많은 분들이 신선한 충격을 받았을 듯. 특히 여기서 안타까운 사랑과 전우애를 보여줬던 미남 주인공 카자마 신은 남자보다 여성 시청자가 더 챙겼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윤선 선생님이 담당했죠. 고향의 맛을 즐기라며 일본 컵라면을 건네는 노인에게 "컵라면이군요!" 하고 받아들던 모습, 그렇게 그리워하던 서울(한국 버전)로 돌아갈 수 있게 됐는데, 이번엔 죽음을 눈 앞에 둔 전우들을 잊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우연히 밤거리에서 만난 불량배들을 나이프 하나로 제압하고선 넉살좋게 차 본넷 위에 앉아 "아하하하하하!"하고 허무한 웃음을 터뜨리던 장면, 말썽을 일으킨 그에게 "어디로 보내줄까? 서울? 뉴욕? 런던? 파리? 아니면..."하고 묻던 관계자에게 "아니오, 아니오..."를 되풀이하며 결국 다시 전장으로 향하던 그 멋진 남자의 목소리... 그것을 기억한다면 당신은 행운아입니다. 팬들에겐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제겐 비극의 남 주인공 성우를 말할 때 그와 비슷한 느낌을 가진 스파이크 스피겔의 구자형 선배님보다도 이 남자의 선생님을 먼저 떠올립니다. 
이건 여담인데, 여기서 그와 인연이 닿는 카메라 기자를 이규화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헌데 두 분의 연기 중 재미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카자마가 그의 카메라에 관심을 갖자 그는 "한국산입니다"라고 말하죠. 엄연히 \'canon\'(아닌가? nikon 이었나? 헷갈리네)이라 적혀 있건만. 물론 두 사람은 한국인으로 로컬라이징 됐습니다. 이게 한 번 어느 다큐멘터리 프로에서 "로컬라이징 과정으로 아이들에게 일본과 한국을 혼동케 하는 애니메이션의 문제점"으로 소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같으면 그 위에 \'samsung\'이라고 CG작업 하지 않았을까...
카자마 신은 외인부대의 에이스. 그리고 이윤선 선생님은 명실공히 KBS 애니메이션의 당대 에이스였습니다. 
작년 말 성우분들의 연극 메밀꽃 필 무렵을 KBS 라디오 홀에서 봤습니다. 이장원 선배님 옆을 지키는 친구 생원의 목소리 듣던 저는 순간 "이 분이구나!"하고 외칠 뻔 했죠. 만약 그랬다면 무대는 어떻게 됐을까요... --; 
옆에 앉았던 뉴타입의 수석기자 님께 "저 분이 별나라 손오공이었어요"라고 마치고 나올 때 말했습니다. 허나 기억 못하시더군요. 이젠 전문가들조차 기억하기 힘들만큼 오랜기간 잊혀졌던 이름입니다.  
그래도 제게 있어선 애니메이션 황금기에 화려하게 빛났던 그 이름 아마 앞으로도 못 잊을 듯 합니다. 그 날 초로의 모습과 왜소한 체격으로 무대에 나섰던 그이지만 제 눈에는 "고공 4천피트!"와 "공주님!"을 외치던 추억 속 청춘 영웅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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