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에서 제일 기분 좋게 봤고

기억에 남았던 몇 장면들이 있는데

우연이겠지만 '덮어주고' '가려주고'

그런 씬들이었던 것 같다.

우선은 정봉이가 정환이 자는데 이불 덮어주는 씬.

나한테는 코피 괜찮냐는 직설적인 표현보다 더 찡하고 보기 좋았다.

나 아프고 나 무서운 건 있지만

'내동생 정환이' 는 내 눈에는 여전히 챙겨줄 한 구석 있는 어린 것이란 느낌.

그 꼿꼿하고 찔러도 피한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무서운" 보라가 힘없이 벽을 따라 내려 앉을 때

우산을 가져와 비를 가려주고 울고 있던 얼굴을 가려주던 씬도 좋았다.

1화부터 5화까지의 보라가 나는 아주 쉽게 이해가 가지는 않아서 한 발짝 떨어져 있었는데

7화와 8화의 선우, 특히 "으, 저건 싫지" 하던 모습과 "저 형 누나 참 모른다" 두 말로

(작감 특히 작가 영리함 불친절했던 걸 이 대사로 치고 빠짐 ㅋ) 많이 해결해 줬다.

그리고 정환이와 덕선이의 버스씬.

정환이와 덕선이는  별로 붙는 씬이 없었는데

그래도 제법 8화 훈훈했던 것 같다.

개념글 보니까 이미 여러 갤러들이

버스씬, 장갑씬, 담다디춤 씬 등등 의미도 풀고 리뷰도 해 두었더만.

조용히 읽고 개추 올리는 걸로 충분하다 생각했음.

버스씬에서 정환이가 덕선이 앞에 서서 가는 거

갤러들은 지켜준다고 하던데 난 거기서 현웃이 터짐.

아니 나는 그게 지켜준다기엔.....이건 거의 뭐 가려주기로 느껴져서였음.

지금도 생각하니 우스움 ㅋㅋㅋ

그런데 그게 좋았다.

동룡이 말대로라면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거 아니냐.

창문너머 기웃거려본들

장갑 따윈 코빼기도 안 보이고

담다디에서 시작하여 개다리에 온갖 근본없는 춤이나 춰 쌌고

그러다 버스에선 창문에 머리박고 입 터지게 잠이나 자는 널

얼마든지

흔들어 깨우려면 깨울 수 있는데

정환이는 덕선이를 그냥 두었다.

야 너 좀 똑바로 못 자냐고

무슨 여자애가 그러냐고

동룡이 기준으로 세상의 보통 뻔한 여자친구화 시키는 짓,

안 하고

뭐 나중에 병신배틀 때 써먹을지는 모르지만

덕선이 그냥 두잖아.

흉해서든 나만 보고 싶어서든 장갑으로 가려주면서.

자식이 뭘 좀 안다.

괜찮은 시키.